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수술 안전성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연구 과정보다 3.8%에 달하는 사망률이다”
카바수술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송명근 교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건연)의 엇갈린 주장과 입장으로 또 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사망률과 부작용 유발률을 담음 보건연의 연구보고서에 송명근 교수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엉터리 조사”라고 강하게 반발한데 이어 보건연 측은 “절차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필요가 없고, 중요한 것은 환자가 얼마나 죽었느냐 하는 연구결과”라며 반박을 일축하며 팽팽한 대립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
송 교수 측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CARVAR 비급여 관리를 위한 실무위원회(이하 실무위원회) 중 한 명인 김용인 교수(인제대학교병원 흉부외과)를 증인으로 대동, 보건연의 연구 절차상의 하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보건연의 연구 보고서 때문에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카바수술)이 사장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에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며 “이번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보고서는 지난 3월에 나온 첫 보고서와 달리 카바수술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 즉 실무위원회의 평가를 거치지 않은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즉, 실무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채 카바수술에 대한 보고서가 완성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보건연의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보건연에 소속된 실무위원회들 중 카바수술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첫 보고서에서 카바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결을 실무위에서 내릴 당시에도 카바수술에 대한 합병증과 인과관계의 검토 없이 무조건 이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실무위원회 대다수가 가지고 있었다”면서 보건연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건연 측의 입장은 다르다. 실무위원회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들의 기능에 문제점이 나타나 더 이상 논의를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이같은 정황을 보고서에 상세히 기술해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연 측은 “중요한 것은 연구보고서가 어떤 절차를 거쳤느냐는 것이 아니라 카바수술로 인해 사람들이 생명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하며 송 교수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보건연 배종면 (제주의대 예방의학과교수) 임상성과분석실장은 “연구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는 것은 실무위원회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김 교수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카바수술 보고서가 실무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를 굳이 거쳐야 할 이유가 없고, 복지부와 다이렉트로 진행한 사안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와 관련 “사실 실무위원회는 보건연의 연구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자문을 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었지만 이를 진행하기에는 다소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 그 권한을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은 보고서에 기술되어 있으니 이를 확인하게 되면 더 이상 문제 삼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배 교수는 또한 “송 교수가 제대로 된 연구보고서를 보지도 못한 채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며 "연구보고서의 절차상의 문제를 가지고 자꾸 이야기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수술을 받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배 교수는 카바수술 연구가 전향적이 아닌 후향적으로 진행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향적 연구가 될 수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이 역시 보고서에 모두 상세히 기술해놓았다. 또 후향적이라고 해도 송 교수의 자료를 가지고 진행한 것이기에 연구 보고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공개되면 모든 논란이 불식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카바수술에 대한 보건연 측과 송 교수 측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카바수술 안전성 평가에 대한 첫 데이터가 나온 지난 3월에도 이와 같은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당시에는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들까지 가세해 이 같은 논란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이와 같은 양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연구보고서에 대한 복지부의 조속한 입장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보건연 측의 보고서가 최종이 아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카바수술의 안전성 문제 및 중단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언제쯤 나올 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