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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HPV 예방접종, 1차 접종만 무료로 변경하는 계획안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무료화 추진 과정에서, 12~17세 남성 청소년에게도 무료접종을 적용함에 있어서 총 2~3차 접종해야 할 백신을 1차만 무료 접종하려는 질병청의 계획안에 반대하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입장을 질병청에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NIP에 적용되는 백신은 HPV 2가 백신 '서바릭스'와 4가 백신 '가다실'인데 9가 백신 '가다실9'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9가 백신은 한번 맞는데 약값만 20여 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접종완료까지 40만원 이상의 접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HPV 백신은 만 9~14세 남녀는 1차로 맞고 6~12개월 중 2차까지 총 2회 접종을 하고 14세 이후에는 1차 접종 후 2개월 뒤에 2차, 6개월 뒤에 3차 총 3회 접종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12세 이상 여아에게만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HPV가 흔하게 유발하는 질환이 주로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여성암이라서, 남성은 HPV 백신을 맞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HPV 예방 주사로 군중 면역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70% 이상의 남녀가 모두 접종이 되어야 하며, 여성만 접종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HPV가 성별과 상관없이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을 일으키며, 남성에게도 음경암, 정자 질 저하 등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HPV는 남성에게서 생식능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HPV는 남성 정자의 질을 저하해 난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액 검사에서 HPV 바이러스가 검출된 남성은 정자 운동성이 감소하고 HPV 감염 정자는 여성의 질 내에서 ‘항정자항체’가 HPV 비감염군에 비해 증가한다. 정자 운동성 감소와 항정자항체 증가는 남성 난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남성 HPV 감염 질환은 늘고 있다. 

HPV 백신은 이미 HPV에 감염돼 질이 떨어진 정자의 운동성도 개선한다. 백신 접종 후 자연 임신과 정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백신 접종 후 정자 운동성은 증가하고, 자연 임신율도 증가했다고 한다.

생식기 사마귀 역시 HPV에 의해 유발되는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이며, 남성 발병률은 여성보다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2010~2019)간 남성 생식기 사마귀 환자는 2만953건에서 6만295건으로 약 300%가 증가했다. 

생식기 사마귀 수술 시행 건수도 여성은 1만3144건에서 2만1155건으로 약 1만 건이 증가했으나, 남성은 2만1711건에서 7만8846건으로 5만 건 이상이 증가했다.

HPV는 치명률이 높은 음경암 환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경암 환자 수는 많지는 않으나 216명에서 324명으로 꾸준히 늘었으며, 음경암이 서혜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5년 생존율은 30~50%, 장골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0% 미만이다.

HPV 백신의 생식기 사마귀 예방 효과가 99%, 항문 상피 내 종양 예방 효과는 77.5%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라도 남성은 HPV에 감염되더라도 자궁경부암만큼 치명적인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

질병관리청이 2019년 발표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방안' 연구를 보면, 12세 이상 남아 대상 HPV 백신 접종의 비용 대비 효과는 여야의 1/8수준이다. 

당시 연시 연구를 진행한 질병관리본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18년 기준 12세 남아 24만명을 대상으로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 투입비용은 450억원이 소요되나 HPV 관련 질병비용은 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절감 가능한 최대비용은 투여비용의 50%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HPV 백신 무료접종 12세 이상 남성까지 확대'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질병청의 판단에 따라 향후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을 통한 무료 접종 대상이 대폭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12일 질병청에 따르면  HPV 백신 1차 접종만 NIP 사업을 통해 무료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해당 사업 모델을 시행하면, 지원 대상자는 1차를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2~3차 접종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질병청은 2~3차 접종 여부가 백신 효과에 큰 차이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년 12월 발표가 질병청의 '2차 접종 무용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WHO 예방접종 전문 전략 자문 그룹(SAGE)은 1회 백신 접종만으로도 기존의 2~3회 접종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발표했다. SAGE는 연령에 따라 9~20세에 대해 1~2회 접종을, 21세 이상에 대해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권고했다.

영국과 호주는 지난해 HPV 백신 관련 국가 접종 프로그램을 1차만 접종하는 모델로 영국(2023년9월)과 호주(2023년2월)는 지난해 HPV 백신 관련 국가 접종 프로그램을 1차만 접종하는 모델로 전환한 바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2~3차 접종까지 했을 때의 이득이 1차만 접종했을 때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보려는 단계’라고 말했다.

근거가 확실할 경우, 기존의 NIP 지원 범위를 축소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12~17세 여성 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2~3차 접종이 무료로 지원되는데, 이들에게도 1차 접종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 1월12일 “근거가 마련되면 바뀔 수도 있다.”라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라고 하면서도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하려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HPV 백신 무료접종 12세 이상 남성까지 확대에 찬성하지만, 남아 HPV 백신 1차만 무료 지원에는 반대하며, 또한 현재 12~17세 여성 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2~3차 접종이 무료로 지원되는데, 이들에게도 1차만 접종비용 지원하는 것에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

반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현재 단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영국, 호주, WHO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 

WHO의 경우 저개발 국가 등을 고려해, 백신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의 관점을 고려해 1회 접종을 권고했다. 영국과 호주는 HPV 국가예방접종을 시행이 각각 2008년, 2006년으로, 이미 16-18년이 흘렀고, 남아 접종도 같이 시행되고 있던 나라이다. 

또한, 높은 접종률과 긴 시간의 HPV 백신 사용으로 인해, 국가예방접종의 프로그램의 질환의 영향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만을 대상으로 시행한 지 아직 8년 째이고, 아직 국가예방접종의 프로그램으로 HPV 관련 질환의 감소 효과가 확인된 바가 없다.
 
2) HPV 백신의 1회 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논란이 있어 더 많은 연구 결과의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3) 현재까지 1회 접종의 연구 결과는 면역원성과 HPV의 감염 여부에 대한 효과성을 확인했을 뿐, 궁극적인 HPV 백신의 접종의 목적인 HPV에 의한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는 입증하지 못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항문암 등 암에 대한 전암기의 감소 여부는 확인한 바 없다.

4) 면역원성과 HPV의 감염여부로는 암의 예방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으며, 기존 허가사항과 같은 효과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HPV유형과 관련된 질환의 예방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5) 현재까지의 1회 접종 연구 결과는 여성에서만 국한된 결과이며, 남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전무하며, 면역저하자 환자 대상 무작위 비교 임상 데이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6) 뿐만 아니라, 1회 접종에 대한 장기결과는 면역원성의 결과만 확인됐을 뿐, HPV관련 암 및 질환의 효과에 대한 장기 지속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7) HPV 백신의 1회 접종은 아직 국내 식약처에서 허가 외 사항이다. 1회 접종 또한 국내 허가기준에 맞춰 식약처의 검토 및 승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HPV 2회 또는 3회 접종은 식약처의 적절한 검토를 통하여 승인을 득했고, 이를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검토의 절차를 거쳐서 사용되고 있다. 국가예방 접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HPV 1회 접종을 고려하게 된다면, 의약품의 허가외 사항을 권고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8) 1차 접종 이후 2~3차 접종을 본인부담금으로 접종을 하도록 한다면,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일부 계층만이 추가 접종을 진행하여,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고, 군중면역효과 달성에도 불리할 수 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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