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체계 개편을 졸속으로 논의·추진하는 것은 의료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이다!”
대한의학회는 26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와 함께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네트워크 수련체계 개편안)에 관해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고 5월 14일 밝혔다.
우선,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 학회는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전문과목 학회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설익은 수련체계 개편안이 무분별하게 발표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26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들은 이번 ‘수련체계 개편안’을 정부의 보도자료와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면서 졸속행정에 대해 깊은 분노를 표시했다.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26개 전문과목 학회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나, 5월 10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과정 없이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6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들은 “뜬금없는 수련체계 개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겠다는 정책을 ‘수련체계 개편’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온갖 법적 협박과 위협을 일삼아 왔고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의 의료현장에는 전공의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은 전공의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몰지각한 행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26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들은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는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개별 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인정하고, 개별 학회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 역할이라는 것으로, 전문과목 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무시하고 수련을 담당하지도 않는 비전문가들이 모여 수련체계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전문의제도에 대한 무지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26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들은 “전공의 수련교육은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전공의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에서 신중하게 다뤄어져야 한다”면서 전문학회와의 논의를 통해 다듬어야 할 수련체계 개편을 어느 날 갑자기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