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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의사∙환자 모두 비용에 발목잡혔다…비만약 급여 촉구

대한비만학회, 비만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비용 부담으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어 개선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대한비만학회(이사장 김민선)은 3월 4일 ‘세계비만의 날’을 맞아서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임을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 임상적 비만병 실태 및 사회경제적 부담-효과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간담회를 4일 개최했다.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이사(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간담회에서 ‘새로운 만성질환 관리 정책 수립’을 주제로 발표하며 비만을 중심으로 한 예방, 치료, 사후 관리 통합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비만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기존 인식을 전환하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박정환 정책이사는 현행 만성질환 관리 정책의 문제점으로 비만이 주요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임에도 법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정책이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성질환 관리법인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하지만, 정작 이들의 근본 원인인 비만은 빠져 있다”며, “이로 인해 막대한 의료비용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이 비만 예방을 1차 치료 목표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만을 단순한 체중 문제로 보지 않고, ‘아디포패시(Adipopathy, 지방세포 기능 이상)로 인한 합병증’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비만 자체를 질병으로 인정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비만 진단 기준이 정책 수립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BMI를 기준으로 비만을 진단하고 있는데, 이는 대상자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 실질적인 정책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박 정책이사는 “현재 기준으로는 국민 3분의 1이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들을 모두 정책 대상으로 삼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만이 개인의 책임인가, 사회적 책임인가에 대한 논쟁도 정책 수립의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박 이사는 “2013년 미국의사협회(AMA)가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지만, 여전히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보다 정교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박 정책이사는 ‘임상적 비만병(Clinical Obesity)’ 개념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단순 체중 기준이 아닌,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는 환자를 정책 대상자로 삼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정책이사는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도입하면 정책 대상자를 명확하게 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적인 의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만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연관이 깊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정책이사는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여성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건강 형평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비만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정책 시행 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정책이사는 “현재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간의 역할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도입하면 1차 의료기관과 보건소 중심의 예방 및 관리, 대학병원과 전문의료기관 중심의 치료라는 체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2023년 미국심장학회가 대통령에게 비만을 포함한 심혈관·신장·대사질환 통합 관리 정책을 제안해 국가차원의 비만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전문학회 중심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기존의 개별 연구자 중심 정책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는 비만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비만 치료 활성화를 위한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2월,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의사 404명과 과체중(BMI 23kg/m2 이상) 일반인 1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만이 BMI 25kg/m2가 비만 기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35%는 해당 기준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허 이사는 “지난해 BMI 25kg/m2의 기준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음에도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며 추가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비만 원인에 대한 질문에서는 과다한 섭취와 식습관 문제, 운동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한편, 자신의 체중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63%가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평가했으며, 특히 여성과 30대 이상에서 비만 인식 비율이 높았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87%가 비만이 성인병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인다고 답했지만, 이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여전히 다수(63%)가 비만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비만을 둘러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조사 결과도 주목할만하다. 응답자의 61%가 비만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여성과 비만도가 높은 집단에서 이러한 인식이 더 강했다. 또한, 비만인은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하다는 편견이 존재하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음이 확인됐다.

직접적인 차별 경험에 대해서는 25%가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의료진으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15%, 고도비만자에서는 22%로 나타났다. 허 언론홍보이사는 “의료진조차도 비만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계 내부의 인식 변화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조사 대상자 중 67%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고도 비만자의 경우 대부분이 체중 감량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고도비만자의 40%가 체중 감량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체중 감량 목표에 대해서는 평균적으로 15% 감량을 희망했으며, 여성과 젊은 층, 비만도가 높은 그룹일수록 더 높은 감량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허 언론홍보이사는 “실제 건강상 이득을 위한 감량 목표는 체중의 5~10% 정도”라며, 사회적 기대와 실제 치료 목표 간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2%, 고도비만군에서도 15%에 불과했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로는 비용 부담(56%), 부작용 및 안정성 우려(두 번째), 치료 필요성을 못 느낌(세 번째)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비만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약물 치료를 받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77%), 식사 치료 및 운동 치료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또한, 비만 치료제 처방 경험자 중 18%는 비대면으로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해 전문적인 상담 없이 약물 치료를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환자들에게 비만 치료를 적극 권하지 않는 이유로 ‘비용 부담’(1위), ‘진료 시간이 부족함’(2위), ‘상담 및 교육 수가 부재’(3위) 등이 꼽혔다. 특히 허 이사는 “비만은 만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기간이 짧고, 약제 사용 기간도 1개월 이상~6개월 미만이 대부분”이라며 장기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비만 치료제를 선택하는 기준은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였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는 펜터민(단기 처방 약물)이었으며,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등이 뒤를 이었다.

비만 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68%가 찬성했으며, 종합병원 소속 의사들의 찬성 비율이 더 높았다. 급여화 기준에 대해서는 BMI 30kg/m2 이상 또는 BMI 27kg/m2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반인 역시 60%가 급여화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다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는 급여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43%였다.

마지막으로, 비만 해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서 73%가 개인의 노력과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허 언론홍보이사는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질환이며,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며 비만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를 통해 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 경제적 장벽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함이 확인됐다”면서 “비만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격적인 부분이나 여러 정책적인 허들을 낮춰주는 것이 학회가 할 일”이라고 전했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은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으로, 치료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 환경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비만치료 급여화 확대, 의료진 교육 강화,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추진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비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도출된 시사점을 바탕으로 향후 대한민국의 비만 치료 활성화 및 효과적 비만 관리를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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