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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료소송, ‘과실’ 대한 민사·형사 차이 없이 형벌화 이뤄져…“개선 시급”

장성환 변호사 “법관·수사기관·감정의, 의료행위 특수성 감안한 인식 확대 필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 ‘과실’에 대해 적용·바라보는 관점·범위가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이 없이 의료사고 소송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한 인식과 소송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의료정책포럼이 10월 15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장성환 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는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벌화로 인한 폐해’를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장 변호사는 “‘의료과실’은 일정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함에도 주의를 게을리해 일정한 피해·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라면서 ‘과실의 본질’은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추상적·규범적 판단에 기초하므로 ▲시대 ▲장소 ▲소송형태 ▲담당범관에 따라 과실의 존부나 범위가 달라지는 ‘불확정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실은 불확정 개념이므로 민사상 과실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과 피해자 구제’라는 관점에서 비교적 경미한 형식적 부주의가 있어도 과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의료과실 입증의 정도에서 간접사실에 의한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에서는 간접사실 인정을 통한 공소사실 추정을 불허하고 있으므로 형사상 과실 역시 책임주의 원칙상 형벌을 강제할 만한 상당히 고도의 실질적 부주의만을 과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법관·수사기관이 잘못된 선입관이나 목적에 따라 민사상 과실과 형사상 과실의 이론적인 차이를 간과해 양자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판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장 변호사는 꼬집었다.

이와 함께 감정의 역시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의 의사에게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감정해야 함에도 감정의사 중 지나치게 높은 의료행위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벌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벌화 대표적인 원인으로 4가지를 지목했다.

환자가 사망하면 누군가는 형벌을 받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오래되고 관행화된 보복심리적인 인식이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고, 두 번째 원인으로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형사 과실 개념에 대한 이해관계자인 ▲법원 ▲수사기관 ▲감정의 ▲환자 및 변호사 등의 몰이해를 지적했다.

세 번째 원인으로 민사소송 절차의 시간상·비용상 부담에 따른 환자 측의 형사절차 의존 현상에 따른 상황도 있으며, 특히 의료 전문 변호사의 소송전략으로 형사소송이 사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꼬집었다.

네 번째 원인으로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악결과에 대한 국가보상 지원의 부족도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벌화 원인 중 하나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의사 형벌화 현황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2013~2018년 우리나라 기소 건수는 연평균 754.8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본의 입건송치 건수(연평균 51.5건) 대비 14.7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독일의 의료과실 인정건수(연평균 28.4건) 대비 26.6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 변호사는 대표적인 과도한 형벌화로 인한 폐해로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지목했는데,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을 비롯해 생명을 다루는 바이탈 진료과들에 대한 전공의·전문의 지원률이 급감해 필수의료 기피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 소아 중환자 진료 시스템 붕괴가 시작되더니 현재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붕괴된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하면서 과도한 형벌화에 대한 적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대책으로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국가보상체계를 마련하되, 불가항력 사고 범위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환자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로 인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법안 제정 등을 통해 고의 및 고의에 준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과실로 인한 중대한 악결과 발생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관·수사기관·감정의 등 의료사고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한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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