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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료수가 현실화와 건강보장성 확대로 선진의료를

지난달 25일 결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진료수가를 놓고 안팎으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건정심은 내년도 건강보험료 및 수가, 보장성을 최종 결정했다. 건강보험료는 4.9% 인상하기로 했고, 의원과 병원의 의료수가는 각각 3.0%, 1.4% 인상돼 전체 수가평균은 2.05%가 올랐다.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방장 맘대로 결정한 꼴이 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손님들은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을 주방장이 마음대로 만들어서 내놓고 가격표도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이번 수가는 당초 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쪽에 제시한 1.2%와 2.7%보다 0.2%P와 0.3%P 높은 1.4%와 3.0%로 결정된 것이다. 정부가 수가인상을 위해 쓴 고육책은 4천억 원의 약값 절감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병의원의 진료비를 더 올려주기 위해 제약업계에 추가로 4천억원의 피해가 전가됐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저가구매 인센티브' 등 지나친 약값 절감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회(대표 노환규, 이하 전의총)도 성명을 통해 “의협은 건정심에서 2010년도 의원급의 진료수가 인상률 3.0%를 얻어냈지만 이 수치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기존의 진료수가 하에서 신음하는 의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의총은 또 3%대 수가인상을 얻어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약제비 4천억을 절감이라는 독이 든 사과를 회원들에게 내미는 비양심적인 집행부라며 포문을 열고 앞으로 의사들의 권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건정심에서 나온 의료수가의 파장이 안팎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 쪽은 따로 있다. 바로 직장인들과 서민들이다. 내년부터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의 5.08%에서 5.33%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평균 보험료가 7만2234원(사업주 부담금 제외)에서 7만5773원으로 3539원이 오르며,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는 평균 6만4610원에서 3165원이 인상된 6만7775원이 된다.

지난해 11월 건정심에서도 직장인 보험료는 평균 6만3140원에서 4041원 오른 6만7181원, 지역 가입자는 올해 평균 5만5432원에서 3548원 오른 5만8980원으로 결정했고 또 의원의 건강보험 진료수가는 2.3%, 병원은 1.5% 인상키로 했었다. 불과 1년 만에 보험료는 8천원과 1만2천원이 오른 셈이다. 물론 병의원의 진료수가도 병원 2.9%. 의원 5.3%나 증가했다.

민주노총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보험혜택을 확대하지 않고서 이뤄지는 정부의 보험료 인상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MRI(척추, 관절), 항암제 등 급여확대, 심장·뇌혈관질환, 중증화상 및 결핵환자 등 본인부담 경감, 임산출산 진료비 지원확대 등 총 9개 항목에 대한 보험적용이 확대됐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재정을 건보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맞지 않고, 국민들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건정심의 결정에 의해 병원과 의료공급자는 약 3,911억의 수가인상분을 얻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여전히 법이 규정한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지키지 않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부의 재정책임 조차 건강보험 재정으로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강연대의 이재훈 정책부장은 “건정심의 이번 결과는 병원비로 고통 받는 노동자서민의 근심을 덜어주기에는 상당히 미흡할 뿐 아니라, 제도발전을 위한 진전된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건강연대는 “200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2%로 2007년에 비해 오히려 2.0%나 줄어들었다. 이는 급여확대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초기약속과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국민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건강연대의 지적대로 2010년 보장성 확대규모는 실제 2,017억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 정부는 작년 10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에서 내년 약 6,510억 규모의 급여확대를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반해 보험료는 4.9%를 인상해 현재의 경제여건이나 서민들의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을 감안할 때 국민들에게는 혜택도 없이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보험료 인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건강보험 보장 혜택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1년동안 보험료가 최대 12%까지 오르는데도 혜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실제부담은 12%나 늘었는데 돌아오는 혜택은 ‘0’이라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놀랍게도 말이 된다. 건강보험 가입자단체 및 의료계와 벌이는 협상을 통해 ‘진료 가격’은 결정되지만, 진료량 증가에 대한 통제 방안은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보험료 인상은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더 늦기 전에 미봉책이 아니라 부당진료 금액이나 탈루된 보험료 등 비효율적인 낭비요인을 없애고 병·의원의 불필요한 진료를 막을 수 있는 제어장치마련에 올인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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