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과 · 병리과 · 방사선종양학과를 선택한 전공의 10명 중 7명이 해당과 지원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답한 가운데, 해당 과에 대한 전공의 기피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 열악한 수련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14일 핵의학과 · 병리과 ·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의견수렴을 위해 회원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먼저 '후배 · 동생이 지원한다면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4%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 이유로는 △개원하기 힘든 과 △병원마다 천차만별의 수련환경 △일자리 부족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주로 꼽혔다.
특히 '전문의로서 필요한 역량이 100%일 때 현 수련환경에서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29%가 '1% 이하'라는 답변을 했다. 응답자의 68%는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의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답해, 체계적이지 못한 연차별 수련환경에 대한 불만을 직접 드러냈다.
A전공의는 "학문에 대한 흥미와 함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규칙적인 수련 시간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며 해당 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수련보다 일에 치중하여 수련에 대한 커리큘럼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업무가 많아 교육 · 연구에 대한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다."면서, "1년 차부터 4년 차까지 수련내용이 모두 동일하다. 수련을 마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토로했다.
B전공의는 "전공의 수는 자꾸 줄어가는데 일이 너무 많다. 교수 일을 대신 봐줘야 하는 경우는 물론, 타과는 호스피탈리스트 등 인력보충을 통해 처우가 개선됐으나 본과는 전문의 · 일반의 고용이 어려워 인력보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부족한 인력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C전공의는 "판독 준비를 위해 밤늦게까지 야근하거나 주말에 나와 일을 하더라도 당직 · 수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다른 과가 주 80시간 상한에 맞춰 점점 일이 줄어드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수련병원 내의 전공의법이 준수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많이 제기됐다. 그중 수련 기간 단축 · 통합수련 등 다양한 의견도 있었다. 전공의들은 배움에 목말라 있는데 현장에서는 논문 · 잡일 등 인력을 부려먹기 급급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 취업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역량 중심의 수련 프로그램 개발 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전국의 핵의학과 · 병리과 ·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수련하는 전공의 회원의 고충 · 의견을 듣는 소중한 기회였다. 대전협은 일선에서 일하는 전공의 회원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 기울일 것이다."라면서, 어려운 설문에 응해준 회원에게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