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넘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 보니 지역별 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이송하거나 선별진료소 업무를 보는 등 방역 최전선에 있는 공무원들과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적색등’이 켜졌다.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가원·이정환 교수 연구팀(울산의대 안명희·이주희·정석훈, 충청북도정신건강센터 김은정, 성신여대 서수연)은 선별진료소에 근무하거나 지역별 코로나19전담병원으로 확진환자를 이송하는 등의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 9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이 이들의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며 소진과 스트레스,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설문조사 결과, 여성과 연차가 낮은 공무원에게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더 취약했다. 이는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많고, 경미한 신체증상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임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기혼 공무원은 미혼보다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보였는데, 이는 자신의 보호뿐만 아니라 자녀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안전까지 신경 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공무원의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중요함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의료 종사자의 회복탄력성 효과에 대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은 소진과 고통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우울증은 개인의 심리적 능력이 소진됨에 따라 회복탄력성을 감소시키며, 회복탄력성이 저하되면 개인이 스트레스에 대처하지 못해 우울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연구팀은 “지역 공무원들이 최전선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의 감염 우려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무원의 업무 스트레스와 불안 반응 패턴을 면밀히 관찰하고, 소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은 13일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제36권 36호에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시 공무원의 우울 및 회복탄력성이 업무 관련 스트레스 및 불안에 미치는 영향(Effects of Depression and Resilience of Public Workers on Work-related Stress and Anxiety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논문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방역 관련 업무 공무원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스트레스 과부화로 우울함의 ‘코로나 블루’가 분노 등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 블루와 레드 사이의 균형잡힌 정책대응과 함께, 방역만을 철저하게 강조하던 종전의 분위기에서 마음건강을 좀 더 배려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형태의 코로나 대처방식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8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151명)과 올해 8월(338명) 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진료환경 변화’에 대한 설문을 실시, 그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들 중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조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 중 10~29%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답한 전문의는 36.5%에 달했으며, 30~49%는 22.8%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1차 응답과 비교했을 때 각각 36.7%, 23.3%와 유사했다.
또 신규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 증상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심리적 고통이라는 응답이 1차 조사 대비 2차 조사에서 상당히 증가했다.
신규 환자 10~29%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주 증상이라고 답한 전문의는 23.2%에서 35.4%로 크게 증가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를 코로나19 유행과 관련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된 심리적 증상은 불안, 우울, 답답함, 무기력, 짜증 순이었으며, 1차 조사와 비교하면 분노, 대인관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심리적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1차 조사 때 양육부담, 동거가족의 특수성(노인 혹은 장애인 등), 경제적 여건 등의 문제가 꼽혔다면, 2차 조사 때는 양육부담, 경제적 여건, 직업 등의 문제가 꼽혀 코로나로 장기화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과 함께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 블루 환자와 레드 환자의 비율이 7대 3 정도에 달한다는 전문의 의견이 35.8%로 가장 높아, 이전보다 코로나 레드를 걱정하는 전문의들이 많아졌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 블루 및 레드의 호전을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 ‘향후 방역 전략을 전환해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36.7%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책임성 있는 개인위생 관리를 전제로 사회경제적 활동 참여를 장려한다’는 응답이 27.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예방을 위해 개인의 감염병 예방준칙의 철저한 준수를 강조한다’는 응답은 11.3%에 그쳤는데,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를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방역 대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코로나 초기에는 불안과 우울이 주된 증상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은 감소한 반면 우울과 답답함 그리고 무기력감이 상당히 증가했다”라며 “또한 짜증, 분노도 상당히 늘어 코로나 레드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코로나 블루 및 레드의 호전을 위해 우리 사회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불안증을 줄여나가야 하며, 방역의 전략을 변경하고, 책임성 있는 개인위생관리를 전제로 사회경제적 활동을 조금씩 늘려나가야 한다”면서 “코로나 사태의 연착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도 조심스럽게 고려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 블루의 장기화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우울은 물론 답답함 심지어 분노와 짜증을 증가시키고, 무기력감을 증폭시켜 정신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방역만을 철저하게 강조하던 종전의 분위기에서 마음건강을 좀 더 배려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형태의 코로나 대처방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