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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나라에 적합한 ‘성인 패혈증 치료지침’ 나왔다…“초기치료 중요”

대한중환자의학회 박성훈 총무이사

질병관리청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을 마련해 발간했다.

특히, 이번에 마련된 진료지침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패혈증 초기치료에 초점을 두고 마련된 진료지침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진료환경과 현실에 맞는 진료지침이 마련됐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중환자의학회 박성훈 총무이사(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를 만나 이번에 완성된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이 어떠한 이유로 제작됐고,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으며,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이 발간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패혈증과 관련해 해외 지침서를 주로 이용해 왔고, 우리나라만의 지침서가 없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은 다학제적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패혈증관련 지침서라고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1.5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여러 직종의 많은 교수님들과 함께 어려운 일을 이뤄냈다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의 지침서 제작 방식은 과거에 전문가들이 합의해서 만드는 방식이 아닌 각 문헌마다 질평가와 메타분석을 시행하고, 정해진 방법에 따라 근거 수준과 권고등급을 결정하는 등 좀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은 개발위원으로 9개 분야 24명의 교수와 2명의 지침서전문가가 참여했으며, 마지막에는 내부 및 외부검토 과정과 공청회까지 거치는 등 객관적인 평가 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지침서 개발에 참여해주신 모든 개발위원 및 운영위원 교수님들과 당시 책임연구자이신 서지영 前대한중환자의학회장님,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대한중환자의학회와 여러 유관학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지침서 제작이 가능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주신 질병관리청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이번에 질병관리청과 함께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을 제정·마련하게 된 이유·계기는 무엇인가요?

A. 선진국의 패혈증 사망률은 18~25%로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35% 가까운 사망률이 보고됐고, 최근의 KSA 자료에서도 25~30%를 보이는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사망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의 많은 부분은 조기진단과 치료로 예방이 가능하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사망률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는 한국패혈증연대(Korean Sepsis Alliance, KSA)를 설립해 2019년부터 질병관리청의 정책연구용역사업인 ‘국내 패혈증환자 관리개선을 위한 심층조사’를 진행해 왔고, 국내 환자들의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패혈증연대(KS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패혈증 환자에서 초기치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묶음치료(sepsis bundle)’의 수행율이 여전히 낮았고, 그 수행율과 패혈증 사망률이 지역별·기관별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질병관리청에서도 같이 인식하게 됐고, 우리나라 패혈증 치료의 표준화와 질적 향상을 이루고자 패혈증관련 지침서를 제작하게 됐으며, 특히 우리나라 패혈증과 관련된 근거 자료를 분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침서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이번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은 어떠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고, 이전 지침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으며, 추천하고 싶은 내용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대해 부탁드립니다.

A. 이번 패혈증 초기지침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기치료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사실 패혈증은 진단과 치료, 재활 등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의 제한으로 인해 초기치료 부분에만 초점을 두게 됐고, 이러한 점은 저희도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번 지침서는 총 12개의 권고문으로 되어 있고, 젖산(lactate) 측정과 수액치료, 목표혈압, 항생제, 승압제(vasopressors), 심장수축제(inotropes), 에크모, 심장초음파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존의 해외 지침서와 다른 점은 ▲승압제 빠른 투여 ▲에크모 ▲심장초음파 사용에 대한 내용을 권고문에 직접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승압제의 경우 수액소생술(fluid resuscitation)에도 목표 혈압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는 빨리 투여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넣었습니다. 이는 빠른 목표 혈압(≥ 65 mm Hg) 유지의 중요성과 수액과다의 문제점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크모는 근거 문헌이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서구와는 달리 많은 병원에서 에크모 장비를 가지고 있고, 의료진들의 관심도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권고문에 포함하게 됐습니다. 

심장초음파도 비침습적인 진단법으로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자의 혈역학적 상태를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초음파 장비도 많은 중환자실에서 구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권고문으로 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젖산 측정 ▲승압제 투여 ▲심장초음파 사용입니다. 

우선 ‘쇽(shock)’의 개념은 조직에 관류(perfusion)가 감소해 산소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 단순히 저혈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패혈쇼크 환자에서 수액이나 승압제 투여 후 혈압이 올랐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조직 관류를 나타내는 젖산을 자주 측정해 젖산이 감소하고 있는지 꼭 살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초기 패혈증 소생술 시에는 보통 30ml/kg 이상의 수액이 필요하지만,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계속 수액만 투여하는 것 보다는 조기에 승압제를 투여해 혈압을 빠르게 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초음파를 이용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중심정맥관(central line)이나 동맥관(arterial line) 삽입 등 많은 경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혈증 환자는 심장 기능과 혈역학적 상태가 자주 바뀔 수 있어(e.g.,, hypodynamic [심실수축저하성] vs. hyperdynamic 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심실수축과다성]) 초음파를 이용해서 이를 평가한다면 환자 치료와 예후 평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쟁점·어려움 등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9개 분야 24명의 개발위원들과 함께 1.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지침서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온라인 회의가 가능해지면서 바쁘신 교수님들을 모시고 매달 회의를 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참여 교수님들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초안이 만들어진 이후에 외부검토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많은 수정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근거 자료가 부족한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과 지적이 이뤄졌고, 여러 교수님과 평가위원들의 뜻을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로, 에크모에 있어서는 권고문의 근거 강도가 너무 높지 않은가? 정맥-정맥형 에크모와 정맥-동맥형 에크모를 나누어서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등의 의견이 있었고, 심지어는 과연 권고문을 내야 하는가?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장 초음파에서도 근거 문헌이 부족하다보니 지적 사항이 적지 않았고, 적절한 문장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침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고, 마지막에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Q. 향후 치료지침 추가 및 보완, 개정 작업 계획·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만 지침서가 보통 5년마다 개정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희도 5년 후 개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지침서는 패혈증의 초기 치료 부분에 중점을 두어 만들었고, ▲패혈증 진단 ▲항생제 ▲스테로이드 ▲보조치료 등 패혈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를 많이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지침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을 폭넓게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앞으로 학회의 계획 및 방향은 어떻게 되며, 의료계·정부·국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패혈증은 매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이 발생하고 이 중 20%가 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에이즈 환자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수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성뇌졸중에 비해 패혈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1992년 이후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환자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모니터링 자체만으로도 패혈증 사망률이 감소했다고 보고(Schlapbach 등, Lancet Infect Dis. 2015)했으며, 뉴욕주에서도 패혈증 환자 자료를 수집하고 초기 묶음치료 수행률을 감시하면서 환자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고(Seymour 등 New Engl J Med 2017)했습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는 한국패혈증연대(KSA)를 중심으로 질병관리청과 함께 정책연구용역사업(‘국내 패혈증환자 관리개선을 위한 심층조사’)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패혈증과 관련된 근거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패혈증 관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에 대한 제언하면서, 의료진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 활동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패혈증은 중환자 분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중환자도 필수 의료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패혈증은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성뇌졸중 못지 않게 내과적 응급질환입니다. 조기 진단·치료가 사망률을 낮추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의료진과 정부가 같이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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