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체계의 붕괴로 인해 아동병원의 소아의료 응급실화가 심각한 단계까지 진행됐으며, 아동병원에 내원한 소아응급환자의 소아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 전원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6월 30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안단테룸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6월 27~29일 오전 동안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조사 결과, 117곳 아동병원 중 50곳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구급차로 전원되는 매월 응급환자 수 질문에 5건 이하라고 답한 경우가 56%였지만, 각각 ▲6~10건 22% ▲11~15건 4% ▲16건 이상 6%에 달하는 병원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아동병원은 120건에 달하는 119전원 환자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으며, 응답한 전체의 90%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의 대체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1개월간 구급차로 이송받은 환자 중 준중증 이상 환자 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5건 이하가 52%로 많았지만, 6~10건에 달하는 비중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각각 나타나 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 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아 의료 사고 위험성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상가상으로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 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이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72%로 조사됐으며, 아동병원이 중증 위급환자를 대학병원 전원시 환자 1명당 연락해 본 병원 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5건 이하가 90%로 가장 많았으며, 6~10건도 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증환자 중 지난 1개월간 환자 거주 진료권역을 벗어나 전원이 되는 비율도 50%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는 장거리 전원을 의미하는 것이자 자칫 골든타임을 넘어가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재 각 지역의 붕괴된 소아의료체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우선 부산·경남·울산 등 영남권의 경우 ▲고신의료원(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등은 소아과 전공의의 부재와 교수님들의 격무로 소아과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시기가 2~3년이나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유일하게 해운대백병원이 소아과 전문의를 따로 응급실에 고용해서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주중에만 응급실 진료를 통해 입원이 가능하며, 주말에는 응급실 진료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현재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양산부산대병원으로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양산부산대병원은 경남 일대의 300만 인구와 부산의 330만 인구 중 유일하게 소아 응급실 진료가 되고 입원이 되는 병원이다보니 환자가 폭주하고 있어 진료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황으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부산시청으로 정식 공문을 보내 부산 환자는 부산에서 해결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요청을 하는 한편, 달빛어린이병원에도 평일 야간 진료를 독려하는 요청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었다.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에서는 대학병원이 8개가 있으며, 그중 소아응급센터 2개와 상급병원 4개는 서로 중복되지 않아 최소 6곳에서 소아중환자를 수용을 해야만 하지만 소아 당뇨성 케톤산혈증으로 전원 경우 실제 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겨우 1~2곳에 불과했으며, 소아경련이나 뇌기능 이상 등 혼수 의식 저하가 있을 때 중환자 응급 입원 진료가 가능한 곳은 1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금요일부터 야간 휴일은 불가능했으며, 119 구급대에서 요청해도 수용이 거부되고 있었고,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도 전원이 어려워 119에 의해 아동병원으로 무작정 내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전남·전북·광주 등 호남권의 경우에는 현재 조선대병원은 응급실을 주간에만 운영 중이었고, 전남대병원은 교수님들이 야간당직까지 하면서 겨우 유지를 하고 있었다.
특히, 전남대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은 교수님 1분이 40명 가까이 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어 체력적·정신적으로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빠져있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가 되어버린 이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례 등도 소개했다.
이창연 부회장(부산 아이사랑병원장)은 “안색 등이 파랗게 변한 1개월된 아이의 반응이 좋지 않아 아이 이모가 아이를 안고 급하게 병원을 찾아온 적이 있는데,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119를 불러 대학병원에 이송시키려고 하니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 담당 소아과 전문의으로부터 입원을 못 시키니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라”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처럼 아픈 아기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간신히 들어가거나 그마저도 힘든 경우에는 아동병원에 119구급대가 아이를 무작정 밀어 놓고 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오죽하면 아동병원 의료진들이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한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 보호자에게 응급실을 찾아 난동을 피워서라도 아이가 제때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상황도 있었음을 전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카부키증후군으로 심장수술 후 뇌전증으로 치료중 인 환아에게서 세균성 폐렴이 발생하자 지역 대학병원에서 입원이 어려워 아동병원에서 입원했다가 원래 갖고 있던 가부키증후군의 면역 기능 저하로 폐렴이 급격히 진행되고 호흡부전 발생해 전원 가능한 대학병원 찾다가 진료권역을 넘어 겨우 전원을 시킬 수 있었는데, 전원을 받고서도 도로 돌려보낼 수 있으면 보내겠다는 무서운 전화가 온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용재 회장도 4개월된 아기가 항문 주위 고름집이 잡혀서 항문외과와 대학병원 등을 돌다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못 찾고, 아동병원에 와서 수술하고 입원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술할 외과의사는 있는데, 수술 후 배후진료를 해 줄 수 있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아동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해야만 했던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14세 아동이 심한 두통 후 쓰러져 무반응상태 의식 저하로 119구급대로 소아응급센터·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응급실 수용 거부로 아동병원으로 오게 됐으며, 권역응급센터 등에서는 14세의 소아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으며, 소아 중환자실 빈자리 및 입원을 찾고자 전화만 1시간 한 뒤, 권역을 벗어나서 겨우 이송될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
더불어 안와 봉와직염으로 안과에서 진단 후 소아과 입원을 권유받았던 1세 아동이 입원을 위해 5개 병원을 방문해도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답변에 처음 아동병원에 울면서 사정하고서 입원할 수 있었던 사례 등도 소개됐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처럼 아동병원의 소아의료 응급실화로 인해 아동병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정성관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응급 환자 이송이 안될 경우 그 환자에게 여러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법적 책임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2중고를 겪고 있음은 물론 소아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의해 내원했을 경우 일반 진료를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들이 장시간 대기 중 상당수가 불만을 터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 및 중증 치료로 인해 소아과 외래 간호사들의 혼란 및 불만이 가중되고 대기 중인 환자들이 마치 병원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오인해 환자 보호자들이 아동병원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에 대한 법적·제도적·정책적 대책이 마련돼야 소아응급환자와 아동병원 모두가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