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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환자의료, 장기적인 관심·계획 필요…전담부서 만들어 추진해야”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

정부가 지난 12월 8일 필수의료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안에는 수가와 의료인력 등과 관련된 방안들을 비롯해 응급의료와 소아·산부인과·심뇌혈관 등을 중심으로 필수의료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시각에서 무용지물인 대책들로 이뤄져 있다면 이번 대책은 사실상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필수의료’라는 나무에만 집중해 ‘의료’라는 숲을 보지 못한다면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는 혼란이 생겨날 수 있는 법.

특히 진료과목을 막론하고 적시에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중환자 진료’ 관점에서 볼 때에 이번 필수의료 대책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인력’ 문제 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는지, 이외에 현장에서 시급히 요구되나 이번 대책에서는 빠진 것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이번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필수 의료라는 것이 어떤 정의를 쓰느냐에 따라서 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데, 저는 중환자의학이 가장 필수의료 표현에 적합한 의료의 분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환자가 적시에 알맞은 치료에 들어가지 않으면 손상을 받을 수가 있고 예후가 나빠질 수 있는 환자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은 너무 응급의료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받는 처치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환자들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이후에 받는 여러 가지 처치와 치료들도 중요하다.

이러한 처치와 치료들은 중환자실에서 이루어지게 되며, 그 치료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환자들의 예후가 향상되는데, 이번 대책은 이 분야에 대한 대책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필수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감기에 걸려도 전문의가 봐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면이 있으며,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부분 중 하나가 모든 중환자실들이 다 같은 중환자실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병원에 입원한 가장 위중한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에서는 전문의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전문성을 갖춘 간호사 숫자도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전문성을 갖춘 의료 인력이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환자 의료를 필수의료 대책만으로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료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돈이 되거나 어떠한 강제적인 조항이 있어야만 해당 분야가 투자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수십 년 동안 흘러왔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는 굉장히 먼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의료 특성을 감안하면 한 번의 어떠한 대책으로 정상화, 선진국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며, 긴 안목으로 이것을 정부가 좀 꾸려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필수의료와 관련해 정부 및 의료계 등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필수의료’라는 단어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를 계기로 갑자기 만들어진 단어라 할 수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슈가 있으니까 이런 용어가 만들어지고, 해당 용어가 만들어진 계기를 한 번의 대책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싫어한다.

재차 말씀을 드리는 부분인데, 중환자실 환경이 중환자들을 위한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나, 필요한 부분들은 긴 안목과 꾸준한 관심을 갖고 거기에 대해서 그 분야를 키워야 한다.

정부가 중환자들에 대한 진료 체계는 공공성이 있다는 것을 시인·인식하고 책임 있게 긴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꾸려나가야 한다.

더불어 정부 관계자들과 병원 경영진들이 우려하는 사안이 어떠한 질환·진료과 기준을 높여놓으면 인력의 이동이 일어나 일부 지역과 병원들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시는데, 해당 문제를 해소하려면 전체 의료 시스템의 수준이 같이 올라가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과 장기 계획을 갖고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바, 중환자 의료만 담당하는 전담부서 또는 중환자 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우선적으로 마련해 필수의료를 꾸준하게 이끌어 나가야 함을 말씀드리고 싶다.


Q. 그 밖에 정부 및 의료계 등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중환자 의료 관점에서 볼 때,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한 필수 의료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방역을 잘해서 중환자가 그나마 덜 생긴 건 맞다. 그러나 중환자들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뉴스를 보면서 불안에 떨던 기억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평소에 중환자 의료체계에 투자하지 않아 중환자들이 다량 발생했을 때 중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시설·인력이 없어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튼튼한 중환자 진료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지만, 평시에는 여러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중환자 진료가 이뤄질 수 있고, 코로나19 사태처럼 갑자기 환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끝으로 이번 기회에 코로나19 사태와 필수의료 이슈도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중환자가 됐을 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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