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해 기존 의사들도 현재 필수의료 기피 요인 중 하나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 등 무분별한 의료소송으로부터 벗어날 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대한 재검토 등 의료사고 비형벌화 방안 강구가 필요하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법률 제·개정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의료정책포럼이 10월 15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의료정책연구원 이얼 부연구위원은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이 위원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형벌화의 부당함을 호소해 왔으나, 이 자체에 대한 연구·대책 등이 미흡했었다고 밝혔다.
최근 ‘필수의료 살리기’ 일부로서 형사처벌특례 논의가 촉발된 것과 관련해 ▲보험·공제 가입 의무화 ▲공적 공제회 설립 ▲사과(소통)법 ▲감정 절차 개선 ▲입증 책임 전환 ▲조정 강제 참여 ▲형사 조정 활성화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각 주제에 대한 문제점과 현황 및 직·간접적 영향 등에 관한 성찰이 없는 것에 대해 꼬집었다.
또한, 과거 보건복지부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해 의료인은 교통사고 가해자 대비 대체적으로 경제력이 낮지 않아 책임보험 등이 없어도 손해배상에 지장이 없고, 의료사고 분쟁은 사적분쟁의 영역이므로 분쟁해결 방법을 제한해 강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보험료 ▲과실비율 ▲배상액 산정 등에 관해 환자와 보험사 간 2차 분쟁 발생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유지한 바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특히,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으로서 ‘의료사고 형벌화’가 지목됐다면 의료사고 비형벌화 방안에 집중해야 하며, 의료사고(의료인) 형사처벌특례에 대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다른 직역에서도 의료제공체계 붕괴와 같은 문제 발생 시 특례를 논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애초에 이 위원은 형법(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기능은 범죄 단속과 처벌을 통해 예방 효과를 발휘토록 해 향후 및 실제로 벌어질 업무상과실의 감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의료계에서는 업무상과실 감소를 넘어 지원자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민 건강 위기로 내몰고 있으니 의료영역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사고 형벌화 문제와 대응의 필요성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경향이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인식하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찾고 있으며, 의료사고 형벌화 자제 필요성은 의사 등 특정 직역의 요청·특례가 아니라 안전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므로 범정부적 정책과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법률 제·개정이 현재 지적되는 문제의 해결에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의료분쟁조정법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지난 10년간 상황이 개선된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각 조항·문언에 대한 해석 및 적용 여부에 대한 경찰·검찰·법원·변호사 간 다툼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형사처벌특례의 적용 대상·요건·범위 해당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하며, 적용 예외 사유 12가지에 대한 적절성 논란 지속 가능성과 예외 사유 추가 가능성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 위원은 의료분쟁 시 의료진은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동시에 피해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방안으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의료분쟁의 과실 여부를 비전문가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감정과 조사·수사는 의료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밝힌 영국의 general medical council과 같은 면허관리 자율기구 등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각 의료기관의 담당자 또는 배상 조합·전문가 기구 등 제3자가 신속하게 조사·수사 과정에 참여해 조정·보상토록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