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단서·처방전 작성·처방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름 하나 잘못 기재했다가 면허가 정지되는 등 매우 작은 실수를 제때 인지하지 못해 의사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의외로 의료현장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디포뉴스는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대표변호사를 만나 의료현장에서 의외로 많이 발생하는 진단서·처방전 작성·처방과 관련된 실수로는 무엇이 있고, 어떠한 점을 주의깊게 살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진단서 작성·처방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이 있나요?
A. 우선 진단서는 환자의 건강·질병 상태를 표기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법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는 문서로,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의료법에서도 직접 진찰·검안한 의사만이 진단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진단서와 관련해 조심해야 할 점으로는 오진으로 진단명을 잘못 기재하는 경우입니다.
우선 ‘허위진단서’는 객관적으로 환자가 가진 질병과 진단명에 기재된 질병이 다름은 물론,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가 주관적으로 자기의 인식과 다르게 쓴다는 고의가 있어야 적용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의사 본인이 직접 진단했을 때에 환자가 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생각돼 진단명에 ‘결핵’이 기재된 진단서를 발행했다가 후에 해당 환자가 폐암으로 진단됐더라도 해당 환자가 결핵환자라는 인식 및 판단 하에 내린 진단이라면 고의로 허위 진단을 한 것이 아니므로 ‘허위진단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진단서 작성 시 반드시 작성자 명의자를 진단한 의사의 명의로 작성해야 합니다.
설사 A의사가 진단을 내린 후, B의사가 살펴보니 환자의 질환이 A의사가 진단을 내린 질환과 같을지라도 진단서 발행 시 반드시 환자를 직접 진찰한 B의사 명의로 발행돼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 하나를 소개하자면 A원장님한테 진료를 보던 환자가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왔는데, B의사가 A원장님을 대신해 진료를 보다가 진단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A원장님에게 진료를 받던 환자이고 질환·증세도 기존과 같아 A원장님의 이름으로 발급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허위진단서’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서를 작성·발행 시 반드시 환자를 진찰한 의사 본인의 이름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Q. 처방전 작성·처방 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이 있나요?
A. 처방전도 마찬가지로 의료법에 직접 진찰한 의사만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 이름으로 처방전이 발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문제는 요즘에는 대부분 전자차트를 통해 처방전을 발행을 하다보니 처방전 발행 시 주의하지 않으면 의사들이 본의가 아니게 위와 같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예시를 들자면 A의사가 B의사를 대신해 C의원에서 진료를 보다가 전자차트를 통해 처방을 내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B의사가 간호사실에서 출력되는 처방전이 본인의 이름이 기재된 처방전으로 알고 있었으나, 정작 시스템 상에서는 A의사 명의로 되어 있어 처방전이 A의사 이름으로 나가면서 본의 아니게 의료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좀 의사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 발생하게 되면 면허정지 처분, 형사처벌, 벌금형 등을 받게 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진찰한 의사 이름으로 처방전이 나가는지 확인하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처방전은 진단서와 다르게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가 진단차트를 토대로 처방전을 작성해 발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간과하시는 분들이 환자의 처방 요구에 해당 환자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을 대신해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작성해 발급했다가 신고를 당해 억울하게 면허정지를 당하시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편의를 봐주시더라도 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 편의를 봐주시려다 역풍을 맞으신 분들이 계십니다.
특히, 한 신경과 의사는 치매 외래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치매약을 처방받으려면 1년마다 치매 평가를 받아야 하나, 약은 필요하지만 검사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하고, 치매 증세가 1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판단 하에 1년 전의 검사기록을 토대로 새로 검사한 결과처럼 꾸며서 약을 처방했다가 ‘진료기록 허위기재’로 면허 1개월간 정지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환자가 3일간 치료를 2번 정도 받았는데, 환자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해 실비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3일간 3번 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에 기재하고 소견서를 발행해줬다가 보험사기와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과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신 의사 분의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를 위하더라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환자를 위한 일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재차 살피고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부당청구와 거짓청구 관련 현지 실사 확인서 작성 시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보통 심사평가원 직원이 보건복지부의 명령을 받아 나와 확인하는데, 현지 확인과 현지 실사는 서로 차이점이 있으므로 구별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현지 실사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요양급여 기준에 맞지 않게 청구하는 것을 ‘부당 청구’라고 하는데, 이중 실제로 진료 행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던 것처럼 청구하거나 이중 청구하는 것을 ‘거짓 청구’로 보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부당청구와 거짓청구 모두 공통적으로 요양급여 비용에 대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 처분을 하고, 부당이익의 비율에 따라서 업무정지 처분 또는 그에 갈음하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게 되지만, 거짓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그와 별도로 면허정지 처분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거짓청구는 사기죄로 고소될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 허위 청구에 의한 사기죄로 고발·고소돼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면허취소가 될 수 있으므로 현지실사에서 적발되거나 건보공단 직원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거짓청구인지 단순 부당청구인지에 대해 정확히 구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건보공단 직원이 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간혹 확인서를 쓰지 않으면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법적으로는 확인서를 쓸 의무가 없습니다.
즉,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거기 때문에 확인서 작성을 강요한 직원이 있다면 오히려 해당 직원이 ‘강요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녹음 등을 통해 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