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019년도 수가협상에서 2.7%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았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40대 최대집 집행부가 2년차인 올해 2020년도 수가협상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찾겠다는 각오다. 특히 회원 권익이라는 실리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집 집행부는 지난해 12월 5개월 앞서 수가협상단을 꾸렸다. 수가협상단장에는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이 임명됐다. 사실상 독이 든 잔을 마시는 자리인 수가협상단장에 선뜻 나서는 인사가 없었기 때문에 임명이라기보다는 맡았다는 표현이 맞다. 그간 수가협상단은 이필수 단장을 필두로 의협 사무국 내 보험정책국을 중심으로 의료정책연구소의 도움도 받으면서 2020년도 수가협상을 단단히 준비해 왔다. 앞서 의협은 지난 2018년 10월29일 진찰료 처방료 30% 인상을 요구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금년 2월1일 사실상 수가정상화 약속을 파기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왔다. 이에 의협은 2월13일 모든 공식적 복지부 회의 참석 거부 결정을 했고,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고 이번 수가협상에도 불참할 예정이었던 의협은 지난 5월2일 상임이사회에서 수가협상 참여를 원하는 회원들의 뜻을 받아들여,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에 참여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8일 용산 의협임시회관에서 이필수 수가협상단장을 만나 이번 수가 협상에 임하는 각오 전략 목표 등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메디포뉴스가 기자단 질문과 이필수 단장의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재정리했다. [편집자 주]
Q 이번에 2020년도 의원급 유형 수가협상단장이라는 중책이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았다. 소감과 각오는?
A 이필수 단장 : 이번 수가협상이 40대 집행부 2번째 수가협상이다. 작년 첫 협상은 충분한 검토와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정부와 의협 간 수가에 대한 시각차가 현격했고, 2.7%라는 회원이 실망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1년 지난 시점이다. (집행부 초기) 회무 미숙으로 준비 기간이 부족해 변명도 쉽지 않았다, 올해도 회원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이 많다. (최대집 집행부는) 지난 1년 의정협상에서 대정부 투쟁으로 바뀌었다.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신설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단장을 맡게 됐다. 저수가를 완전히 해결하고, 수가협상에서 역대 최고의 인상이라는 거창한말은 실현 가능성이 어려울 것이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성과를 이끌어 내겠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수가협상의 구조적 한계가 바뀌고 개선돼야할 과제는 법과 제도이다. 이와는 별도 영역으로 우선 수가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협상 수치 못지않게 저수가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부각시켜 적정수가를 받고, 이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갖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Q 작년 12월 수가협상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준비 상황은?
A (전임 집행부 등) 예전 협상 과정을 보면 수가협상단을 한 달이나 두 달 전 구성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3월말이나 4월초 전년 통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5개월 전 미리 구성했다. (작년 말이면) 기초자료나 통계가 나온 시점은 아니다. (이에 불구하고) 협상단 자문위원 산하단체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의식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언급한 적정수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공론화를 했고,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신설, 그리고 의료안전수가 신설을 제한하는 등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협상단 자문위원단 의협 보험국과 정책국 등이 확대회의를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 왔다. SNS상에서도 근거와 당위성을 개발하는 노력도 했다.
Q 수가협상을 위한 객관적 데이터 연구와 그 데이터는 충분히 준비했는지?
A 최근에도 얘기했다. 공단은 ‘의협이 수가 협상 근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공단에 묻고 싶다. 그간 공단이 근거를 가지고 협상 수치를 제시한 적이 있나? 의협에 공단이 제시한 수치의 근거를 말해 달라.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밴딩 아닌 할당 수치만 얘기하는 궁색한 답변만 했다. 이처럼 근거 없이 협상에 임한 공단의 모습이 아쉽다.
의협의 근거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현행 수가 ▲의원급 의료기관 대비 월등한 타 유형 진료 증가 ▲최저임금에 의한 의원급 의료기관 비용증가다. 특히 이번 의료정책연구소의 최저임금의 의원급 의료기관 영향 조사에 1500여곳이 직접 설문에 참여한 데이터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Q 매해 수가협상 진행 과정에서 의협이 제시한 수치와 공단이 제시한 수치 간 간격이 크다. 지난해에도 이런 이유로 의협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2.7%로 결정됐다. 올해도 간극이 클 것이다. 어떤 전략인지?
A 의협은 이번 수가협상 참여 여부를 고민했다. 물론 작년 12월에 구성했지만, 참여 여부를 고민한 이유는 정부와 대화가 전면 스톱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번 참여 계기는 회원의 권익과 실리를 찾기 위해서다. 회원의 의원 경영이 어려우니 실익을 가져오자는 고심이다.
반복되는 폐단과 문제점을 감수하고 협상에 임해도 공단의 태도,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투명성, 직역 배분 과정, 의협 요구에 형식적 반응 등이 나타나면 협상을 중단할 각오다. 공단도 재정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의협에 얘기하더라도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제시해야 한다. 의협도 근거로 하지만 그 근거를 공단이 인정하지 않으면 합리적 협상이 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 의협은 공단과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고자 노력하지만, 현행 수가계약 구조와 방법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몇% 합의해줘’로 흥정하는 모양새다. 의료를 돈으로 얼마로 환산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민 스스로 ‘적정수가에 의해서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공단이 저부담 저수가 저급여를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급여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 18년 진료비 증가율, 상급종합 25.2% vs 의원 10.1%…상급종합이 2배 이상 증가
Q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A 3개다. 첫째 최저 임금인상이다. 지난 2018년 2019년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으로 개원가가 힘들다. 의료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다. 악순환이다.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근로시간과 직원을 줄이는 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바림직하지 못했다. 이런 악순환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 진료비 증가율을 보면 2017년 상급종합병원이 16.16%에서 2018년 18.07%로 1.91%p 높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11조2,054억원에서 14조333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반면 의원급은 19.76%에서 19.42%로 0.34%p 낮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13조7,000억원에서 15조828억원으로 1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급종합병원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결국 초음파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의 혜택을 상급종합병원이 받은 것이다. 이 점유율 변화는 의료정책연구소의 통계자료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 시작 후 결국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진행됐고, 의원급은 몰락하고 있는데 이는 개선돼야 한다.
세 번째로 2020년은 22대 총선이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 공단 복지부 등이 수가 정상화 얘기를 많이 했다, 모두 저수가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보장성 강화가 진행돼 왔고, 병원급과 의원급의 격차가 커졌다. 의원급에 대해 배려할 때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서 꼭 배려해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