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이 전환됐을 때 국내 방역체계와 의료대응체계는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박주민·신현영 의원 등이 ‘단계적 일상회복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주최한 위드 코로나 관련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1년 반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한 지금의 방역정책은 지속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에 맞는 지속가능한 새 방역전략의 수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수가 우리나라에 수십 배에 달하는 미국과 영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병상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결과가 생겨났다”고 비판하며 “앞으로는 우리나라 확진자 수에 맞는 확진검사와 철저한 접촉자 격리,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병상과 인력을 일정 수준 이상 충분히 확보하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크고 방역효과가 떨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최소화 또는 완화하고, 대신에 확진검사와 접촉자 관리를 위한 보건소 방역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치료병상과 인력을 늘리자는 것.
또 김 교수는 전 국민 70%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11월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하면 12월에서 내년 1월 중에 올 수 있는 5차 유행과 맞물리면서 내년 봄까지 위드 코로나 전환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라면서 “추석 이후에는 정부가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발표하고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전환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진료체계를 갖추고 현재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의 감염병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근거에 기반한 방역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위드 코로나 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역할 강화와 재택치료 활성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재 9월까지 전국 516개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서 항체치료제를 투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해열제 등을 처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앞으로 선별진료소의 기능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유증상 고위험군에 항체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집에서 치료효과를 모니터링 하는 방법들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경구치료제가 출시돼 이 약을 택배 등을 통해 자택에 있는 환자에게 보내고,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해준다면 재택치료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병원급 의료기관에 되도록 설치하게 유도하고, 이를 원하는 의원급 중에도 설치해 병원 외래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면 일상적인 외래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이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기관에 내려진 병상동원 행정명령과 중증환자 긴급치료병상 확대와 관련해 현재 손실보상체계의 임시수단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 같은 조치들을 의료보험 수가체계로 변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손실보상체계 조치들을 의료보험 수가체계로 변환해서 코로나 전담병상을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그 병동에서 환자들을 볼 수 있게끔 개편된다면 병상도 늘어나고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을 언제든지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1인실 호흡기감염병 전용 중환자실을 종합병원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다면 지금처럼 긴급중환자병상을 지정했다가 취소하는 상황이 아닌 일상적으로 국내 의료체계 안에서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