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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상환자 진료체계 개선안 실효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②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대구에서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소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탄 채로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외상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비극은 예전부터 종종 발생해오던 일로,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 외상환자 진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과 전문가들의 요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오늘날까지 비극이 벌어지는 것을 볼 때에 정부의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우리나라의 중증외상과 관련해 현재 정부에서는 계획 및 실행 중인 대책으로 무엇이 있으며, 실효성은 얼마나 되고, 근본적인 해결책과 우리나라가 중증외상환자 진료체계를 개선하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외상외과분과 분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현재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관련해 다양한 대책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책들이 외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A.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5개년간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시작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권역응급센터 →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해서 중증환자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형태로 나아가려 하고 있으며, 40여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60여개 이상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확대하려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현재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영역의 전문의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고, 전공의 지원율도 낮은 상황이며, 많은 사람들이 워라벨을 추구함은 물론, 힘든 쪽의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어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부문의 인력들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더 늘리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전문의들이 분산되어 일부 센터들의 진료 기능이 떨어질 수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증외상을 비롯한 질환별 응급에 대해 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부문에서 종사하는 의사들이 본연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과 일에 대한 보람은 물론 다른 직능에서 일하는 분들 못지않은 보상 체계도 함께 갖춰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가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지만, 현재 있는 권역외상센터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을 달성 및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권역외상센터를 지원·보완할 수 있는 지역외상센터가 필요합니다.

사실 현재 제도 등을 살펴보면 지역외상센터는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으며, 지역외상센터의 지정과 관련된 기준과 방법, 절차 등에 대한 부분은 보건복지부에서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역외상센터 지정에 대한 기준·방법·절차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2012년도에 ‘응급의료법’에 포함됐고, 2013년도에 시·도지사가 지역외상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을 마련해 제시해야 하지만, 시·도지사가 지역외상센터를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진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우리나라 외상 진료체계를 개선하려면 어떠한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개선 방향 중 어떤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중증 응급질환이라고 하면 심정지, 중증외상,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의 4대 중증질환을 들 수 있으며, 해당 질환들은 골든타임(골든아워, Golden Hour)이 있습니다.

질환별로 골든타임을 살펴보면 우선 심정지는 심장이 멎었기 때문에 즉시 치료가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고, 중증외상은 골든타임이 1시간, 심혈관 질환은 2시간, 뇌혈관 질환은 3시간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증외상은 골든타임이 매우 짧습니다. 따라서 중증외상 환자들은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손을 넣어 주어야 합니다.

문제는 중증외상 환자를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로 빨리 데리고 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중증외상에서는 ▲Right patient ▲Right time ▲Right place로 이뤄진 ‘3R’이라고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중증외상환자가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장소로 이송되어야 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적절한 장소(Right place)는 단순히 응급실이 있는 병원 또는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응급실이면 다 똑같이 응급처치를 해주고, 큰 병원이라면 모든 환자에 대해 치료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외상의 영역에서는 제대로 된 최종 치료가 제 시간에 제공될 수 있는 병원을 ‘적절한 병원’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을 살펴보면 서울이 2017년과 2019년 전국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서울에는 빅5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꼴찌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과 대학병원들의 대부분 응급실은 전문적인 중증외상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증외상 이외의 다른 여러 가지 응급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자원·인력이 없다면 아무리 대형·대학병원이라도 중증외상 환자들한테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종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가 이송될 경우 다시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중증외상 환자를 전원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문제는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검사해 치료 가능 여부를 따진 다음, 치료가 힘들다는 결론이 내려져 중증외상 환자를 해결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하는 과정은 처음부터 중증외상 환자를 해결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한 것보다 3시간 가량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이 1시간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원에 소요되는 시간만 3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가까이에 있는 응급실을 가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 조금 더 멀더라도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며, 이는 외상의 영역에서 ‘외상 바이패스(trauma bypass)’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권역외상센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수 있는 권역 내 지역외상센터를 양성하거나 인근의 권역외상센터들이 중증외상 환자들을 수용해서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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