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자신이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커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의료기관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3일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급여제한 및 부정수급금 환수를 위한 업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여 건보재정 누수를 초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그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번 부정수급 방지대책의 탄생 비화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5월에 이미 감사원에서 공단의 보험급여 제한 업무에 문제가 많으니 시정하라는 통보를 하였는데 이제까지 시정하지 않다가 의료계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공단 이사장에게 조치사항으로 두 가지를 통보했다.
첫째, 장기체납자에게 급여제한 통지를 하고, 징수고지하지 않은 부당이득금에 대해 징수고지 할 것과 아울러 보험급여제한통지와 진료사실통지를 정기적(월별/분기별)으로 실시하고, 부당이득금 징수고지를 정례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둘째, 앞으로는 법정 보험급여제한통지 및 진료사실통지를 비정기적・행정편의적으로 실시하거나, 부당이득금을 징수고지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급여제한 관리 등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지적처럼 부정수급금 환수를 위해서는 6회 이상 보험료를 체납한 가입자에게 즉각 급여제한통지서를 발송해야 한다. 체납한 상태에서 보험급여를 받으면 즉각 진료사실통지서를 발송한 뒤 2개월 내에 체납보험료를 완납하지 않으면 즉각 징수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급여제한통지서를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총 8회만 발송하였고, 진료사실통지서를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단 3차례만 발송하였다.
또 복지부와 공단은 법적 근거도 없는 ‘체납보험료 자진납부기간’을 수시로 운용하여 진료사실통지 대신에 '진료내역안내'만 통지하였다. 진료사실통지를 해야 급여제한기간 중 급여에 대한 부당이득금을 징수할 수 있으나, 진료내역안내는 체납자가 보험료를 완납하지 않더라도 전혀 부당이득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수급금 환수에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건보재정만 누수 시킨 것이었다.
의협은 “또한 공단은 사전에 의협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홍보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초지일관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포기하라고 주장했으며 감사원 지적처럼 본연의 업무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했으나 항상 무시당해왔다는 것이다.
의협은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보험자인 공단의 고유업무인 부정수급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국민의 진료권을 제약하는 초법적 정책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국민으로서 당연한 요구를 한다며 △공단은 2012년 감사원의 시정 통보를 겸허히 받아들여라 △의료기관에 떠넘기려던 자격관리 업무를 즉각 중지하라 △핵심업무를 방기한 공단과 보건복지부는 책임을 져라 △차제에 공단 조직의 방만함과 비효율, 업무태만 등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국회는 건강보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공단 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는 등 4가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