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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상급종합병원 개혁, ‘1·2차의료 연계’ 대한 고민 필요해

하은하 교수 “환자들의 ‘상종 → 1·2차병원’로 이동 대한 거부감 고려해야”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지방의료·일차의료는 같이 개선·강화돼야 하며, 환자들의 니즈·걱정 등을 고려해 경증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구조 마련과 동시에 정말 필요할 때에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즉시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가 10월 10일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목적과 방향성 등에 대해 발제했다.

우선 정 단장은 “의료개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각자 기능에 맞는 환자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 첫 단추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차의료와 지역의 중소병원 강화 없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이 가능하냐는 의문·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이 현재처럼 전체 경증환자의 절반 이상을 보는 현재 체계 하에서 재정을 투자하더라도 일차의료와 지역의료가 과연 살아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함께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같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한 의료전달체계를 의료개혁을 통해 만들어가려 한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정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둘러싼 환경 문제와 관련해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절차·비용 등의 장치가 제도적으로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의 진료권이 1999년 폐지되고, 실손보험이 2000년대 도입되면서 비용 장벽도 사라진 셈이며, 경증환자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뢰서를 간단히 발급받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체계가 현재 우리나라의 체계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환자들이 큰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동네의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와 어느 정도의 질환일 때에 큰 병원을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모르는 ‘정보 부족’으로 나타났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정보의 부족’은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가까운 의사 선생님들이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서 큰 병원에 가는 것이 결정되는 전문적인 의료 제도를 통해 의료 이용을 할 수 있게 만들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부담 체계와 관련해 실손보험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늘려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발표됐다.

정 단장은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추석 연휴 당시 경증 환자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비용 부담 구조를 바꿔봤더니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실제로 줄어든 효과가 있었다”면서 “실효성을 떠나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때와 중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때의 비용 구조를 다르게 설정된, 중증 환자는 비용 부담 없이 큰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을 이용 시 비용 부담이 없는 비용 부담 구조가 필요해 보인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아울러 정 단장은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중환자가 큰 병원에 빨리 가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료 이용에 있어서 환자와 의료소비자들도 익숙한 부분을 탈피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정책과 관련해 기존의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던 환자들의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하은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을 1·2차 병원으로 보내면 해당 환자들은 다른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에 그칠 수 있다면서 해당 부분을 해결하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필요해 보인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는 상급종합병원에 1·2차 병원들이 환자를 뺏기는 구조에 전락·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 의료기관이 환자의 건강을 좋아지게 만들고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유지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했을 때, 환자와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하 교수는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해도 환자들이 일부러 1·2차 병원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주치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차 진료의 진찰료가 굉장히 낮아 환자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잘 들어주면서 진찰을 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면서 일차의료 진찰료 등의 가치를 좀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이 굳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이 진짜 아플 때에 상급종합병원에 빨리 이용하기 위한 이유도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하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1·2차 병원으로 회송을 보내도 진료의 연속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 환자들이 주치의에게 쉽게 물어보고 정말 아플 때는 상급종합병원에 바로 보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교수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경실 단장도 인정하며, 정부에서 고려 중인 큰 방향의 일차의료 관련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단장은 “의료개혁 특위에서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부터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시작했지만,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효과가 발휘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차의료는 지역 주민을 대상 통합적인 건강 관리와 질환이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적시에 알아차려 큰 병원으로 보내드릴 수 있는 역할 등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주치의 제도’를 의사의 판단이 없으면 상급종합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가게 하는 강제적인 걸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일차의료의 기능을 논의할 때는 게이트 키퍼로서의 기능보다는 내비게이터의 역할을 좀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정 단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보면은 일차의료를 하기에는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것 같다”면서 “너무 많은 전문의들이 의원급을 개설을 하고 있지만, 단과를 개설하고 계셔서 건강의 예방과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일차의료를 제공하는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의 만성질환 관리 관련 시범사업이나 장애인 주치의 제도 등이 큰 효과를 못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차의료 인력의 양성부터 심층적 진료 및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주는 수가 구조,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회송됐다가 악화되면 대형병원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용할 수 있는 ‘2·3차 병원 간 진료 협력’ 등을 전반적으로 다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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