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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건강보험 대한 공공재·사회연대 인식 등 ‘부족’…개선 필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 좌담회 개최

현재의 건강보험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는 바, 근본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국민과 정부 모두 건강보험이 공공재라는 인식과 원가 보장 미흡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 좌담회가 11월 26일 ‘의료개혁의 시작, 무엇부터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의료보장제도가 의료이용의 사회화가 된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건강보험제도의 원칙에 대해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문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를 단순하게 재정만 경제 능력에 비례해 공동으로 조달한다는 인식에 그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적재화로 간주하고 있으며, 사회보험제도와 공영제(NHS)를 구분하지 못해 생산요소인 의사를 공공재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건강보험의료에서 영리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통합 후 비급여를 허용하고 가격 설정을 의료기관에 맡김으로 의료의 영리화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문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선택하면서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되어버렸고, 요양기관에서 비급여를 공급하는 형태가 되어버렸는데, 민간의료기관을 당연지정하고 공공의료기관과 세제나 기타 혜택을 통해 차별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비급여는 계약제를 통해 비계약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이 의료보장 국가의 원칙이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정부 사업을 위해 의료기관을 강제 징발하는 조치로, 전시·재난 한정해 단기간 허용은 가능하나 기본적으로 민간의료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의 소비자 시장이 없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소비자(환자)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춰 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인 바, 의료서비스의 거래를 시장에 맡길 경우에는 모럴해저드로 의료의 과다이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수요가 아니라 필요도를 토대로 배급해야 하며, 의료서비스 구매자는 환자가 아니라 보험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공공의료에 대해 인식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건강보험국가는 공적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를 공공의료로 간주하기에 별도의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없다보니 2000년 ‘공공보건의료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해 의료정책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공공병원이 생산하는 의료만 공공의료로 간주해 민간병원을 차별하고 있으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실시해 모든 의료기관을 국가사업인 건강보험에 참여시키면서 민간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는 공공의료가 아니라는 기막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부원장은 편법적인 수가제도의 운영에 대해서도 운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미국은 상대가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우리는 환산지수가 매년 오르는 것으로 인식해 20년간 무려 58.1%나 상승한 것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의료분야의 모든 문제를 수가로 해결하려는 자세에 대해서도 상대가치수가제에서 수가를 변경시키려면 상대가치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정부는 정책적 가산제도로 해결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상대가치를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편법적인 제도의 운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문 부원장은 건강보험을 유지하려면 경제적 접근성과 지리적 접근성의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경제적 접근성의 형평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 달성할 수 있는데 반면, 지리적 접근성의 형평은 진료권과 진료의뢰체계로 구성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공급체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건강보험 통합론자들이 진료권을 폐지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의료의 붕괴를 촉발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부원장은 건강보험제도와 부합하지 않는 미국형 시장형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의료의 커다란 모순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형 의료체계는 우리나라와 같은 건강보험 국가에서는 건강보험 원리와 정책적 적합성을 찾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형 시장형 의료체계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정부 관료, 산하기구 임직원, 대학 교수 등등이 대부분 미국에서 수련을 받기 때문에 미국식 정책에 익숙해져서 왜곡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윤석준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시혜적 성격의 건강보험제도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1989년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의 흐름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바, 이제는 시혜적 성격의 건강보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 공무원은 순환 공직제를 채택하고 있어 2년 정도 지나면 다른 부서 등으로 이이동되다보니까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시스템 구조로 되어 있는 등의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의료공급자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비용 의식을 고취시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우리나라가 어렵게 만들어놓은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은혜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형태의 의료 보장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력이 충분히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아 현재 건강보험 제도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의료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이 이사는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라는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건강보험은 사회 연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 집단인 의료 공급자와 고소득자를 착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사는 “더 이상 건강보험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는 바, 의료개혁의 방향 설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료 보장과 의료 사회화를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는 요양기관 계약제로 전환해 건강보험 의료를 제공할 공급자와 민간 의료를 공급할 공급자로 공급자 시장을 분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의료 선택의 자유 보장하는 한편, 본인이 선택한 의료를 경제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는 원가 책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대가치가 5년마다 바뀌고 있고, 환산지수는 매년 올리고 있는데, 고평가된 상대가치 수가를 오히려 더 고착화시키고 낮게 평가된 상대가치 수가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상대가치 평가 주기를 줄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더불어 의료서비스를 굉장히 낮은 가격으로 받게 만들어놓은 뒤, 수요를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 환자들은 자신도 당연히 자기 자신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의사 수 부족에서 찾고, 의사들은 수요가 많은 이유를 환자들이 비용 의식 문제 혹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를 너무 많이 이용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국에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의 신뢰를 깨버리게 만들 수 있다면서 이를 좌초한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현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사는 현재의 단일 형태의 건강보험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건강보험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낮은 단계는 의료 보험료가 낮은 대신, 현재 보장해 주는 의료 서비스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의료 서비스를 보장해 줄 수 있도록 하고, 가장 높은 단계는 보험료는 높지만, 현재 비급여라고 불리는 의료 서비스까지도 보장해 줄 수 있는 단계로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의료보험 안에 내부 시장을 만들기 위함으로, 다양한 의료보험 단계를 만들고 각각의 단계의 의료기관과 게약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미용이나 간단한 시술·처치의 가격은 내려가고, 응급의료나 고난이도 수술 등의 서비스는 의료 가격이 올라가게 됨을 강조했다.

특히, 가격 정상화를 통해 의료 공급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도태될 수 밖에 없으면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는 공공의료에서 책임지고 공급하는 방향으로 역할 등을 분배한다면 의료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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