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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 대한 12억 배상 판결은 ‘부당’

최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판결한 뇌성마비 신생아 사건의 당사자인 신생아와 부모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냅니다.

법원은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최선을 다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너무 가혹한 판결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법원에서 간과한 쟁점에 대해 말씀드리며 상급심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1. 보험금 사건의 감정 결과만을 증거로 채택했다. 

법원은 산모가 보험사를 상대로 잔여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의 진료기록 감정 자료를 증거로 인용했다. 

구체적으로 감정인은 “병원을 방문한 주된 목적이 진통이 아닌 태동의 감소인 이상 일련의 과정은 병원측이 주의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고, NST 검사상 박동성이 소실됨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즉각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 여부가 쟁점인 관련 사건과 피고인 병원 측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인 당해 사건의 차이를 고려해 향후 항소심에서 감정의견서를 추가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 법원은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간과해 판단했다. 

산모가 병원에 내원한 2016. 11. 20. 23:30경은 이미 태아 곤란 증에 빠진 상태로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며, 태아 심음의 변동성(beat-to-beat variability)의 소실이 있었다는 기록만으로도 태아 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감정인의 의견서에도 “NST 검사상 박동성이 소실됨에도 불구하고”라고 기록된 점으로 보아 박동성이 소실이라는 표현은 산모가 내원 당시에 이미 태아곤란증이 있었다는 점은 뇌성마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궁 내 감염이 그 원인일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뇌성마비의 원인이 분만 당시에 분만 손상으로 발생했는지 아니면 임신 중 태내 감염에 의해서 발생했는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자료로 보아야 한다. 

분만 전 태아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현대 의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태아곤란증을 정확히 정의하기는 곤란하지만, 태아 심박동수만으로 판단할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의 사항이 나타날 경우 인정받고 있다. 

첫째, NST 검사상 박동성이 소실, 기저 변동성이 없어지고(감소가 아닌 소실) 반복적인 만기 심박동 감소 혹은 변이성 심박동 감소가 있는 경우이다.

둘째, 기저 변동성이 없어지고 태아심박동의 서맥이 있는 경우 등이다. 원인으로는 만기심박동 감소 소견을 보이는 경우는 산모의 저혈압, 과도한 자궁수축, 태반기능부전 등이 있고, 변이성 태아심박동 감소는 제대압박 등이 있다. 

태아 곤란증이 있으면 상황이 악화되면 중증 태아 심박동 감소와 동반되거나, 지속적인 기초 태아 심박동수의 감소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으로 봐야 한다. 

3. 의사가 대면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이를 주의 의무 위반으로 판단할 수 없다. 

비록 환자를 대면 진료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간호사의 스테이션과 의사의 당직실에서 태아 심박동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고 실시간 연동이 문제가 없었다면 분만실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태아의 심박동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산모를 관찰하면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의해서 NST와 관장을 시행했다. 

담당 의사는 상태를 계속 면밀히 측정·관찰하면서 조치가 필요한 변화가 감지된 01:00경 NST가 경고음이 울리면서 80~90회로 심박동이 감소한 상태를 확인 후 산소 공급과 수액 공급 좌측 위 변경 등의 충분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응급조치 후에도 심박동수가 정상으로 회복되다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자 01:12분에 수술을 결정, 바로 수술준비 후 01:25분 수술을 시작해 01:33분경 출산하게 된 것으로 제왕절개로 심박동 감소가 처음 나타난 이후 수술 전까지의 심박동은 정상 범위를 유지한 상태로 수술을 시작했고 수술 시작 후 8분 만에 출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태아심박동 감소가 처음 시작된 이후 33분 만에 응급 제왕 절개술을 결정하고, 21분 만에 수술 시작 후 8분 만에 출생시켰는데,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야간 응급수술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속하게 대처했을 알 수 있다. 

특히, 출생 후 기록에 따르면 A의 1분 아프가 점수가 0점으로 기재돼 있는데, 이 의미는 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만출했음을 의미한다. 

의료진은 신생아에게 적적한 응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5분 아프가 점수는 0~2점으로 상승했고 출생 10분 후에는 심박수가 분당 150회, 산소포화도[SpO2, Saturation of partial pressure (arterial) oxygen] 87%, 아프가 점수는 4점으로 회복시켰다. 이는 사망한 채로 만출한 신생아를 의료진은 최선의 응급처치로 살려냈다는 것이다.

4. 전원조치상의 과실 여부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11. 21. 01:33 가사 상태로 출생한 원고에게 신생아소생술을 시행해 01:43 소생됐음에도 02:07 뒤늦게 119에 출동 신고해 02:14에야 상급병원으로 전원 하는 등 전원 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피고 병원이 11. 21. 01:33 가사 상태로 출생한 원고에게 신생아 소생술을 시행해 01:43 원고가 소생된 사실, 피고 병원이 02:07경 119구급대에 출동 신고를 한 사실에 대해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 피고 병원에는 피고 A씨가 당직의로 근무하고 있었고, 그 외 다른 산부인과 의사가 근무하고 있지 않아 남은 제왕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는 다른 의사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씨는 01:33경 출생한 원고에 대해 즉각적으로 신생아 소생술을 시행해 01:43경 소생돼 안정된 활력 징후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에 산모의 태반을 제거하고, 절개된 복벽을 봉합하는 등의 남은 제왕절개술을 진행해 02:00경 수술을 종료했으며, 02:07경 119에 신고한 후 02:12경 피고 병원에 도착한 119구급대와 함께 원고를 전원 조치했습니다. 

이 전원 과정에서 당시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다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원고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 병원의 응급처치를 통해 원고의 심박 수와 피부색이 호전된 상태를 보였으며, 구급활동일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 병원이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인공 환기를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119구급대가 02:20경 피고 병원에서 출발해 02:25경 원고의 활력 징후를 측정한 결과, 심박동수 130회/분, 산소포화도 99%의 정상 활력 징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24분 동안 원고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볼 만한 저산소증 상태가 없었으므로, 24분 동안 전원이 지연되어 원고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볼 수 없으며, 더 나아가 피고 병원의 전원 지연 여부가 문제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출생 당시 생채 활력 증후가 전혀 없이 출생한 신생아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려내서 상급병원에 전원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상책임을 지게 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분만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분만 현장을 떠나게 될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분만의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일생을 바쳐온 산부인과 의사들이 더 이상 견뎌야 할 이유는 이번 판결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상급심에서는 법원이 공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는 바이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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