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백혈병환자를 치료가 성공함에 따라 향후 백혈병 치료는 물론 성인의 악성 혈액질환 치료에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병원 제대혈은행 조혈모이식 연구팀(최영길·오도연·백진영·정소영 교수)은 제대혈을 이용, 성인 2명을 대상으로 비혈연간 이식을 통해 연속적으로 백혈병 치료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제대혈이식은 기존 골수이식에 비해 이식 시 동종 면역반응이 현저히 적어 조직적합항원이 한두개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식이 가능하며 기존 골수 이식에 비해 1/10의 적은 양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면역거부반응이 훨씬 적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이식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얻기가 어렵다는 한계로 인해 제대혈은 몸무게가 적은 소아 환자에게만 국한되어 사용됐으며 성인에게는 보편화 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연구팀의 이번 성공은 성인 백혈병 치료에 있어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던 한계를 극복해 기존 골수이식이 어려웠던 성인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50대 백혈병 여자환자 2명에게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을 시행한 뒤 현재 성공적인 조혈모세포의 생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모(여·56) 환자의 경우 2004년 11월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으나 기존 일치하는 형제간 골수가 없는 상태로 작년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의 항암치료 후 올해 5월4일 제대혈 조혈모 이식을 받았다. 이식 후 40일째 백혈구가 정상 생착됐으며 현재 이식 91일째로 경과 관찰중이다.
또 노모(여·49) 환자는 2002년 12월 백혈병 진단 후 4차례의 항암치료와 자가 조혈모 이식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후 다른 방법이 없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을 시행했으며, 이식 후 20일째 성공적인 생착이 확인됐고 현재 이식 후 56일째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첫째 1개의 제대혈 unit으로 줄기세포 회수율(recovery rate) 및 생존율(viability)을 극대화시킨 점, 둘째 제대혈 줄기세포 추출 공정 및 냉동기술 노하우, 셋째 이식치료 기술 등을 들고 있다.
그 동안 성인에게 있어 제대혈 이용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소아에 비해 몸무게가 큰 성인에게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줄기세포 수를 확보하는 것으로, 제대혈에서 최대한의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이 관건임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회수율이 일반적으로 75% 가량인 점에 비해 이번 연구를 통해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성공적인 치료를 가능케 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오도연 교수는 “이번 성인 백혈병 이식의 성공은 기존 이식방법을 시도할 수 없었던 악성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이식의 기회가 좀더 쉬워졌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제대혈이 기존 이식의 대안으로 매우 중요한 이식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병원제대혈은행 백진영 교수는 “이번 제대혈 이식 성공은 줄기세포수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기술과 제대혈 줄기세포 추출 노하우의 토대에서 이루어낸 쾌거”라며 “이에 대한 활발한 임상연구 활동을 통해 난치병 극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줄기세포 수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성인 제대혈이식은 현재 의료보험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이식센터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제대혈 이식기술의 향상 및 이식 시도의 증가 추세와 함께 성인 제대혈이식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향후 성인 제대혈이식이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