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GLP-1 시대가 됐다고 해도 아닐 정도로 의료계 안팎으로 GLP-1 제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비만치료의 중심에 있는 대한비만연구의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가 16일 제36회 춘계학술대회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GLP-1 제제와 비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김민정 이사장은 “비만치료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비만이 이렇게 주목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비만 치료가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으로 인식되면서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 출시에 이어 올해는 터제파타이드 도입이 예상되면서 비만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이러한 흐름을 잘 살려 국내 비만 치료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학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진 회장은 “현재는 GLP-1의 시대다. AI와 GLP-1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 및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년에 란셋에서도 GLP-1을 ‘마법의 탄환’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시장 규모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GLP-1은 비만 외에도 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중독(알코올·마약), 중추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연구에서는 GLP-1이 암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됐으며, 동물 실험에서는 암 크기를 감소시키는 데이터도 발표됐다”면서 “이제 GLP-1은 단순한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핵심 치료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BMI 기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철진 회장은 “현재까지 BMI 30을 기준으로 비만 치료제가 처방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인 기준에 맞춰 설정된 것”이라며, “동양인의 경우 BMI 23~25부터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 세계적으로도 BMI만으로 비만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유럽에서는 혈압, 당뇨와 같은 동반 질환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한 새로운 비만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상준 정책이사는 “학회는 학술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 비만 정의를 재검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추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의 지속 사용률이 낮다는 점도 주요한 논점으로 떠올랐다. 비만학회에 의하면 비만치료 중단이 44%나 된다. 대표적 원인이 바로 치료제 가격이다.
이철진 회장은 “미국에서도 비만 치료제의 지속 사용률이 40~44% 수준으로 낮은데, 이는 보험 적용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효과가 유지되지만, 높은 약가로 인해 많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GLP-1 치료 중단 후 유지 치료로 토피라메이트나 부프로피온을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식욕 조절과 중독성 섭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GLP-1 대체제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엽 학술이사도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비만 치료의 지속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비만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1500여명의 회원이 찾아 풍부한 네트워크의 장이 된 가운데 △비만개론 △비만체형 △탈모피부쁘띠 △비만전문인증의 교육 등을 주제로 한 강의장들이 마련돼 다양한 학술 정보를 얻어가는 시간이 준비됐다.
특히 비만개론 강의장에서는 GLP-1 치료제 사용 후 근 감소룰 방지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강의와 비만치료제 다중 제형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비만환자 영양치료 강의가 이어졌다. 새 비만약물에 대한 강의도 이어져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등에 대해 알아보고 GLP-1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까지 살펴보는 실전 강의로 구성됐다.
김민정 이사장은 “위고비 국내 도입 후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도입 후 5개월간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 임상사례를 토대로 한 강의도 준비했다. 회원들에게 GLP-1 제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철진 회장은 “비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데이터가 나와 신약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국내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터제파타이드 역시 국내 비만치료에 있어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개원가 정통 비만학회로서 새 비만약제들에 대해 회원들께 발 바르게 정보를 제공하고 임상사례를 공유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학회가 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