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같은 미래의 팬데믹을 대비하려면 병상 확보 및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 대응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보건의료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필수의료의 수직적 보편성 달성과 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2023년 1차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이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 대응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정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미래의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을 대비하려면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중요한데, 다양한 감염병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평균 800~2000병상 정도의 중증 환자 병상이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을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보 가능한 감염병 병상은 ▲국가 지정 입원 치료병상 300여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180여개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200개 미만 등으로 800개에 미치지 못하며, 중증환자 병상은 최대 확보해도 300개 정도만 가능해 병상을 확보하려면 민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병상 확보의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적인 예측이나 장기적인 예상에 기반하지 않고 당장 진행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형태로 진행됐던 상황.
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의료기관에 투입된 손실보상 비용이 8조원에 가까운 점을 강조하며, 과학적인 예측을 통해 병상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면 국비나 건강 보장의 관점에 있어서도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고, 병상 지정·전환 준비에 있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의료 대응 정책의 대규모 후향적 평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우선 정 교수는 코로나19를 대응하면서 2조원이 투입된 경구용 치료제 구입 비용을 비롯해 ▲예방접종 ▲항체 치료제 ▲대규모 진단 검사 등에 건강보험 재정에서 많은 비용이 활용됐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치료제 구입 비용과 진단 검사 비용 및 예방접종 비용 등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후향적인 평가를 통해서 비용 효과성과 도입 시 어떤 조건들이 필요했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필요한 항목과 본인 부담의 의무 부여가 필요한 항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향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통합된 DB가 필요하며, 병상 배정 부분에서도 팬데믹 상황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카카오톡 단체톡방 또는 Excel에 기입하는 등의 수작업 과정에서 벗어나 국가 중심의 전산화된 체계 마련을 통해 병상 배정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업무를 간소화·효율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T에 대한 부분들과 방역 정책의 거버넌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고, 거버넌스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에서도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감염병 팬데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팬데믹 대응에 있어 예산도 중요한 사안이므로 팬데믹에 대비하는 ‘감염병 위기 대응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먼저 ‘의료부양비’와 관련해 “의료비용이나 건강보험 재정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노인인구의 의료비는 유소년 인구의 의료비보다 높음은 물론, 급격하게 높아지는 고령 부양자만큼 의료부양비도 급격하게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 교수는 의료부양비 증가 추세가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에는 의료부양비의 증가 폭이 건강보험료율 증가 추세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음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건강보험이나 의료비에 대한 미래 재정에 대한 추계에 대해서도 가정이나 미래의 최악의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 반영 여부에 대한 높은 불투명성 등이 있으므로 추계의 방법론적인 발전이 요구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전체적으로 재정 악화 예측에 있어 지출 관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지출 관리를 위해서는 비용 효과적인 신기술 도입을 비롯해 비급여·실손보험에 대한 여러 조정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편적인 보장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과거에는 우리가 추구하던 건강 보장의 개념은 경증·중증 질환에 대해 일정한 비율로 일정 범위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수평적 개념’이었다면 미래의 저출산·저성장 시대 및 비용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감염병처럼 국가의 피로나 당면한 위기에 대한 대응 ▲중증·외상 등 필수의료에 대한 폭 넓은 보장을 제공하는 ‘수직적 보편성’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영역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급여와 비급여 부분 역시 수직적으로 가산해 보장해주고, 경증 질환이나 의료 보장의 필요성이 감소하는 영역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보장의 기능을 줄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민간의료의 업무 의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료에 집중된 여러 재정 지출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음 팬데믹에서는 재정 지출을 최대한 효율화할 수 있는 후향적인 근거 생성과 평가 작업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