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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HPV 예방접종, 남아에게도 확대 필요

빠른 집단면역 형성과 남성 주요 암인 두경부암 예방하는 효과
23일 열린 국회토론회, 예방접종 대상 확대 필요성과 비용 효용성 문제 다뤄

효과적인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만이 아닌 남성에게도 HPV 예방 백신을 접종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국민의힘 백종헌 국회의원 주최,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주관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 HPV 예방대책을 위한 토론회’가 8월 23일 10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했으나, 남아가 제외돼 있어 성접촉으로 감염되는 HPV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백종헌 국회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남아도 HPV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시키는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HPV와 그 백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HPV 예방백신 남아 확대의 필요성과 비용 효용성을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 가톨릭의대 비뇨의학과 이승주 교수는 “HPV는 아주 흔하고 종류가 다양한데 자궁경부암 쪽에 중점을 뒀다가 최근에는 남성 두경부암 쪽도 발병이 느는 추세로, 국민건강목표에서 토론회가 이뤄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 개의 발표가 있었다. 먼저 중앙의대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가 ‘국내 두경부암 현황과 원인 그리고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이세영 교수는 “두경부암이란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뜻하는 두경부에 생긴 암으로, 술, 담배로 생기는 암으로 유명하지만 HPV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이 점점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두경부암은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점점 젊은 그룹에서도 발생률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도 HPV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 효과가 증진되고, 두경부암을 포함한 HPV 연관 질환이 예방되는 만큼 백신 접종을 고려할만 하다”며, “남성은 HPV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이 전체의 20~30%만 항체가 형성될 정도로 낮은 편인데, HPV 백신에 의한 항체는 남녀 모두 100%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세영 교수는 “HPV 백신 개발 초기에는 비용효과성 때문에 백신을 여성에게만 접종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현재는 여성만 접종하는 것은 예방 효과가 떨어져 전세계적으로 남성에게도 접종하는 추세”라며,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가 66개국이다. 현재와 같이 여성의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에 대한 추가 HPV 백신 접종은 향후 발생할 HPV 질환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가톨릭의대 비뇨기과 배상락 교수가 ‘남성 HPV 감염 유병률 현황 및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배상락 교수는 “최근 10년간 HPV로 인한 성기 사마귀, 음경암, 구강암, 입인두암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HPV가 유발하는 질환의 전체 수로 보면 여성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지만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고, 남성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백신의 비용 효용성 측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동안에는 비용 효용성 측면에서 여성에게만 백신을 접종했지만, 남성에게 백신을 추가접종했을 때 효용성에 대해서 국내외에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락 교수는 4가지 측면에서 HPV 백신 남성 추가 접종에 대한 정책을 제언했는데, ▲ 남성의 HPV 질환은 선별 검사 시행이 어렵고 발병 후에 알 수 있지만, 일부 암은 5년 생존율 등이 매우 낮아 삶과 질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한다는 것, ▲ HPV 바이러스는 성행위를 통해 전파돼 여성 접종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 ▲ 백신 접종으로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불임 또는 난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 남성에게 양성 질환이 여성에게는 악성 질환이 되는 점에서 증상이 없는 남성에게도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HPV 예방백신 접종 확대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정선화 두 번째 봄 산부인과 원장은 “1차 의료기관 현장에서 점점 성접촉 연령도 빨라지고, 10대 청소년의 방문도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청소년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발표를 들으며 HPV 백신 접종 확대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며, “국가백신의 적응증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유석 국립암센터 교수도 “HPV 바이러스로 인한 두경부암은 백신만이 유일한 예방 방안이다. HPV로 인한 두경부암, 구인두암은 면역학적 취약성을 가진 남성에게 8.4배 더 많이 발생하는데, 백신은 접종 후 100% 항체 형성으로 신속한 집단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중성 백신정책이 국가 우선정책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상 순천향의대 비뇨의학과 교수는 “첫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반면 백신의 허가된 나이 연령이 남성의 경우 26세로 제한돼 26세 이후 성기 사마귀 생긴 남성이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외국처럼 백신의 허가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근용 질병관리청 과장이 현재 정부 추진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권근용 과장은 “HPV 백신의 남아접종은 로타 바이러스, 어르신 대상포진 접종과 함께 주요 국정과제로 지정돼 있으며, HPV 예방접종은 로타 바이러스 접종 이후 내년 초까지 근거를 확인하고 확보해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의 도입을 위해서는 질병의 예방효과와 안전성, 비용 효과성, 도입 우선 순위, 정부 예산 확보의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예방효과와 안전성은 해외 접종 사례로 확인이 됐다고 판단되며, 비용효과성은 2021년 1월부터 지금까지 14건 정도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8건은 효과가 있고, 6건은 없다는 내용으로 향후 학회의 자문을 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근용 과장은 “매년 12세 남아 HPV 백신 추가접종을 위해 연간 190억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HPV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현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도 중요하다. 예산안 반영이 쉽지는 않지만 HPV 감염과 관련해 두경부암 발생 증가, 성접촉 연령 저하 등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번에 HPV 백신 도입 등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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