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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표준근로계약’… 뜨거운 감자로 부상

전공의노조 최대 현안으로 추진따라 성사여부에 관심 집중

신설된 전공의노조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서둘러 만들면서 단체계약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표준근로계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전공의노동조합(위원장 경문배 이하 전공의노조) 제4대 집행부는 지난 26일 출범과 함께 첫 번째 추진과제로 수련 및 근로조건이 명시된 전공의 근로표준계약서에 의한 단체계약을 최단시간에 이루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활동의 중심이 될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있으며 계약서를 시작으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표준근로계약서의 주요내용은 ▲근로시간 상한제 도입 ▲전공의 수련을 근로시간에 포함 ▲매주 1일 휴식시간 보장 ▲내부당직을 매3일에 1회로 제한 ▲당직시간에 따른 최소 당직수당지급 등을 담고 있다.

근로시간 상한제 도입
지난 200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100시간을 상회하며 수련 및 근무환경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피로도 평균지수’는 건강위험수준인 36을 능가하는 43.8로 나타났다.

전공의 당직근무 수련규정 21조 4항에 따르면 전공의 최대근무시간은 연속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

김이연 서울·제주·강원지역 대의원은 전공의가 30시간 이상 근무할 때 의료과실 우려가 현격하게 높아지며 근로시간 단축은 환자안전 및 진료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하버드의대 체리즐러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수련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전공의들이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외적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짐과 동시에 수련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전공의 근무환경도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84년 18시간동안 연속근무를 하던 레지던트가 투약사고를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미국사회의 경종을 울리게 되었고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법이 통과된 것이다.

김이연 대의원은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공의 48시간 초과근무금지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시간, 근무시간 포함여부
전공의 수련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김 대의원은 “사실 피교육자와 근로자라는 이중적 신분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전공의들의 신분적 제약이 사용자측으로부터 악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전공의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법원 판례들이 계속해서 나왔다”며 “모든 수련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당직비안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재 병원에서 전공의들에게 지급하는 야간 및 주말 당직비는 1일 최저 4000원에서 최고 5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근로기준법 최저당직비의 3.76% · 47.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점이다. 전공의노조는 이 같은 위법사실을 현 병협수련지침에 추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연 대의원은 표준근로계약서의 의미에 대해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명시화하여 사회통념상 통하지 않는 폐쇄적 병원 내 질서와 암묵적 관행을 없애는 데 있다”고 밝혔다.

또 “더 나아가 전공의 수련환경 및 근무환경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근무환경과 수련의 질 향상으로 환자를 위한 최선진료와 신뢰형성으로 전공의들이 진정한 국민건강지킴이로 거듭나게 해야한다”며 “전공의 표준근로계약서의 체결뿐만 아니라 체결 이후 각 수련기관에서 계약내용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 감시활동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공의노조는 외국 전공의 수련제도와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고 모니터링 평가단의 구성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단체계약 초안 2월중 마련
전공의노조는 전공의 근로표준계약서에 의한 단체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조만간 병협 등 관련단체와의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필요하다면 국회입법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표준근로계약서의 세부사항을 빠른 시일 내에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오는 2월이면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기관 및 단체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살인적인 전공의 업무강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료계 내부에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전공의 근무환경의 심각성 역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이고 이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도 만만치 않게 형성되어 있어 근로표준계약서를 위한 전공의노조의 추진전략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공의근로표준계약서 단체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근로자와 피교육자라는 이중적 신분 제약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 기관 및 단체와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공의노조가 밝혔듯이 보건의료노조와 민노총, 한노총 등 상급노조와의 연대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전공의노조 4기 집행부는 출범과 함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법적단체인 노조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립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전공의가 아닌 다른 선후배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먼저 대전협 및 전공의노조와 가장 성격이 잘 맞아떨어지는 병원 봉직의 모임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과 공조체제를 갖춘다면 협상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미래의 의사들인 의대생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결국 안팍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공의노조가 이번 재출범을 계기로 결의문에서 밝혔듯이 성숙한 노조의 교섭을 통해 전공의들이 질높은 수련교육과 효율적인 근로, 타당한 임금 등을 담보하는 최선의 진료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료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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