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사태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100일을 넘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영난 등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많은 상급종합병원들이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인건비 지출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의료기기 투자 축소 및 대금 지불을 지연하고 있으며, 경희대병원은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을 만나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의 상황과 피해 규모는 어떻고,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어떤 지원 등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최근 전공의 사직 등의 의료대란으로 상급종합병원들이 비상경영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처한 상황과 피해 규모 등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전공의가 없어도 진료가 가능한 외래환자 수가 5% 정도 빠졌고, 병동 입원 환자들도 대게 40%나 줄었으며, 병원 수입도 10~20% 정도 감소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10~20% 정도의 병원 수입 감소가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병원 지출의 50% 내외가 ‘인건비’인 점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큰 타격입니다.
1000병상 규모인 고려대 안암병원을 예시로 말씀드리면 저희 병원의 경우에는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일반 직원 등을 포함해서 인건비만 월 230억여 원씩 지출됩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보험료 상승 등이 인건비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마진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년 인건비가 3~4%씩 상승하고 있는 것에 비해 건강보험료 상승은 1.7~1.8%에 불과해 인건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진율이 사실상 매년 절반으로 축소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의료대란이 발생하자 재정적으로 취약해져 버렸습니다.
물론, 저희 상급종합병원들도 건물 수리를 비롯해 신규 장비 구입 및 장비·물품 교체를 위해 유보금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유보금이 병원 운영비 기준으로 계산 시 짧으면 1~2개월에서 길어봐야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기존 수입 대비 80~90% 정도의 수입이 들어오고 있으므로 한 번에 망하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병원 자금이 소모되다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피해 규모 최소화 및 최대한 자금 고갈을 지연시키고자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해 병상의 20~30%를 닫고 있으며, 간호 인력 등에게는 무급휴가를 주는 한편, 전공의 등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PA인력으로 해결하는 등 궁여지책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이번 의료대란과 상급종합병원의 앞날 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1년은 갈 것으로 보입니다.
5월이 지나면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수련 기간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규정 등을 바꿔주거나 예외로 허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허용이 가능한 일수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정부에서 원칙을 구부릴 것 같지 않아 사실상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전공의 없이 병원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진들에게 월급만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투자와 연구 등도 진행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들이 전부 생존을 위해 소모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 1년은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이 멈춰버리는 것으로, 지금 보건의료 바이오사이언스가 에너지 다음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분야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고, 외국은 지금도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퇴보해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들이 발전을 하는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발전에 있어서 큰 위기입니다.
Q.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처한 위기를 개선·해결하려면 어떤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상급종합병원들은 지금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상급종합병원들이 무너지면 중증질환 진료가 가능한 3차의료기관이 없어지는 것이 되어버림과 함께 의대생들을 교육할 학교가 사라지게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게 됩니다. 학생들을 가리킬 학교가 없음에도 학생들만 추가로 뽑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최소 이번 의료대란이 끝날 때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수준의 지원금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Q. 앞으로의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계획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원래 상급종합병원협회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질 평가 등을 같이 대처하고, 관련 계획을 마련·실행하는 기능이 컸습니다.
또, 보건복지부와 소통하는 기능이 주 기능이기 때문에 지금 상급종합병원이 처한 어려운 상황들을 소통을 통해 하나씩 해결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