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지탱하고 있는 의사들이 최악의 경우 10명 중 6명이 응급실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9월 21일 ‘추석 연휴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근무 현황 긴급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9월 19~20일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근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총 34개 병원 89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급실에서의 근무 및 당직 일정은 해당 병원의 전문의가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응답자 수와 상관없이 본 조사결과는 34개 수련병원의 응급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13~20일 1주간 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전체 89명 중 28명(31.5%)이 48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응답했으며, 9명(10.1%)은 64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도 3명(3.3%)이나 됐다.
최대연속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는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고, 15명(16.9%)은 16시간 이상 근무했으며, 이중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후 20시간이 지난 후의 근무는 음주 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동일하다.
또한,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사직에 대한 의향을 물어본 질문에는 46명(51.7%)이 실제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경우 55명(61.8%)가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의교협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응급실 대란은 의료대란의 종착역이 아니라 의료대란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응급의료의 위기는 심각해질 것이며, 연이어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전공의와 학생들이 다시 병원으로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수련병원의 많은 전문의와 교수들이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의 유지와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이어 전의교협은 “불통·무능력·무책임한 정부의 의료정책은 전공의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문의들마저 병원과 학교를 떠나게 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실체도 불명확한 10년 뒤의 허상을 쫓을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그리고 눈앞에 다가와 있는 의료붕괴의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