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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코로나병동 전공의들, 일반환자 처치·수련환경에도 ‘악영향’

야간 코로나병동 담당 내과 전공의 1명 불과
내과 전공의 90% ‘수련교육 질 저하’ 경험

코로나19 전담병동 운영으로 인해 중환자·일반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코로나19 전담병동 운영에 따른 수련환경 및 전공의 과로 실태 파악을 위해 전국 수련병원의 내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COVID-19 병상 운영 관련 내과 전공의 실태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 추가적인 인력과 인프라 확보 없이 만들어진 코로나19 병상에 기존 전공의들이 투입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진료에도 큰 차질을 주게 돼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코로나병동의 경우 88.8%가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으나 병원별로 중환자 관리를 위한 장비나 인력 등의 부족으로 기존 중환자실을 분리해 코로나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처치가 늦어지거나 적절한 처치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전공의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인공호흡기까지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해서 일반병동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라며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이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환자뿐만 아니라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에게도 필요한 처치가 지연되고 있었다.

야간에 95%의 대부분의 병원에서 코로나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는 1명에 불과했고, 이 중 74.8%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으며, 야간 당직 시 의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는 10명이 14.6%로 가장 많았다.


특히 레벨D(Level D) 보호장구를 필수적으로 착용한 후 코로나병동에 출입한 후에는 전자기기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서 코로나병동 외 다른 병동 환자 상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 더 나아가 코로나병동이 다른 건물에 있는 경우도 많아 일반병동 환자 응급상황 시 대처하기가 힘들다는 것.

또한, 코로나병동은 중환자실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내과 전공의 중에서도 상급년차가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응급상황 발생 시 년차가 낮은 전공의가 상급년차와 원활하게 상의하는 게 어려워 이 또한 환자 처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B전공의는 “인력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타 분과 수련 중인 전공의도 코로나병동에 배치해달라고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병동 담당에 따른 추가수당 혹은 위험수당을 받고 있는 전공의는 13.8%에 불과했고,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72.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당을 받고 있는 전공의 사이에서도 일일 지급액수가 적게는 2만 9000원, 많게는 10만 원 이상으로 극명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로나병동 운영 참여가 환자 처치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중 89.9%가 수련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고, 71%는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수련교육 질적 저하를 경험한 전공의들 대부분이 ‘다양한 임상교육 기회가 감소했다’(97.1%)고 응답했고, ‘교육시간 감소’(56.5%), ‘외래 참관 일수 감소’(24.6%), ‘술기 시행 기회 감소’(24.6%)가 그 뒤를 이었다.


수련 교육의 질 저하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C전공의는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나 주간에 코로나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적고,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병동이 마련돼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코로나병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환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중환자실 수련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고, 특정 분과에 편중된 업무만 하게 되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털어놨다.

D전공의는 “레벨D 방호복 입는 법을 실습해볼 수 있는 것 외 다른 이점이 없으며, 솔직히 코로나병동을 전공의 교육과 연관시키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전공의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판데믹 상황이라 전공의들의 힘이 필요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수련기회 감소 및 열악한 근무요건에 대한 처우개선 및 충분한 보상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라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충분한 정부 지원이나 대책 없이 코로나 병상만 늘린 결과 전공의 특별법 조차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하게 돼 안타깝다”라며 “코로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피교육자 신분인 내과 전공의들을 값싼 코로나 대응 인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내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 향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내과 의사로 키우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협은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상 운영이 장기화 될 것을 고려해 내과에 국한하지 않고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및 각 병원 전공의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코로나 업무 지원에 차출된 전공의들의 민원을 접수해 추가적으로 조사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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