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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비되는 소청과, 소생 가능한 시기는 ‘지금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한 대학병원 교수가 “모든 소아과 의사들이 힘들어서 아이들 죽어가는 거 안타깝지만 두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할 순간이 멀지 않은거 같다며, 그 때 소아과 의사들 너무 비난은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심상치 않은 글을 남겼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원내 진료가 아닌 전원간 타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필수 진료과 학회·의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진 상황.

이와 관련해 오랫 동안 제기되고 있는 필수의료 진료과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이 어떠한지 되짚어보고 어쩌면 붕괴가 진행되고 있을지 모를 소아청소년 진료 환경을 소생시킬  방안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필수의료의 한 축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단·치료하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대해 평가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먼저 인프라 측면에서 평가해 본다면?

A. 먼저 인프라 측면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국내 통계청 자료(kosis.kr)에 의하면 2019-20 대한민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약 2.5명으로 이는 일본 2.5, 미국 2.6, 캐나다 2.7명과 비슷하며, 유럽 국가 (전 세계 1위인 오스트리아 5.3명, 2위 폴란드 4.8명, 프랑스 3.2, 영국 3.0)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내에서의 기대 수명, 암, 뇌심장질환 사망률 등의 주요 의료 지표 고려시 일본과 한국의 의료성적이 오스트리아와 폴란드보다 좋은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의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의료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파악과 이에 대한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예로 기존 군위탁교육제도 시에도 대부분 필수 의료를 외면해 왔기 때문에 10년 의무복무 등의 규정으로 필수의료 인력 또는 지역 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필수의료 대부분이 높은 노동강도와 중증도의 환자 care가 필요하나, 현재 국내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없이 높은 책임감과 윤리적 잣대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환자의 경과가 악화 시 의료소송에 휘말릴 경우가 흔해 점점 더 회피하게 되는 현실이다.


Q. 시스템과 진료환경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의료환경을 평가해본다면?

A. 우선 시스템 측면에서는 필수의료 및 중증의료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필수의료는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별도의 재정을 구축해 소아청소년과를 유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을 들 수 있는데, 일본은 소아청소년과 모든 분야 필수 의료로 지정돼 있다.

이어 진료환경 측면에서 살펴보면 1차 의료 기관의 경우 별도의 상담 또는 교육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환자 1명당 투여되는 노력과 시간이 적절히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많은 인원수의 환자를 보는 것으로 명맥을 유지했으나, 최근 인구 절감과 함께 소아청소년 인구의 급감으로 환자수의 절벽을 경험하고 있어서 많은 1차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3차 의료기관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의 고전과 함께 2017년 12월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등의 사회적 이슈 등으로 인해서 고위험 고강도의 업무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되면서 많은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기 시작, 유지되고 있다.
 
이는 2022년 현재 전국 96개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상급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률은 50%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으로 변했으며, 이 또한 서울 대형 병원에만 집중돼 지방의 경우는 최근 수년간 신규 전공의 인력이 ‘0’인 곳이 허다하다.
  

Q. 인력과 법·제도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의료환경을 평가해본다면?

A. 인력의 경우 3차 의료기관에서 전공의의 부재로 인해서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 및 응급실 환자를 교수직이 일차적으로 담당하기 시작해, 입원 환자 및 소아응급실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국 상급 수련병원 중 시간 제한 없이 24시간 소아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며, 3차 의료기관 내의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러한 진료체계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전담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의 전환이 매우 시급하다.

법·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지원책 필수적으로 필요함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소아청소년과, 특히 중증 환자를 진료하고 케어해야 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및 소아응급실 등의 전담전문의 지원에 대한 정부 지원 대책은 현재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3차 의료기관에서의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담전문의 뿐 아니라 전문간호사, 보조사, 행정인력 등 진료보조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일선 의료기관에 대한 고용 지원과 중증도에 맞는 진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입원 진료비 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의 도입 필요하다.

Q. 정부에서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를 개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청과의 의료환경 개선에 가장 시급하고 필수적으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A.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수요 증대와 필수 의료를 책임지는 전문의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현장에 임할 수 있는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해서 필수진료에 대한 상대가치 상승과 최소 2배 이상의 소아청소년 기본진료비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아까 말한 것처럼 현재와 같이 건보 재정만으로 지원을 제한 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예산 체계 확립 등을 통한 필수의료 재정을 확대해야 하며, 소아청소년 건강정책 수립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참여 증대 및 복지부내 소아청소년 정책국 혹은 소아청소년 가족부 신설 등의 검토가 시급하다.

아울러 전담 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적인 고용 재정’ 지원과 전문의 중심 진료를 위한 ‘진료 보조인력 고용’ 지원, 입원 진료비의 소아 가산과 중증도 가산 등 ‘중증도 및 연령 가산’ 정책 도입 등도 추진됐으면 좋겠다.


Q. 그밖의 소청과 환경 개선을 위해 소청과 의료진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추가 개선·도입 등을 희망하는 제도 등이 있으신가요?

A. 1차 진료의 안정화를 위해 ‘1차 진료 주치의에 의한 심층진료 상담(길라잡이 시범사업) 도입이 필요하다.

해당 제도는 소아청소년의 부모·보호자들이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내용을 모아 1차 전문의들이 할당을 받는 방식으로 전문의 1명당 일정 수의 소아청소년을 배분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1년에 4-6회 정도 심층 상담하는 각 아이들 상황에 맞는 맞춤형 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또한, 소아청소년과의 상담 및 교육 수가 신설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에는 상담 및 교육에 대한 수가나 보상 전혀 없었다. 즉, 한 명의 환자에게 3분 시간이 소요되던 1시간이 소요되던 수가가 똑같아 진료 건수를 늘릴 수 밖에 없었던 만큼, 투입하는 전문의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3차 의료기관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진료 시스템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일차적으로 전담 전문의의 조속한 확충이 필요하다.


Q. 소청과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계 등에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A. 성인 환자에 비해서 어린 영유아를 포함한 소아청소년 진료는 치료에 대한 기대도가 높으며, 보호자들의 요구도가 매우 높아서 의료진들의 감정노동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 국내 소아청소년과에도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가 존재하는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뿐 아니라, 세부분과 전문의의 전문성을 인정해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각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선발 시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를 고려해 인력 선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 내의 감염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대부분의 상급 의료기관에서 감염내과 의사는 있으나 소아감염 전문의는 없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진료의 수준 향상 위해 환자 숫자 및 수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내에서도 필수분야에 대한 지원에 대한 고려까지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Q. 그 밖의 하시고 싶은 말씀 등이 있으신가요?

A. 소아청소년과 인력의 부족으로 점차 상급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이 마비되어 가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회원들을 독려하며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진료인프라 유지를 위하여 안간힘을 쓰며 버텨 내고 있으니, 이는 학회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노력만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보다 적극적이고 시의 적절한 정부의 정책 제시가 현 문제 타개에 변곡점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며, 죽어가는 소아청소년과의 심폐 소생술이 가능한 시기는 바로 이 순간임을 간곡히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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