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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가 우리에게 끼칠 영향은?

국회입법조사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발간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 민·형사 소송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경감을 비롯해 의료사고 피해자 피해구제 기간이 단축과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 완화 등의 편익이 예측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의 입법 영향 분석’ 기획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임사무엘 입법조사관 연구팀이 작성했으며,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과 공제료 납부를 의무화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팀은 먼저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이 피해구제의 신속성 제고 및 소송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의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을 이용해 의료분쟁을 해결하려면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피해자가 의사의 과실과 발생한 손해 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자료조사와 감정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의료기관이 의료배상공제 또는 의료배상책임보험 미가입으로 배상 여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의료서비스 이용자)와의 임의합의나 조정ᆞ중재가 이루어져도 배상 이행이 어려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의료배상공제 또는 의료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경우, 의료분쟁 발생 시 공제조합·보험사의 요청을 받은 손해사정인이 사고 조사 후 의료적·ᆞ법률적 검토를 거쳐 의료과실 여부를 판정해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액을 제시하고, 환자 동의를 얻어서 보험금을 지급 및 합의하는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2024년 기준 심사요청일부터 심사결과 통보일까지 평균 60일이 걸린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ᆞ중재 처리일수는 2023년 기준 86.7일을 기록했다.

의료배상공제조합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용 지급된 민사소송의 평균 진행 기간은 소 제기부터 사건 종결까지 평균 965일(32.2개월)이 소요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환자 또는 유가족이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1심 판결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6.3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팀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의무적으로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해 공제조합이 정하는 공제료를 납부한다면, 의료사고 시 피해구제의 실효적 수단을 확보하게 되므로 구제의 신속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자기부담금을 초과한 합의금을 부담하고 법률서비스 등도 제공하므로 조정 기간이 장기화될 때 의사의 현업ᆞ·일상생활 복귀를 도우므로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주로 맡아왔던 역할이 의료배상공제조합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배상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배상의 실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이 민ᆞ·형사 소송으로 확대되는 것을 완화해 심리적·ᆞ경제적ᆞ·ᆞ시간적 부담 등 사회적 비용 절감 및 법원의 재판 관련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연구팀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률이 높아질 경우, 의료배상공제조합이 관장하는 의료분쟁 조정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심사 인력 등이 확충되지 않으면 심사요청일부터 심사결과 통보일까지 현재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덧붙였다.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이 특정 전문과목에 대한 전공의 기피 현상을 완화시킴으로써 현재 대두되고 있는 필수의료 위기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연구팀은 “의료과오로 인한 소송 및 조정 신청 건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전공의들의 기피 진료과목으로 알려진 필수의료 과목과 유사성이 있으며, 손해배상 청구가 고액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1000명 당 진료과목별 조정신청 접수 건은 ▲신경외과(16.5건) ▲흉부외과(16.8건) ▲응급의학과(13.0건)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2020년 기준 전체 의과 의료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1905건이었는데, 이 중 장애와 사망은 각각 89건과 380건을 기록했으며, 이를 전문과목별 의사 1000명당 조정 신청 건수로 보정하면 ▲외과(22.0건) ▲정형외과(57.9건) ▲신경외과(75.5건) ▲흉부외과(32.2건) ▲응급의학과(30.2건) 등이 전체 평균 건수(18.4건)보다 높았다.

더불어 연구팀은 “2015년~2020년 제1심 민사본안 사건 기준의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평균 952건이었고, 소송물평균가액은 1억6412만원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의료배상공제조합의 배상공제 상품 보상한도가 최대 5억원까지로 구성되는 바, 상당수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즉, 고액의 손해배상 상당수에 대해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손해배상에 대한 부담이 덜어짐에 따라 필수의료 기피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이 의료기관에 보험료ᆞ·공제료 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부가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우선 연구팀은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기관의 연간 평균 보험료 납입액은 2023년 기준 약 255만원 수준이고, 배상공제에 가입한 의료기관의 연간 평균 배상공제료 납입액은 2023년 기준 176만원 수준이며, 각각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간 125만원 내외 ▲병원·종합병원은 연간 1200만 원 내외 등의 배상공제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제조합 가입이 면제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의 배상한도, 보험료 등 상품 구성에 따라 신규 가입 대상 의료기관의 경제적 부담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고액 배상 판결이 많이 발생하는 산부인과의 경우 보상한도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높아서 가입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하면 과목별 위험도 및 의료기관 수에 따라 부담이 상이할 수 있음도 덧붙였다.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법안’이 손해보험 시장규모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 이유는 현재 책임보험이나 배상공제에 가입하지 아니한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개정안에 따라 공제조합 또는 법정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므로, 전체적인 가입 규모는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팀은 의료배상공제조합의 배상공제가 현재 대형보험사의 재보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의료배상책임보험 시장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을 내놨다.

다만, 특정 직능을 대상으로 하는 공제조합은 전문성 및 특수성을 반영한 위험 평가가 가능해 보험회사가 인수를 꺼리는 등 시장 기능만으로 원활한 보험상품 공급이 어려운 경우에도 구성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고려하면 공제조합이 의료배상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은 공제조합을 더 많이 선택할 수 있음을 덧붙였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관계 행정기관이 책임보험ᆞ 배상 공제 상품 미가입 의료기관을 관리ᆞ·감독하는 과정에서 공공행정 비용이 소요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 이유는 2023년 기준 ▲의료배상공제조합 배상 공제 가입한 의료기관은 1만2519개소 ▲의료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기관은 1만2317개소로 가입률이 약 33%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의무가입을 유도하고 점검하기 위한 행정 소요가 가중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안은 의료배상공제조합 이행에 대한 강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업무 관장 부서에서 의료기관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ᆞ·의료배상공제 상품 가입 현황을 점검해야 하며, 책임보험의 내용이 향후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행정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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