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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가 왜 응급실이 아닌 ‘동네 의원’을 선택했냐면요”

신형진 판교이엠365의원 대표원장

최근 응급실을 떠나 동네의원에서 다른 진료과목을 선택하거나 일종의 급성기클리닉(UCC)와 유사한 응급의학과를 대표 진료과목으로 선택해 진료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응급의학과의사회에서는 'UCC(Urgent Care Clinic)'으로 불리는 급성기클리닉이 응급실로 경증환자들이 몰려드는 응급실 과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급성기클리닉을 확대·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에 메디포뉴스는 응급실을 떠나 직접 동네 의원을 개원해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 오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경증 응급진료를 포함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료를 보고 있는 신형진 판교이엠365의원 대표원장을 만나 의원을 개원하게 된 이유와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문제점, ‘한국형 급성기클리닉(KUCC)’를 제안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응급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내세운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원·운영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먼저 응급의학은 골든타임 내에 중증 환자를 빠르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펼쳐 환자를 살리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는 중증 환자만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수많은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증 환자에 의한 응급실 밀집화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문제는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이유는 응급실을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진료받으러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저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환자를 돌봤는데, 응급실을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을 살펴보면 본인들이 중증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집에서 약을 먹고 치료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몸이 아픈 상황 속에서 진료받으러 갈 곳이 없어 수많은 경증 환자분들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벼운 타박상이나 화상 등과 같은 외상 분야가 있는데, 외상 등의 질환들은 야간·휴일을 비롯해 평일에도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처럼 레지던트 때부터 전문의가 된 이후에 이르기까지 응급환자이되 심각하지 않은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많이 해본 경험을 살려 개원가에서도 준 응급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응급의학과를 대표 진료과목 및 제1의 진료과목으로 내세운 통칭 ‘급성기 클리닉(UCC)’인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원하게 됐습니다.

Q. 원장님을 비롯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분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질환 범위는 어떻게 되고,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문 진료과목이 응급의학과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 이전에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1명의 의사입니다. 의사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자질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애초에 응급실에는 진료과목과 상관없이 다양한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모든 진료과목의 환자들 특히 중증의 환자들을 완쾌될 때까지 진료할 수는 없지만, 환자들의 질환을 초기에 진단하고, 해당 진료과목의 의사들에게 인계하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분들을 치료해 퇴실 후 외래로 오시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경증의 질환들은 진료과목과 상관없이 진료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분들 중 본인이 중환자인지 모르고 증상에 따라 경증으로 오인하시는 환자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심근경색이나 자발성 기흉 등이 대표적인데요.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로, 내원하시는 환자들 중 중증의 응급환자가 있다면 그 누구보다 제대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예로서, 상복부 불쾌감으로 급체한 것 같다고 내원하신 분인데 검사를 해보니 급성 심근경색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신속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는 경우로 응급실에서는 어느 환자보다도 최우선으로 진료해야 하는 초응급 환자였습니다. 

의원급에서 모든 처치를 할 수는 없으나, 아스피린과 나이트로글리세린 등을 투여하는 등 초기 처치를 하고 119구급대에 인계해 산소투여와 모니터링을 하면서 신속히 응급실에 보낸 경우가 여럿 있었습니다. 

또 호흡곤란과 기침 증상으로, 감기 증상 같다고 내원한 젊은 청년 남성이 있었는데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했더니 긴장성 기흉이었습니다. 

이 경우도 매우 급한 응급환자로 흉관삽입을 하지는 못했지만, 수액 치료용 굵은 바늘로 흉막에 구멍을 뚫어 긴급상황을 해결하고 119구급대에 인계해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처럼 일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응급처치 등도 가능합니다. 

더불어 위 사례처럼 매우 급하지는 않으나 근본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 환자분들이 계신다면 응급실에 계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빠르게 환자분의 상황을 파악해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진료받으실 수 있도록 진료의뢰서를 상세하게 적어 보냄으로써 응급실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료를 받게 해드릴 수 있다는 것도 우리 응급의학과 의원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응급실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을 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시선에서 볼 때,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은 어떠하며, 문제점으로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응급의학’은 골든타임 안에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중증의 후유장애가 생기는 것들을 막기 위해 탄생한 의학으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진료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응급의학 분야에 있어서 후발 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굉장히 빠르게 정착·발전시키는 성향에 힘입어 급속도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의료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로 ‘응급실 과밀화’가 있습니다.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과 응급실 진료 인력은 그 수가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을 찾는 환자분들을 최대한 많이 진료하기 위해서, 수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고생하더라도 사명감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응급실 과밀화가 더욱 악화돼 정작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필수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를 제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들이 본인을 먼저 봐 달라고 요구하는 각종 민원과 항의 등으로 인해 진료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병·의원(1차 의료) → 종합병원(2차 의료) → 대학병원(3차 의료) 순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으며, 이러한 의료체계에 따르면 감기나 복통을 시작으로 타박상이나 열상 등의 경증 질환들은 동네 병·의원에서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실상 의료체계가 1차 의료와 3차 의료만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간 단계가 애매해져 많은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3차 의료로 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이를 방지하고자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아도 될 수준의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3차 의료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진료받으러 갈 수 있는 중간 단계가 미흡해 야간과 휴일에는 비싼 의료비용을 내더라도 대형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인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응급실 과밀화’ 방지 및 최소화 정책은 제대로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불어 동네 병·의원에서 해결 불가능한 환자들만 진단의뢰 절차를 밟아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 응급실과 3차 병원의 과밀화를 막기 위한 제도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3차 병원에 진료 先 접수 후 동네 병·의원에 형식적인 진료의뢰서를 요청해 해당 의뢰서를 바탕으로 심각하지 않은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3차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구조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형식적인 보건의료 정책들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제안하고 싶은 방안은 없으신가요?

A.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형 급성기 클리닉(Korean Urgent Care Clinic - KUCC)’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개원가에서 1차 진료를 볼 수 있는 급성기 클리닉과 같은 우리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운영하는 병·의원은 응급의료관리료 등이 없어 진료비도 절감되고, 대기시간이 길지 않으며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하지 않아 환자 진료를 신속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혼란스럽고 분주하며 중환자들 진료와 뒤섞여 혼란스러운 환경인 응급실에서 불안하게 대기하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개원가의 대기실이 환자의 안정과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현재 저희들은 사실상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가 등은 일반 개원가랑 차이가 없는 상황으로, 현재 저희들이 하고 있는 노력을 수가 등에 반영해주신다면 야간과 휴일에도 많은 의료진들이 병·의원을 열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응급의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언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급성기 클리닉과 같은 응급의학과의 개원 모델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개원을 위해 떠나게 되면 응급실 과밀화가 심해지고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 및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에 대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응급실에서 보지 않아도 될 경증 환자들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최대한 많이 진료할수록 응급실에는 그만큼 의료진들이 중증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원장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제가 판교에 의원을 처음 개원할 당시에는 응급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하는 개원의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갖고 있던 것이라고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갖춘 실력과 신념뿐이었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 또는 선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가 가진 실력과 신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나아간 결과, 다른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개원에 관심이 있어 찾아오시면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고, 다른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아오시는 환자에 대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후 모든 병원은 의사만 개원할 수 있고,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의료인 1명당 병원을 1곳만 개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해 각각의 병원에는 각각의 원장님들이 병원을 경영하되, 병원 홍보·마케팅이나 직원 노무 등 경영 관련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지원해 각 원장님이 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설립·운영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저희들과 뜻을 같이하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모여 EM365의원을 여러 곳에 만들어 이름을 공유하며 각 지역사회에서 경증 응급환자들을 함께 진료하고 계십니다.

저희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 진료에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급의료전달 체계에서 경증질환 환자들은 개원가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병원 응급실에서는 정말로 중증인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많이 미흡하지만 향후 전국의 개원가에 저희 EM365의원뿐 아니라, 다른 이름의 응급의학과 의원들도 곳곳에 생겨나서 지역사회에 경증 응급환자들을 해결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해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꼭 방문해야 할 중증 응급질환의 환자들만 내원하도록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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