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서라도 정형외과 수술 수가를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호소가 터져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30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형외과 수술 수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은 실제 수술 행위와 재료 비용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 비현실적 급여 기준으로 인해 정형외과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모순적인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現 질병 분류 체계에서 근골격계 질환 및 외상의 낮은 수가와 중등도 분류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이뤄지는 수술의 70%가 정형외과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원 소모 대비 수술 행위 수익을 정형외과와 일반외과를 비교하면 환자 1명당 수술 시간은 큰 차이가 없으나 정형외과의 수술시간 당 행위 수익은 일반 외과의 0.4~0.8배 밖에 되지 않으며, 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수가를 살펴보면 흑자 수가는 단 1개에 불과함은 물론, 평균 40%가 적자나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형외과 관련 근골격계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수술 시행 시 ‘동시 수술’로 분류돼, 수술 수가가 종합병원급 이상은 70%, 이외 의료기관은 50%만 인정되고 있어 실제 수술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산정 불가 재료 등으로 인해 비급여 재료를 사용하는 의료비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급여 부분의 열악한 원가 보상율로 정형외과를 포함한 근골격계 치료(practice)의 주류가 비급여 위주로 이동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의 저조한 투자로 신규 장비 및 교수 충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재 근골격계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형외과의 현실을 꼬집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현실적인 급여 기준 판정 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2020년에 심평원에 제출한 120개의 급여 기준 개선 검토 사항 중 심평원은 69개 항목에 대해 급여 기준 개선이 아닌 현행 유지로 판정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급여 기준의 문제점으로 ▲관절경 수술의 불합리한 보상 적용 ▲기본적인 감염관리 위한 일회용 방포 보상 전무 ▲협소한 물리치료 인정 부위로 인한 부담 가중 등을 들었다.
우선 관절경 수술은 수술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개방성 수술과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고 있으며, 재료대의 경우에는 정액 수가로 실제 사용되는 재료대의 10%에 해당하는 가격만 보상되고 있고, 작은 관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발목·손목 관절은 50%만 인정돼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또 마취법 발달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부위에 마취를 시행할 수 있는 정형외과 수술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감염관리의 기본인 일회용 방포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며, 당일에 물리치료를 여러 부위에 시행한 경우에도 한 부위만 인정돼 환자 불편 가중 및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호소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대한 중증도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전문진료질병군은 상급종합병원 분율이 60% 또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포함해 80% 이상의 분율을 차지하는 AADRG 질병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KDRG ver 4.0의 AADRG 1104개 중 전문진료질병군은 415개로 3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정형외과 관련 전문진료질병군은 33개(2.99%)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고령 및 내과적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정형외과적 수술 진행을 위해 정형외과 관련 모든 수술에 연령 및 심각한 내과적 질환읻 동반된 경우에는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지정해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음은 물론,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정형외과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상대가치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과별 총점 고정 방식으로 진료과 간 불균형 해소가 되지 않고 있으며, 정형외과 수가는 타과 대비 적게 상승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나 여전히 보상은 터무니 없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음을 덧붙였다.
이러한 정형외과의 현실이 끼치는 여파는 전공의와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이 발표한 ‘수련병원 내 펠로우 수’에 따르면 정형외과를 선택해 수련을 받고 있는 펠로우 수는 예년 대비 7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각각 14명과 8명을 기록한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을 제외하면 1~5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2명에 불과하거나 정형외과를 선택한 펠로우가 단 1명도 없는 곳이 많았다.
또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 후 희망하는 세부 전공으로는 족부 족관절(27.50%)과 고관절(21.60%)가 많은 반면에 소아, 종양, 외상, 골절은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지만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겠다는 전공의가 없거나 적은 수에 그쳤다.
향후 전문의가 되면 원하는 업무형태에 대한 질문의 경우 ▲수술 위주의 업무 21.6% ▲보존적 치료 위주의 업무 11.8% ▲수술과 보존적 치료의 균형적 업무 66.7%로 집계됐으며, 전문의 취득 후 응급 대응을 요하는 세부 전공을 선택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37.3%의 전공의들이 ‘없다’라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위원장은 “보통 외과 의사가 됐다는 것은 수술을 하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정형외과 의사 10명 중 1명은 전공의 끝나자마자 수술 쪽은 쳐다도 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응급 대응을 요하는 세부 전공을 선택할 용의가 ‘없다’라고 응답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낮은 워라벨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전공의 수료 후 진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는 임금수준(46%)과 진료활동 이외의 자유시간(38%)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끝으로 현재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공의 94.1%가 보험수가를 지목했으며, 대한정형외과 보험위원회에서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하는 사업 분야 역시 ▲수가 개선(80.4%) ▲보험기준 개선(51%)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는 전문의들 또한 마찬가지로 현행 건강보험과 관련해 전문의 96.7%가 ‘보험수가’가 문제라고 지목했으며, 대한정형외과 보험위원회에서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하는 사업 분야로 ▲수가 개선(89.6%) ▲보험기준 개선(51.1%)을 촉구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심평원 문제점으로는 삭감문제(82.8%)와 보험기준 공시(48.1%)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자동차 보험 문제점으로는 삭감문제(57%)와 비급여문제(57.2%)를 1·2순위로 지목됐다.
또 진료시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비급여 진료로 대신한 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의 경우 66.1%가 그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4.4%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형외과 수술수가에 대해서는 96%가 ‘낮다’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한 위원장은 “국민들이 필요한 근골격계 수술적 치료를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적기에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정형외과 수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특히 응급대기가 필요한 정형외과 수술의 현실화가 급선무이며, 산정 불가 치료재료에 대한 실가격 보상으로 전환하고, 80세 이상 내과적 질환 동반 환자 수술의 경우에는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지정 등을 통해 의료비 왜곡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