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함께 리베이트에 대한 혹독한 감시 체제가 유지되면서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도 공정위, 국세청과 경찰까지 릴레이식 리베이트 조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식약청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는 등 처벌도 계속되고 있다.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약협회는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해 지난4월부터 시행했으며 최근에는 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까지 참여한 새로운 규약의 탄생까지 예고되고 있다.
2010년 상반기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시행, 또 제약업계 전반적으로 관례화 돼있던 리베이트 풍토를 뒤바꾸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정부는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 사용량 약가 연동제, 리베이트 약가 인하 연동제, 저가구매인센티브, 기등재의약품 경제성 평가 등 다양한 약가규제가 시행 또는 추진 중에 있다.
올 상반기 제약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오는 10월 시행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이 제도는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에 대한 혜택을 요양기관과 환자가 공유할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정하는 의약품의 상한가격과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실제로 구입한 가격의 차액의 70%를 요양기관 이윤으로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또 환자는 실제 구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법정 본인부담률 또는 본인부담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로, 기존보다 30% 약값을 싸게 살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저가구매제를 통해 요양기관과 공급자가 신고하는 품목별 가중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다음 연도에 약가를 인하할 방침이다.
약가가 급격하게 인하될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하금액의 20%를 면제하고 상한금액 대비 최대 10%까지만 인하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그러나 그간 약가마진에 대한 부가세 누락분과 관련해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의 위험 가능성을 떠안으면서까지 요양기관이 그간 누려왔던 약가마진을 공식화할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올 11월 시행되는 쌍벌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전까지 실효성에 대해서 장담하기는 이르다.
쌍벌죄의 경우 최근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정착 시기는 내년 이후로 예상된다.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제약사와 요양기관 모두 처벌이 가능한 쌍벌죄의 처벌 내용은 1년 이내의 자격정지와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당초 예상보다 약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제약사 영업환경의 위축으로 전체시장 성장율을 둔화시킬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제네릭, 개량신약 중심의 대형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공정경쟁규약은 한국제약협회가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 학회지원 등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임으로써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자정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3개월간 시행해본 결과 현실과 다르거나 추가해야 할 사항들이 몇몇 지적되면서 제약협회 뿐만아니라 의료계도 참여한 새로운 공정경쟁규약을 개정할 전망이다.
제약협회, 의사협회 등은 간담회를 통해 공정경쟁규약을 재검토하는데 합의하고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제약협회가 주도적으로 공정경쟁규약을 주도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의사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까지 가세해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까지 공정경쟁규약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해 지난 2월 발표한 고혈압치료제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용역 보고서는 제약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상품목 131개 성분 1226개중 복합제 360개 품목을 제외한 832품목에 대한 평가결과 상대적 저가 33%, 계열내 최소비용 하위 10%를 적용하면 228품목(24.7%)만이 급여가 유지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
상대적 저가 여부의 평가 대상 총 832품목중 노바스크, 아모디핀 등 칼슘채널 차단체가 247품목으로 가장 많으며 올메텍, 코자 등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체가 181품목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어떤 문헌에도 고혈압 약제간 효과 차이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 또 오리지널과 제네릭약은 법적으로 효과가 동등하다'라는 연구결과에 대해 계열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이와함께 상반기 큰 이슈로 꼽히는 것은 동아제약과 GSK가 전략적으로 손을 맞잡은 사건이다.
국내 1위 제약사와 거대 다국적제약사의 만남이라는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동아제약과 GSK는 의원급 일반병원에서 GSK의 다양한 전문의약품들을 공동 판매, 프로모션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이번 제휴의 일환으로 동아제약 내에 양사가 공동 관리하는 사업부가 신설될 예정이며, 이 사업부는 현재 제휴 품목 및 향후 협력 제품들에 대한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동아제약과 GSK는 제품, 기업 역량, 전략 및 문화적 적합성 측면에 걸쳐 양사에게 상당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GSK는 포괄적 사업제휴의 일환으로 1429억원을 투자하고 동아제약 지분의 9.9%까지 보유하게 됐다.
◇하반기 양호한 실적 기대…저가구매제 불안감 여전
정부 약가규제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국내 의약품 시장의 성장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저성장 국면에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은 초근 주력제품의 특허 만료와 신약개발의 어려움으로 리서치 단계(전임상 또는 임상1상)에서 주로 인도, 이스라엘, 헝가리, 한국 등 신흥국으로부터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으며 제네릭 및 개량신약 전문업체와 전략적 제휴 및 M&A가 활발하다.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확대되고 특히 고혈압치료제 등 만성 성인질환치료제의 점유율 상승과 이익의 안정성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경기영향을 받지 크게 받지 않는 전문의약품 비중은 2002년 70% 수준에서 2009년 85.3%로 높아졌다.
지난 2월 복지부는 R&D 투자를 많이 한 회사에 대해서는 약가인하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인하폭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했고, 지경부는 신성장동력 및 원천기술 R&D세제지원 대상기술을 확정해 제약산업 당기분 R&D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고 수준인 20%(중소기업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향후 R&D 투자에 따른 자금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R&D 조세 특례의 경우 일몰제 아닌 고정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제약사 순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올 하반기 시행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의약품 구매가격을 허위 신고할 경우에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질수 있으며 요양기관의 실거래가 허위 신고에 대해서도 따로 제한할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
정부는 만약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에 의한 약가 인하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보험약가 등재 및 약가 조정제도에 대해서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고혈압 치료제 임상효과와 이상반응 연구 보고서의 경우, 올 4분기에 고혈압치료제의 목록정비가 고시되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한 시범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와 마찬가지로 이번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목록정비가 완료되면 정부는 약가 인하 시기를 조정하는 등 제약사의 충격을 완화시킬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보험 급여 대상인 일반의약품 2024개중 1880개 품목에 대한 급여 타당성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일반의약품 급여 타당성 평가계획을 공고하고 현재 제약사 자료를 제출받아 임상적 유용성 등을 평가하고 있어 하반기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