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R 모형(Sustainable Growth Rate, 환산지수 산출 모형)은 향후 2~3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를 수행하는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이하 신 박사)은 23일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열린 공단 출입기자협의회 브리핑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날 신 박사는 의료 공급자 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SGR 모형 폐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신 박사는 "SGR 모형을 폐기하는 건 공급자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며, "SGR 모형은 유형별 순위 및 격차만을 반영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공급자를 옥죄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SGR 모형을 폐기하고, 진료비 지불제도를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에서 의료 공급자 책임을 강화하는 성과 기반(Value based) 지불제도로 전환하는 대안을 내놨다.
신 박사는 "SGR 모형은 예측 가능성 때문에 활용하며, 개선 모형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일방적으로 모형을 폐지할 수 없다."며, "(미국 사례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수가 인상 구조는 오히려 공급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SGR 모형 개선은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큰 틀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했다.
신 박사는 "SGR 모형은 누적치를 줄이거나 지표를 변경해도 큰 틀을 바꾸지 못한 채 2~3년 정도 더 갈 거 같다. 그러나 SGR 모형은 단기적인 개선만으로 하기에는 좀 한계가 있다. 지금은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큰 틀에서 SGR 개선 모형을 고민할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오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 SGR 모형을 왜 계속 쓰는지?
SGR 모형을 쓰는 이유는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그간 SGR 모형 개선 논의를 진행했으나 그에 대한 답을 낸 적은 없다. 그런데 갑자기 공단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SGR 모형에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보겠다고 했다.
개선 모형을 내면 왜 바뀌었고 SGR 모형에서 무엇이 개선됐는지 증명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좋아졌다고 말해도 새로 바뀐 모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결국 맞다 틀리다로 귀결된다. 그렇게 되면 신뢰 문제로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공단과 공급자 간 협상 전에 미리 만나서 SGR 모형을 폐기하고 새로운 개선 모형을 적용하자고 합의하면 모형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일방적으로 SGR 모형을 폐기할 수 없다.
사실 SGR 모형을 가져온 곳은 미국으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동일한 문제가 있었다. SGR 모형을 도입했는데 계속 마이너스가 나왔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진료비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에 SGR 모형에 의한 환산지수를 깎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미국은 수가를 깎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무려 14년을 유예했다.
이에 정부와 공급자 간 합의에 의해 SGR 모형을 폐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었다. 이는 행위별 수가제를 성과에 기반한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플랜이다. 그 사이 5년간은 수가협상 없이 0.5%씩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나머지 5년은 인상을 하지 않는 대신 수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성과에 기반해 추가 인센티브를 준다.
여기에 덧붙여 의료전달체계와 연계한 보상체계로 좀 더 보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방식보다는 매년 수가를 몇% 인상하는 것이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가격을 매년 올려주는 방식은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이며,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
◆ SGR 모형을 유지할 계획인지?
단기적으로 향후 2~3년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2~3년 후에는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의원 · 병원 간 수가 역전 문제, 종별가산, 3차 상대가치 개편, 기본진료로 등에 대한 개편 논의가 있었다. 이는 모두 엮인 문제로, 2022~2023년에 모두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원 · 병원 간 수가 역전 현상의 경우 SGR 모형을 다른 지표로 바꿔서 단기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큰 틀에서 개선 모형을 고민해야 하며, 이를 공론화해서 논의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영역에서 대안을 찾자는 뜻인지?
그건 고민을 해봐야 한다. 과연 불균형을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중 상대가치로 해결할 거냐. 그래서 환산지수를 일본처럼 돈으로 환산하는 단가 개념으로만 활용할 거냐. 다양한 옵션을 통해 고민해봐야 한다.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등 네 가지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합의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 올해 달라진 부분은?
과거에는 의료물가상승률(Medical Economic. Index, 이하 MEI)을 계산해서 반영했다. 의료물가는 병원 경영 원가로, 크게 인건비 · 관리비 · 재료비 등 3가지로 구분되며, 각각에 사용되는 지표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적용했다. 즉, 어떤 게 답이라고 하기 어려우니까 다양한 옵션을 보여준 것이다. 또, 과거에는 인건비 자료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인건비는 노동부와 통계청 자료가 있는데 그 중 3년 평균이나 5년 평균을 가지고 추정해서 값을 냈다.
올해는 다행히도 노동부가 4월 24일 2018년도 인건비 증가율을 발표해 이를 참고했다. 또, 기존 연구에서 사용한 노동부와 통계청의 3년 평균값도 참고치로 제시했다. 과거에 비해 확정치가 나왔기 때문에 인건비에 대한 신뢰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관리비의 경우 과거부터 소비자 물가지수와 근원 물가지수를 활용했다. 올해도 둘 다 제시했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근원 물가지수가 변동성이 좀 더 낮기 때문에 이를 권고했다.
재료비는 총생산자물가지수와 의약품지수를 써왔고, 올해도 두 가지를 다 제시했다. 두 가지 모두 장 · 단점이 있으나 총생산자물가지수가 전체 품목을 포괄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렇게 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결과에 대해 재정운영위원회에 발표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급격히 인상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2020년도 환산지수가 2018년도 결과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재정운영위원회는 일자리 안정 자금으로 보전했기 때문에 201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실제 덜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의료기관이 있다. 병원급 또는 과세소득 5억 이상의 30인 이상 사업체는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기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또,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인상하면 그 위에 있는 사람도 인상해야 한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할지 여부는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다. 팩트 중심으로 최저임금 부분을 고려했다.
한편, SGR 모형은 전년도 목표진료비와 실제진료비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 누적치를 반영하는 게 있다. 2007년에 유형별 협상으로 바뀌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적치를 반영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12년치가 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환산지수 계산을 위해 구성한 협의체에서 나온 안이 있다. 협의체에서는 누적치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계속 쌓아갈 거냐 아니면 10년, 7년, 5년 단위로 잘라서 해볼 거냐는 논의가 있었다.
이에 12년치, 10년치, 7년치, 5년치에 대한 모의 운영을 진행한 결과,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올해는 작년 기준 대로 12년치로 하지만, 내년부터는 누적치를 10년치만 하겠다'고 의결하면, 서로 간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누적치를 줄일수록 공급자에게는 유리하다. 만일 누적치를 10년치로 하게 되면 진료비 증가율이 급증한 2007년과 2008년이 제외돼 SGR 모형값은 오히려 공급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 6월부터 진행하는 연구에 관해 설명해달라
의원 · 병원 간 수가 역전 현상과 SGR 모형의 문제를 비롯해 종별가산 · 상대가치 · 기본진료료 · 의료전달체계와 연계한 보상체계 구조에서 과연 환산지수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고, 다른 건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 연구다.
수가 역전현상의 경우 그동안은 SGR 모형을 통해 매출액이 높은 유형은 수가를 낮추고, 낮은 유형은 수가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해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면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그런데 의원 · 병원 간 수가 역전이 벌어졌다고 해서 병원과 의원을 같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로 인해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즉, 현재는 환산지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가산제도나 상대가치, 기본진료료 등 다양한 보상체계와 연계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환산지수, 상대가치, 종별 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까지 포함한 틀을 어떻게 가져갈 건지 방향을 제시하고, 모의운영 결과를 제시하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SGR 모형을 계속 가져가면서 2022년도부터 새 모형을 적용하는지?
SGR 모형은 2~3년 정도 더 가지 않을까 싶다. 중장기 개선 모형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2~3년은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하고 갈 거 같다. 그 다음 단계는 누구도 모른다. 2023년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수가계약을 할 건지 모습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 수가 역전 현상에 따른 중장기적인 모형은?
의과, 치과, 한의과는 행위 자체가 다르니까 다를 수 있는데 같은 행위를 하는 의과 내에서 의원과 병원이 다르게 가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있다. 만일 중장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의원과 병원의 환산지수를 같이 묶되 의료전달체계와 연계한 가산 등으로 차등을 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 가산제도가 실효성이 있는 거 같지 않다
원래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계속 유지되는 가산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이를 정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책임자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가 가산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그때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