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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아동병원협회가 제안하는 소아의료체계 개선방안은? ②

최용재 회장 “아동병원에 소아응급실 역할 맡기려면 걸맞는 지원 필요”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응급검사의 재량권 확대’를 비롯해 ▲아동병원-소방청 대응체계 마련 ▲‘소아청소년 의료과’ 신설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 ▲아동병원 입원전담의 지원 ▲진단·치료 장비 투자·지원 등을 제안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6월 30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안단테룸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일선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해결 및 환자 등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안 및 촉구했다.

이창연 부회장(부산 아이사랑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800명 수준이지만 올해 100여명으로 정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고년차 전공의가 수료하는 내년 초가 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거의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내년부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전하면서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소아응급환자의 진료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소송 사건 이후 전공의 지원율 급감과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및 의료 사고 부담감 증가로 인한 탈 소아청소년과화와 초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불투명한 미래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아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과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일선 소방구조대원의 경우 아동병원 응급 환자를 돕고 이송하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병원에 내원하면 매우 미안해하고 아동병원 역시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내원으로 당황해한다”면서 “소아응급 환자 진료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아동병원 내에 추가적인 인적 물적 기반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용재 회장은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는 소아의료시스템의 붕괴로 발생된 만큼 소아 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소아청소년 의료과’를 복지부 내에 신설해 빈사 상태의 현 소아 진료체계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어린이의 건강과 성장을 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어린이 건강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더불어 “초저수가로 인한 아동병원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고 소아응급환자 치료 극대화를 위해 CT 등을 포함한 진단 및 치료 장비 투자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대학병원에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입원전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최용재 회장은 아동병원들이 고가의 장비인 CT·MRI를 도입·유지하기에는 환자 1명을 진료하면 받을 수 있는 수가가 10만원 밖에 되지 않고, 응급수가와 검사 등도 제한되는 현실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움을 강조하며, 수가를 현실화하거나 의료장비를 대신 구매해서 지원해주는 방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 역할을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소아응급환자의 치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병원에서 시행하는 응급검사의 재량권을 응급실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창연 부회장(부산 아이사랑병원장)도 “환자가 안 좋아서 여러 검사를 진행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싶은데, 이 경우 수가 삭감이 많이 이뤄지다보니까 검사가 힘드니 다른 병원으로 전원보내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힘을 보탰다.

이어 “무차별적인 삭감으로 인해서 검사를 할 수 없어 환자 파악이 힘들고, 효과가 좋은 약을 환자에게 사용해도 비싼 약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성토하며, 이 부분을 정부가 감안해줬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참여 진료협력체계 공모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한아동병원협회도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제안 및 논의하기 위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관 부회장은 시범사업이 시행된 이유 중 하나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아의료체계 붕괴 등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현재 전반적으로 소아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아동병원이 돌보는 중증도가 많이 올라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아동병원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가 없어 기본적으로 권역 안에서 여러 네트워크들이 필요하고, 수술이 필요한 병원과 처치가 필요한 병원 등을 권역별로 묶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제안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과 관련해 대한아동병원협회도 협회 차원에서 많은 의견을 개진했었고, 아동병원 차원에서도 각 권역별로 준비하는 한편, 협회에서도 TF팀을 꾸려서 보건복지부에 어떤 구조·방향이 더 좋은 방안일지 고민해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성관 부회장은 “시범사업을 실시해도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에서도 아동병원과 소아의료체계가 전반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제도가 잘 안착돼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와 돌봐야 하는 질환의 중등도가 올라가는 부분 등이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위기’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소아의료에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관 부회장은 “현재 저출생에 있어서의 어떤 권역에서 환자들의 접근성에 맞춰 어느 정도의 진료를 추구해야 하는 것인 지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동병원에서 최종 완결형 진료가 되면 좋겠지만, 대학병원 존재를 고려하면 아동병원에서 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최선을 다하는 대신 환자들의 접근성을 좀 더 용이하게 하고, 주말·야간·공휴일과 같은 취약 시간대 진료나 질병이 중등증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용재 회장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들어오지 않은 지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아의료 인프라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는 연세가 있으신 의사들이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임을 전했다.

이어 “아이가 꼭 죽어야만 하나요?”라고 반문하면서 누군가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해야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회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저출산 예산을 이상한 데 쓰지 말고, 저출산 정책을 통합한 뒤에 아이들에게 쓰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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