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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비만 관련 보도, 부정적 표현 배제∙중립적표현 사용해야

비만학회, 낙인 재생산 막기 위한 보도 가이드라인 공개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은 비만을 진단받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동기부여 제공이 아닌 정신적, 신체적 건강상태 악화를 야기한다.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들은 체중관련 보도 시,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 또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현 대신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해야 한다는 학회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가 9월 5일부터 7일까지 국제학술대회인 ICOMES 2024를 개최한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의 시작을 비만 낙인 재생산을 막기 위한 비만∙체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는 기자간담회로 열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허양임 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가 참석해 비만병 및 체중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해 소개했다. 

허양임 이사는 첫 번째로 비만병을 비하, 경멸하는 표현 대신 평가가 들어가있지 않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며 뚱뚱한, 거대한, 덩치가 큰, 무거운 등의 표현 대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체질량 지수가 높은 사람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 등의 표현을 사용하자고 밝혔다.

또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확산시키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허 이사는 “특히 게으르고 의욕이 없고, 의지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표현은 개인이 학교, 직장, 의료환경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할 수 있다. 아동의 경우 교육결과와 삶의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체중 낙인을 경험하는 경우 체중과 BMI와 무관하게 이환율, 사망률도 증가시킬 수 있다. 개인의 체중은 그 사람의 지능, 능력, 성격 등을 암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또한 기사의 초점이 체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체중이나 비만병에 관한 정보를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사람 우선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사람 우선 언어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개인을 정중하게 다루는 표준으로 질병 때문에 사람을 분류하지 않는다. 

예컨대 비만인 (Obese person), 비만참여자 (Obese participant), 비만아동 (Obese children) 등의 단어를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 (Person with Obesity), 비만병을 진단받은 참여자 (Participant with Obesity), 비만병을 진단받은 아이 (Children with Obesity)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비만병 및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표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는 “‘비만병은 건강에 A, B, C의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와 같이 모호한 표현은 배제하고, 정확한 사실과 수치를 바탕으로 보도해 해석의 여지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로는 비만병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암시하는 표현을 줄이고 만성질환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비만병은 운동을 덜 하고 많이 먹어서 생기기 때문에 덜 먹고 운동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신 비만병은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섭취량과 운동량 외에도 유전, 환경, 장,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끝으로 허 이사는 체중과 비만병에 대해 보도할 때 정확한 ‘의학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고도비만’이라는 표현 역시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의학용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BMI 기준으로 1단계 비만병(25 이상~30 미만), 2단계 비만병(30 이상 35 미만), 3단계 비만병(35 이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김유현 간사는 특히 비만병 관련 이미지 사용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유현 간사 “세계 가이드라인에서는 불량식품이나 건강하지 않은 음식 섭취를 보여주는 것을 제외하고 있다. 배가 많이 나와있는 모습이나, 바지가 맞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질환으로 인해 실제로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며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 보다는 비만인이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활동적인 모습, 건강한 식사를 하는 모습의 이미지를 보여주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간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비만병 보도 시 선입견을 악화시키는 이미지를 피하고, 비인간화를 유발하는 특정 신체 부위 사진 대신 전신 사진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비만병을 긍정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루도록 권고한다.”고 전했다.

또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비만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사진은 비만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비만인이 건강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만인을 일반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고, 비만인이 운동을 하고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면, 비만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하나만으로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따뜻한 자극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이미지 사용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홍용희 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아이들의 경우 비만병에 대해 편견을 느끼면 자존감 저하 등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비만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것까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 개선과 다양한 신체형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상적 체중에 대한 강화보다는 건강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내과 최덕현 교수는 “비만병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음과 동시에 ‘병식’임을 갖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보다 상의하고 공론화해, 우리사회 모두가 병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히포크라타의원 김진욱 원장은 “내원 환자들의 경우 사회적 낙인에 의해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잇고, 남들에게 체형이 보이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 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을 위해 치료하면서 정서적인 부분이 고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의 경우 암 환자라는 표현 대신 ‘암 환우’라고 하고 암이 해소된 경우에도 ‘암 경험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면서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지되는 것을 변경하는 추세가 있는 만큼 비만학회도 그런 부분들에 대한 캠페인과 인지를 가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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