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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대 학제 개편, 수업시수 축소와 유급제도·인턴제 개선 등과 같이 논의 필요

현재 의과대학 6년제 학제 개편은 본과에 주로 편성하는 실습을 확대·강화, 교양 수업을 전 학년에 걸쳐 실시, 대학교 1–3학년 및 졸업 전 시기 의학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간을 교과과정 상에서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등 수업을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업 내실화와 연구기회 증대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동시에 의과대학 6년제 학제 개편 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우려사항을 밝힌다.

1. 우려사항
(1) 의예과 폐지 시 의과대학생이 기초의학 연구 기회를 포함해 타 학문 분야를 접할 기회 자체를 원천 차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의예과 기간을 통해 기존 의과대학생은 표준화된 임상의사 커리어 외 의사과학자 등 다른 진로에 대해 꿈꿔볼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실제로 의학과 기간 중 타과 대학생과 같이 교양과목 또는 타 전공과목 등을 자유롭게 수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시간적 여력이 없다. 왜냐하면 의학과 기간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정해진 채로 학생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한편, 상당수의 의과대학생은 의학과 진입 이후 기존 교육과정의 과도한 학업 부담과 반복되는 기출 문제 위주의 시험 및 동료 압박(peer pressure)에 대한 순응 등으로 인햐 의사과학자를 비롯한 비표준화된 커리어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 

6년제 전환은 기존 4년제 의학과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6년으로 고스란히 확대하는 우를 범햐 자칫하면 의사과학자 양성 등 다양한 커리어 트랙의 인재 양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타 학문을 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고려해 제도 설계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2) 본 회는 의예과 폐지 시 현재 과도한 학업부담에 허덕이는 의과대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의과대학생은 의학과 진입 이후 불필요하게 많은 학업 시수, 불합리한 유급 제도 및 동료 압박(peer pressure)으로 우울감과 자살생각을 호소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본 회는 교수자의 시각에서만 제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의과대학생의 악화된 정신건강을 고려하여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정신건강에 대한 고려 없는 정책설계가 의과대학생 정신건강 및 자살 스펙트럼의 악화를 가져올 것을 심각하게 우려되며, 더 나아가 의과대학생 번아웃(burnout)에 따라 추후 필수의료 및 기초의학 기피 현상, 전공의 과정 진입 포기 등을 심화시킬 것을 우려한다.  


2. 정책대안
(1) 학업부담 완화 및 교육과정 합리화

가. 수업시수 축소 및 평가방식 변경 등

과학 연구에 흥미를 가진 의과대학생 또는 의사가 기초의학에 흥미를 읽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학업 부담을 들 수 있다. 

개별 학생들은 기초의학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과도한 수업 시수와 지속되는 평가 속에서 이내 좌절하고 흥미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자유로운 사고와 자발적 학습을 요하는 연구 관련 교과과정과 실습 과정에서의 지필 평가는 그 부담으로 인해 의도한 교과과정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과대학 교육과정 내에서 한 명의 의사를 양성하게 위하여 현재의 과도한 수업 시수와 평가방식이 적합한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 의과대학 내 시험에 따른 평가 결과와 향후 의사과학자 등 다양한 인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다양한 커리어의 선택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과 평가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줄어든 수업 시수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 마련이 절실하다. 

수업 시수 축소는 ▲융합인재의 육성이라는 시대 흐름, ▲다양한 정책 및 제도 분야에 의사가 진출하여 의료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인재를 키운다는 측면과 조응한다. 

필수의료 종사자, 의사과학자를 기르는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교양 있는 사회인, 지도자를 기르는 교육이다. 

그러나 현재 의과대학 교육 방식을 유지한 채 6년제 전환을 추진할 경우 자칫하면 기초의학을 중심으로 총 수업 시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제도 취지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강화된 교육과정 속에서 교양 수업 또는 타 분야에 관심을 갖기는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을 옥죄는 시험 위주의 교과과정이 아닌,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커리큘럼 및 적정 수업 시수에 대한 원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나. 의과대학 실습 과정 개편 

의과대학 실습을 관찰 위주의 수동적 교과과정에서 현장 경험을 동반하는 교과과정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의 의과대학 커리큘럼 내에서는 의사 감독 하에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술기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학생에게 더 많은 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실습면허 (준의사면허) 혹은 충분한 교육 및 감독을 통하여 실질적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실습 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한편, 현재 의과대학 실습 과정의 끝에는 대개 필기시험으로 대표되는 평가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실습에만 온전하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반복되는 평가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기출문제 위주의 시험 공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선진국 의과대학에서는 실습 과정 내 과도한 평가절차가 존재할 경우 실습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평가보다는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더불어 새로운 교과과정에서는 평가에 대한 학업 부담을 완화해 실습을 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도 있다. 

(2) 유급제도 개편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한 학기(또는 연도) 기준 수강 과목 중 단 한 과목만 F학점을 받아도 해당 학기(또는 연도)의 모든 과목을 다시 들어야 한다. 학생들은 제도적인 압박 속에서 기초학문 및 연구의 재미를 기존 커리큘럼 상에서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시험 통과만을 목적으로 공부하여 점차 표준적인 임상의사 양성 커리어 및 의료원 내부 문화에 점차 적응하는 동시에 의사과학자에 대한 꿈은 점차 멀리하게 된다. 

타과 또는 선진국 의과대학 사례를 고려하여 F학점에 대한 재수강만 고려하는 등 학생들의 압박감을 줄이고, 휴식의 틈을 주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이 자라날 공간을 확보해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과대학생의 기초 학문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는 큰 제도적 요인인 유급 제도를 개편하고, P/F 제도를 확산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3) 인턴제 폐지 검토

인턴 수련과정의 목표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필수과목의 핵심 역량을 습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턴의 업무 비중을 살펴보면 술기 36%, 환자 모니터링/이송 16%, 인턴 업무와 무관한 잡무 13%로 필수과목별 핵심역량과 무관한 내용이 65%를 차지하고 있었다. 환자 진찰 및 처방의 업무가 15%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현재 인턴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인턴제 폐지를 의과대학 학제 개편과 연계한 검토가 필요하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의 진료 및 처방 등 실질적인 환자 진료 업무에 대한 교육의 경우 의과대학 교육 또는 인턴제 폐지(또는 개혁)에 따른 공통수련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 또한 검토 가능하다. 

한편, 이는 의사 수 부족 논의에 앞서 현재 의사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으로 기능할 것이다.

(4) 복수학위 취득 허용

최근 국내 일부 선도적인 의과대학에서는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과학 연구에 대한 재능과 열정 있는 학생들이 기존 의학사(MD) 학위 외에도 다른 학위를 취득하거나, 학/석사(6+1)를 연계해 학위를 취득할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이에 따라 2010년대 이후 실제로 전국적으로 약 1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의학사 외에 다른 학위를 복수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이공계열 중심대학에 신규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안과 비교할 때, 의과대학생의 복수 학위 취득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기존 종합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측면, ▲의과대학생의 자발적인 선택에 기초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 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보다 비용-효과적인 방안으로 생각된다.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는 제도적으로 복수학위 취득을 금지하거나 관련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등 복수학위 취득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검토가 필요하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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