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수가협상 결과는 병협-치협-한의협의 ‘체결’, 저조한 인상률을 제시받은 의협-약사회의 ‘결렬’로 나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지사에서 5월 31일 저녁 7시 경 시작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최종 협상이 6월 1일 6시 경 종료됐다.
◆최종 협상 진행 경과
최종협상은 모든 단체가 협상 체결 또는 결렬될 때까지 진행되며, 일명 ‘밤샘 협상’으로 불린다. 협상단이 각 단체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수가를 조금이라도 더 인상하기 위해 체결을 미루기 때문이다.
최종 협상을 시작한 공급자 단체들은 가입자 단체인 재정소위원회의 1차 제시값을 받고 모두 “기대했던 값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정소위원회는 단체별 2번씩 만남을 가진 이후인 11시 40분쯤 추가 회의를 개최했고, 최종 밴드를 결정했다. 최종 밴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며 각 단체별 인상률에만 반영된다.
하지만 이어진 3번째 협상에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인상률 변동이 없었거나, 새롭게 제시된 인상률도 공급자 측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 했다.
결국 4번째 협상에 들어선 4시 경 첫 계약이 성사됐다. 병원 유형이 1.9%의 인상률에 협상을 체결했고, 뒤이어 치과 유형이 3.2%의 인상률을 받아들였다. 공교롭게도 작년과 같은 순서로 체결이 이뤄졌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의료체계 발전 측면에서 다른 유형과의 환산 지수 격차가 완화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회원들에게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오늘 인상되지 못한 수가에 대해서는 추후 최소한 원가 보장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치과협회 마경화 상근보험부회장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돼서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신뢰와 배려 속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공단 수가협상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방 유형에서도 3.6%의 인상률로 체결이 이뤄졌다.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아쉬움은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작년에 협상이 결렬된 만큼, 올해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약사회 측은 약국 유형 1.7%의 인상률에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약국 유형은 그간 높은 인상률을 보여왔지만, 작년에 코로나19 수가 등으로 진료비와 행위료가 증가한 것이 올해 수가 협상에는 악영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은 “회원 권익 측면에서 끝까지 체결과 결렬을 놓고 고민했지만, 저희가 제시한 3.6%값에 크게 못 미치는 값에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1.6%라는 인상률에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의원 유형은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10차례 결렬을 맞게 됐으며, 역대 최저 수준인 작년 2.1%에 이어 1.6%라는 사상 최저치 인상률을 기록했다. 역시 작년 코로나 수가의 영향이 작용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부회장은 “재정위 위원들에게 의원 유형의 비용 지출 급등에 따른 원가 인상 자료를 전달하고, 건보재정 흑자에 따른 성과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존 수가 협상에서 제기됐던 문제점이 되풀이됐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적정 수가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고 밝혔다.
◆ 내년 인상률 및 환산지수, 진찰료 증감 정리
오늘 수가협상을 통해 결정된 인상률과 환산지수는 다음과 같다. 의원과 약국 유형의 인상률은 협상에서 마지막으로 제시된 값이며,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조산원을 제외하고 올해는 한방에서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였으며, 환산 지수 점수는 약국에서 99.3(원)으로 가장 높았다.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진찰료는 고정된 상대가치 점수에 이번 협상으로 결정된 환산지수 값을 곱해 결정된다. 작년 2.1% 대비 1.6%로 하락한 인상률을 기록한 의원 진찰료는 초진, 재진 각각 290, 210원씩 증가했으며, 작년 대비 1.9%로 상승한 인상률을 기록한 병원(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포함) 진찰료는 작년 대비 약 30~40원씩 증가했다.
◆ 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의 말
재정소위원회와 공급자 단체의 수가협상을 조율한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 종료 후 기자단과의 브리핑에서 올해 수가협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건보공단 측은 작년 수가협상 이후 의견을 수렴해 올해 수가협상에 환산 지수 산출을 위한 새로운 모형을 도입하고, 밤샘 협상을 탈피하고자 재정소위원회 3차 회의를 오후 2시로 당기는 등 노력했지만 실제 협상 소요 시간은 작년보다 길어졌다.
그 이유로는 건보공단 재정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소위원회 구성이 따라서 늦어진 점과, 고금리,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작용한 점, 의료관계법 갈등 상황과 건보재정 흑자로 인한 수가 인상 기대 증가를 뽑았다.
건보공단 이상일 이사는 최초 결정된 급여상임이사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올해 마지막 수가협상에 참여했다. 이번 협상에 대해서는 “밤을 새서 힘든 것보다, 수긍 가는 부분이 있어도 밴드 안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협상에 도입된 모형값이 잘 활용됐느냐는 질문에는 “올해 SGR 모형 값이 음수로 나왔음에도 인상률 평균을 보면 작년 평균과 비슷한 인상값을 보였다. 그 점에서 가입자 입장에서 새롭게 제시된 대체 모형들을 반영해 의사결정한 것으로 본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수가 협상의 현재 틀을 유지하고서는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고 본다. 이미 미국은 SGR 모형 값의 한계를 발견했고, 대안적 지불 제도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행위별 수가제를 다 없앨 수는 없겠지만 행위별 수가제 요소 이외에 다른 부분의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진행된 가입자-공급자 간담회에서 그런 환산지수 범위를 벗어난 논의에서 제도 발전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 그런 폭넓은 변화에 관한 사회적 논의 기회가 계속 마련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늘 협상으로 결정된 환산지수 점수는 6월 초에 개최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되며, 6월 30일까지 의결 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고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