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더운 나라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말라리아 발병자 수는 2018년 1.11명, 2019년 1.08명, 2020년 0.7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5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OECD 38개 나라 중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국가는 그리스,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와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의 말라리아 발생률은 지난 2020년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과 보건 환경이 열악한 콜롬비아가 가입하기 전까지는 줄곧 OECD 1위였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 WHO가 우리나라를 ‘2020년까지 말라리아 퇴치가 가능한 국가’로 지정한 이후 질병관리청은 의욕적으로 ‘말라리아 재퇴치 5개년 실행계획(2019-2023)’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해당 계획을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말라리아 발병자 수를 ‘0’으로 만들어 WHO로부터 말라리아 퇴치인증을 받겠다는 질병관리청의 계획은 작년과 올해 599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계속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이유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열악한 보건 상황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인 말라리아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모기 유충 등에 대한 충분한 방제가 필요하지만, 휴전선 이북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말라리아 발병자 중 상당수가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 등 북한 접경지역에 집중된 점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데, 우리나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는 북한 지역 모기 방제 등의 대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북한의 말라리아 퇴치 지원을 위해서 질병관리청에 편성돼 있는 예산은 연간 1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마저도 매해 한 푼도 쓰지 않고 불용 처리 하는 실정으로, 해당 예산은 명목상 존재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집행은 되지 않는 ‘유령 예산’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말라리아 퇴치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근본 대책인 휴전선 이북 지역의 모기 방제 등 지원은 소홀히 했던 셈이다.
고영인 의원은 “UN이 인정한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후진국형 질병’인 말라리아가 계속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접경지역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인 북한 말라리아 퇴치 지원에 더욱 실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