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정부가 소아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 따르면 달빛어린이병원을 100여 곳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비롯해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소아전문 상담지원체계’ 구축 등 다양한 방안들이 추진된다.
하지만 대한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은 34개소에 이르지만, 정작 본래 취지에 맞게 공휴일과 주말에 야간진료를 실시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두 자릿 수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또 달빛어린이병원 정상화를 비롯해 소아의료체계를 개선하려면 어떤 사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개선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알아보고자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0년에 대구에서 장중첩증을 호소한 아이가 대구 지역에서 5~6개 병원을 돌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소아응급진료체계에서 미비한 점들이 많다는 지적들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야간·휴일에는 진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적시 적소에 필요한 의료 인적자원이 부족해 환자들이 대학병원 등으로 몰려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에서 봐야 하는 중증환자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에서 응급실 과밀도를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질환의 소아 환자들이 저녁 6시 이후부터 밤 12시까지 다닐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2014년 9월부터 도입, 현재 34개소의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Q. 최근 정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방안 중 하나로 달빛어린이병원을 1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먼저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 34개소 중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에 야간 진료를 해야 함에도 5~9개소만이 공휴일과 주말에 야간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원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취지나 정책 방향을 10년 동안 전혀 검토·개선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질적으로 야간 진료를 하지 않는 달빛어린이병원이 혼재돼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된 달빛어린이병원을 100여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며, 누가 야간 진료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선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1차 의료기관과 2차 의료기관들이 밤 11시까지 야간진료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밤 11시까지 진료를 볼 경우, 병원 직원들의 환자들 케어가 12시 정도에 끝나게 되는데, 지방에 있는 간호사나 의사들은 퇴근을 할 수 없습니다. 또 나이가 젊은 병원 직원들도 야간이나 휴일에 남아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그나마 달빛어린이병원 형태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병원은 운영하면 운영할수록 적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적자를 안으면서 병원을 운영할 수는 전혀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제도적으로 병원 직원들에 대해 일정한 수가 보상 또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Q. 대한아동병원협회장 시선으로 봤을 때에 소아에 대한 필수·응급의료를 개선하려면 어떤 개선안 등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환자들은 적시 적소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가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소아전문 상담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 아이가 아픈 상황이 발생하면 콜센터 서비스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경증 환자라고 해도 100명 중 1~2명은 중증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전화를 통한 상담으로 아이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구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밤에 고열이 발생한다면 90%는 단순 고열이지만, 1%는 폐혈증일 수 있습니다. 패혈증의 경우 병원에 가서 검사와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 정부에서 발표한 개선안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으며, 현재 응급의료체계와도 맞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시스템을 단계별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들이 야간에 광역 또는 지역거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게 된다면 의료인력과 병상 확보 여부에 따라 중증환자를 놓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더 센터화 또는 거점화가 추진되어 버리면 중간 단계의 환자를 받아줄 의료기관 등이 없어 심각한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증은 경증대로, 중증은 중증대로 중증도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응급실 중증도 분류체계인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거점 응급의료기관은 구급차를 타고 가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습니다. 의식 불명이거나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탈수 또는 외상이 있는 중증 응급환자만 받아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KTAS’의 소아응급 분류 중에서는 민원이 많다보니 38도 이상의 열이 나면 전부 다 응급환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해열제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경우 등도 응급환자에 해당하는 과잉 분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반대로 과소분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자가 꼬이거나 장중첩증이 있을 경우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KTAS’에서는 3~4등급의 환자로 분류될 뿐입니다. 응급환자로 취급을 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KTAS’를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Q. 그 밖에 정부 및 의료계 등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제도가 무너지는 데에는 6개월 또는 1년 만에 무너질 수 있는 반면, 제도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에는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소아의료체계는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에서 탁상공론 행위를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