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조정·전환을 착수한다.
보건복지부는 9월 27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지난 7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위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후 21차례에 걸친 의견수렴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및 중대본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목표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 기능을 확립하고,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관행을 개선해 밀도있는 수련을 제공하고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 발표한 사업 내용에는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저수가 구조 퇴출 로드맵의 후속 조치로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중증수술 910여 개 수가와 마취료 인상 등이 포함됐다.
◆진료: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체계 확립과 의료 질 개선 ‘주력’
먼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등 본래 기능에 적합한 환자에 집중하도록 진료구조를 전환해, 중증 진료 비중을 ‘50% …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간다.
다만, 상급종합병원별로 현재 중증 비중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 70% 상향을 목표로 하되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여건에 맞춰 안정적으로 중증 비중을 상향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서, 상급종합병원의 본래 기능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을 최초로 정의하는 한편,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중증환자 분류체계에 따른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중을 지표로 삼았으나, 현행 분류체계는 질병 종류에 집중하고, 연령·기저질환 등 환자의 양태가 반영되지 않아 뇌졸중 등 중증·응급환자가 ‘전문진료질병군’ 환자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해당 질병에 대한 치료 역량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자 의료 현장과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현행 기준에는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중증으로 간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를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로 보고, 기준을 신설했다.
신설된 기준에 따르면 적합질환은 ▲고령·복합질환 등으로 지역 2차 병원에서는 치료 제공 과정에 위험이 수반될 우려가 있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의뢰된 환자 ▲호흡곤란·의식장애 등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 1~2에 해당하여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 ▲같은 질병 종류여도 일반성인보다 치료 난이도가 높은 소아환자 등이 해당한다.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현행의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단순히 상병 기준이 아닌 연령과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류기준으로 근본적 전환을 본격 착수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적 진료역량 유지 측면에서 필요한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합질환자 비중이 적은 진료과목의 환자 비중을 세밀히 살피고, 그 범위 안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진료 협력: 상급종합병원 중심 협력체계 강화 및 지역완결적 협력 네트워크 확립
상급종합병원-2차병원이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던 관계를 환자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할수록 지원의 수준을 확대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 병원 간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뢰제’를 마련·강화함으로써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의뢰·회송의 틀을 대폭 개선한 전문 의뢰·회송 제도로 전환한다.
아울러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진료협력병원 간 진료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에서 수술 등 급성기 치료를 받은 지역 환자가 집 근처에서 회복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 외로 회송하는 등 권역 간 진료협력이 필요한 상황도 감안해 권역 외의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협력도 인정할 계획이다.
◆병상: 일반병상 축소해 ‘의료 질’ 제고…중환자 병상 확대해 ‘중증 중심 병상’ 확립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한 병상과 진료량 확장보다는 의료 질 개선에 집중하도록 방향을 전환한다.
지역과 병상 수준 및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 따른 수도권 쏠림 해소와 비수도권 환자 수용 확대 등을 고려해 수도권은 10~15% 수준으로, 비수도권은 5% 수준으로 감축을 추진한다.
이때, 서울의 경우 허가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은 15%를 적용하고, 그 외 의료기관은 10%를 적용한다.
병상 감축 대상은 일반입원실 허가병상으로, ▲중환자실 ▲격리병실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병상 등 정책적으로 유지가 필요한 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 경증진료는 줄이되, 필수적인 진료 기능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병원 인력을 현행의 전문의·간호사 등 팀 진료를 중심으로 구축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적합한 인력 구조로 전환 및 인력 운용을 효율화하고 더 높은 치료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전공의 수련: 수련생으로서 전공의 지위 강화 및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프로그램 고도화
총 수련시간은 감소하더라도 유의미한 수련시간은 확대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전공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전공의 수련 기능 강화 및 병원 차원의 체계적 수련프로그램 설계 등을 통해 밀도있는 수련을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전공의가 수련 중 경험할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됨을 고려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마련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도 점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는 수련생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원방안
정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연간 3.3조원, 3년간 총 10조원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2028년까지 예정된 건강보험 ‘10조원 + α’ 투자와는 별개로 추가 지원하는 금액이다.
먼저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30만원 가산하고, 2인실~4인실까지의 입원료는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7만5000원을 가산해 총 6700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저평가된 중증수술 인상을 위해 ▴두경부암·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 ▴심장수술·뇌혈관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910개 수술 수가와 수술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 인상해 총 3500억원을 지원한다.
이는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저수가 구조 퇴출 로드맵 후속조치로서, 구조전환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적용한 뒤 종합병원 이상으로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며, 로드맵 이행을 위한 후속 작업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 다음으로, 약 7개월에 이르는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ㆍ응급 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수가로 반영하고 향후 제도화를 추진한다.
이에 해당하는 지원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응급센터 내원 후 24시간 중증·응급 수술 가산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원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 3000억원 등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진료협력병원 간 환자 진료기록·영상정보 등을 추가하는 등 전문적 의뢰·회송에 대한 보상도 강화해 의료전달체계를 효율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3.3조원의 지원 규모 중 30%에 해당하는 1조원은 현행의 행위별 수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구조전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불방식을 도입하여 투자한다.
병상 감축 수준을 비롯해 적합질환 비중 상향과 진료협력체계 구축 실적 등을 평가해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할 계획이며, 성과평가 지표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유인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성과평가 지표는 계속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하는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비상진료 기간 중에는 환자에게 추가 부담은 없으며, 비상진료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중증 환자가 더 부담하지 않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계획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은 10월 2일부터 참여기관 신청 접수를 시작하고, 의료기관별로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청할 수 있도록 12월 말 이후까지 충분한 신청기간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다.
수가 지원은 병상감축을 확인한 뒤 지원하며, 성과 지표에 따른 지원은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 지급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