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의료환경은 결국 분만 인프라 형성을 저해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김 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8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분만 인프라의 붕괴 그리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수련병원들에서 적절한 진료 인력의 부재는 결국 그 지역의 안전한 분만 인프라 형성에 커다란 저해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산부인과에 전공의의 지원이 줄어들면 분만 의사가 줄고, 분만 의료기관도 줄게 돼 최종적으로는 안전한 분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전공의가 부족해지면 남아있던 전공의들의 업무강도를 악화시켜 결국 추가적인 중도포기를 만드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자구책으로 마련된 교수들의 교대 야간당직 분담 역시 결국은 전공의가 부족한 수련병원의 교수들마저 업무의 과부하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수련병원 교수들 중 야간 당직을 서는 교수의 비율은 57%에 달하며, 당직을 전담하는 비율도 17%로 타과에 비해 열악한 산부인과 교수들의 근무환경이 젊은 의학도에 암울한 미래로 비춰져 지원율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전공의의 감소는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 전문의의 감소를 초래하고,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를 초래해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 병의원이 감소되고, 결국에는 모성사망이 증가하는 악순환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어떤 의료행위보다 의료분쟁의 가능성이 높은 분만에서 더욱 분쟁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의 현실은 활발하게 분만을 받아야 할 젊은 의사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의료 분쟁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법적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이유로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분만을 받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현행대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원죄적 의미로 분담토록 강요된다면 의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적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고, 과실이 없는데도 분만을 받는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분만 담당 의사들을 죄인시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상재원 마련’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후 사회보장 차원의 보상을 비롯해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를 위한 분석·대책을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의 확립 및 회복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우선 고위험 임산부의 증가로 합병증 등 응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고, 전공의 감소로 분만 의사수 및 분만 담당 의료기관은 감소할 것이고, 사회적 편견으로 남자의사가 감소해 야간 당직을 담당할 의사도 감소해 안정적 분만 인프라 확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분만 의료기관 폐업 증가로 지역적 편중현상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임산부들의 원정출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응급상황의 경우 분만 지연 혹은 후송 지연에 따른 의료사고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열악해지는 분만 인프라에 환자의 실망감은 커져 감정적 의료분쟁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편 김 암 교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산부인과는 설상가상이지만 일부에서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산부인과와 소방관을 비교했는데 “공공적 활동에 책임을 그것도 불가항력에 책임을 지운다면 누가 담당하겠나. 소방관이 최선을 다해 화재진압에 나서지만 끄지 못했다고 돈을 내라고 하면 소방관을 할 사람이 있겠나”라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미 5년 전부터 산부인과 원장의 자녀가 산부인과를 외면하고 있다. 산부인과 병원 설립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이전에는 자녀들이 같이 했지만 현재의 의료환경은 그들로 하여금 다른 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산부인과 의료환경을 개탄했다.
이에 김 교수는 “불가항력 부담금 철폐하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며 강력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