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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WHO도 기막혀한 감염병 조사·연구?…“적시성 있어야”

감염관리 업무 대한 인지도 개선돼야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효적인 감염관리 교육 필요
‘2022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료 심포지엄’ 개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적시성이 있는 감염병 연구가 실시돼야 하며, 노인의료복지시설과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속적이면서도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감염관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료본부에서 주최하는 ‘2022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료 심포지엄’이 17일 ‘위기 속 보건의료체계의 대응: 공공병원의 역할’을 주제로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진리관 6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방지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시성이 있는 조사 및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감염병 유행 다 끝나고 나서 해당 감염병에 정확히 알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라면서 “감염병 유행 초기에 감염병 및 유행 역학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해당 감염병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초기 우리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를 겪게 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의 데이터를 얻고 싶어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오히려 WHO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보일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감염병 연구 실태에 대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방 실장은 “WHO 연락을 받은 후 연구비를 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하려 했더니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해당 연구를 진행하려면 경쟁 입찰 방식에서 선정되고, 연구 관련 평가 등을 거쳐야 해 최소 한 달 반 뒤에나 관련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러한 질병청의 답변을 WHO에 전달하니 WHO에서 기막혀 하면서 그 뒤로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라고 본인의 경험을 거론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감염병 연구 속도에 대해 비판했다.

또 영국을 비롯해 감염병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는 나라들은 각 자국 내 코로나19 감염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월에서야 항체 양성률 조사가 이뤄진 것을 언급하며 “이런 게 우리나라의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무엇보다 방 실장은 “적시성 있는 잘 된 역학조사 정책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결성이 있는 훌륭한 자료이지만, 모든 환자를 쫓아다니면서 역학조사를 실시했음에도 완결성이 떨어져 정책에 사용할 수 없는 역학조사는 바람직하지 않음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 사례로 2020년 1월 말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2000~3000명이 연일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유행이 안정되고 있다”라는 발표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코로나19 확진 시점은 피크였지만, 최초 증상 발생 사례는 1월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적시성 있는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방 실장은 “증상 발생 직전 내지는 증상 발생 초기에 전염력이 높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병은 역학조사를 실시해 환자를 격리한다고 해서 환자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자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역학조사가 효과가 없다면 역학조사에 들어갈 돈을 희생자 줄이는 방향으로 투입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의 감염병 대응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미선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감염관리 담당 교수는 노인 요양시설의 코로나19 확산은 시설의 종사자가 다른 종사자에게 전파를 시키고 입소자에게 전파를 시키는 형태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 대부분이 4~6인실로 구성된 다인실이고 입소자 대부분이 혼자 거동이 힘들어 24시간 또는 요양보호사와 밀접 접촉을 할 수 밖에 없는 특성상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센 감염병에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노인요양시설의 감염대응 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노인요양시설 내 감염병 전담 인원 부재를 비롯해 방역·대응지침은 시의성·현실성이 결여됐고, 격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산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해결할 방안이 미비했으며, ‘서울시→자치구→노인요양시설’로 이어지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현장에서 겪는 애로 사항 및 문의·건의사항들을 전달할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전문적인 교육이 없이 지침에만 의존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가 잘못된 방식으로 방역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감염 관리 교육을 정부에서도 vod 형식으로 제공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쳐 지속적인 감염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와 함께 한 교수는 노인요양시설 내 공간이 협소해 확진자들을 격리할 공간이 부족한 문제점이 발견됐으며, 적은 수의 요양보호사들이 감염병 대응 업무와 어르신 관리를 모두 해야만 하는 업무 가중이 심각한 상황이 펼쳐진 것에 대해 지적하며, 노인요양시설에 포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했다.

이외에도 노인의료복지시설 감염관리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감염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거나 교육을 받더라도 교육 내용이 어렵고 실무에 맞지 않는다는 응답이 제기된 점을 근거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감염관리 교육이 필요하며, 그 외 감염관리 활동 담당 인력과 보호장구 지원 및 공간 구분에 대한 조언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 교수는 “지속적인 감염 관리 교육과 노인 복지시설의 밀축도 완화, 감염병 전문 인력과 기본적인 환기 설비 등을 갖추는 등 감염병 대응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으며, 감염병 대응을 노인의료복지 시설이 오롯이 다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 의료기관과 연계해 감염병을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고령의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집단 생활하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은 감염병 발생 시 위험이 높고 중증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소병원 감염관리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중소병원의 감염병 관리·대응에 대해 발표했다.

문 교수는 먼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767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전국 의료관련감염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염관리위원회·감염관리실 운영의 현황의 경우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법정기준을 만족해야 해 70%~80%가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된 반면,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은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감염관리 프로그램 계획 및 평가 현황의 경우, 100병상 미만의 병원은 31.0%, 100병상 이상 병원은 45.7%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제외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감염 관리 프로그램 계획·평가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향후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81.2%가 감염관리 인력 확충 지원을 꼽았고, 이어서 10곳 중 6곳 이상에서 ▲감염관리 수가 ▲감염관리 지침 ▲감염관리 교육 등의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문 교수는 “최근 중소병원·요양병원 10곳의 감염관리 전담자와 미팅을 가진 적이 있는데, 모두 간호사 이상의 의료인일 줄 알았으나, 1명은 10년 정도 특정 병원에 근무하신 사무 담당자였다”라고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병원 감염관리 실태를 전했다.

특히 “해당 병원에서 사무 담당자를 감염관리 전담자로 지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감염 관리 담당자를 경직 발령하면 업무가 능배되고 책임이 부과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매번 차질을 빚거나 담당자를 교체해야 했고, 업무 전문성·연속성을 유지할 수 없어 병원에서는 사무직에게 감염 관리 업무를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염관리 업무의 연속성·전문성을 확보하려면 3년 이상의 감염관리실 근무 경력을 갖춰야만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와 계획을 세울 수 있으나, 같은 직군·업무에 3년 이상 근무 시 오히려 진급 등에 불이익이 되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며, 감염 관리 업무가 일반 업무와 다른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요양기관 담당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수능 문제집 많은데, 이 문제집들 다 풀면 누구나 1등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지 않듯이 ‘지침·툴키 등을 만들어줬으니 이거 보고 열심히 감염관리 업무 수행하세요’는 무책임한 말인 것 같다고 비판하신다”라면서 현장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중소병원 감염관리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의료기관 및 감염관리 업무 담당자 간 전문 교류 확대와 실질적인 의료기관 감염관리 조사/평가 시스템 도입, 감염관리 체계 구축 등 제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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