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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염병 대응, 더 이상 공중보건의사에게만 의존하지 말아야”

신정환 회장 “국가적 재난 사태 대비해 충분한 의료인력을 미리 확충해 놔야”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감염병 위기 대응에 적합한 제도가 아니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꼭 의사가 아니어도 시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진료 업무 등에 공보의를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이며, 감염병 대응체계를 공중보건의사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감염병 대응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해 의료인력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신정환 회장은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가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전남 완도의 대성병원에서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느끼기에는 도서지역 감염병 대응 등이 잘 이뤄졌다고 보나?

도서지역 감염병 대응은 비교적 잘 이뤄졌다고 생각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공중보건의사제도(Public heath doctor system)은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 저지 및 대응에 앞장서왔고, 주변 시민들과 동료분들의 협조에 의해 진단, 이송, 치료 등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도서지역에 부족한 의료자원에 의해, 적절한 격리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격리병실이 없어 코로나 확진자들이 입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며, 확진자 중에서 코로나 외의 다른 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원 가능한 병원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처럼 아쉬운 점도 있지만 지자체와 중앙부처 및 공중보건의와 시민들의 도움으로 예방접종으로부터 시작해서 자가격리, 치료까지 도서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하고, 모두가 합심해 대응함으로써 국가적 위기상황을 잘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10만명 당 확진자 사망률이나 재원 위중중 정도를 볼 때, 이러한 것을 입증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한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느끼기에는 감염병 대응을 포함한 공중보건의사 근무환경이 개선됐다고 느끼나?

감염병 대응 관련해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쉬움이 더 크다. 첫번째 이유는 전문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행정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애로 사항이 발생했다. 

생활치료센터, 병상배정반, 예방접종센터 등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단순히 공중보건의 등의 인력을 투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또 동료 공무원이자 의료인으로서 공중보건의사를 대우하지 않고 그저 강제로 복무시키면 된다는 인식이 일부 현장에서 갈등으로 비화됐다. 공중보건의사를 단순히 보충역 정도로 여기고 명령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면서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코로나19 경험을 근거로 현재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부과된 감염병 대응 업무량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는 업무로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과거 2011년 의료정책연구소에 실시한 공중보건의 실태조사에서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업무로는 행정업무가 있었다. 그리고 적절하다고 여기는 업무는 진료업무였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가 의사 지도 하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검체 채취 업무나, 병상배정을 위해 단순 전화를 돌리는 업무 등은 다른 의료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의사가 하기에는 부적절한 업무로 보였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구해지지 않는 다는 이유로 공중보건의사를 무분별하게 차출해 이용하는 것 또한 부적절하게 보였다. 
-공중보건의사 배출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가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앞으로 5년마다 찾아올 수도 있는 여러 감염병에 대응에 있어 적합하다고 보나?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는 40년간 거의 변화없이 유지된 오래된 제도로 현대 보건의료체계 및 감염병 대응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각 지역별의 구체적인 보건의료 상황 및 형평성에 기반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인력이 차출되는 등 땜질식의 대응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감염병은 국가적 재난으로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것은 맞으나, 대응체계를 공중보건의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감염병 대응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해 의료인력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 찾아올 감염병 대유행 시 대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한의사들에게도 감염병 검사를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대한한의사협회 입장 등에 대해 공중보건의사가 느끼기에는 감염병 대응과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에 필요하다고 느끼나?

국민들이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신뢰하는 이유는 각기 다른 의료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협 등의 주장은 이와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신뢰 원칙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의 팀웍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데에 굳이 의사의 역할을 베끼는 것이 필요할까 의문이다. 

-최근 경기 용인의 한 병원 응급실 의사가 70대 남성으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부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도서지역 응급실에 근무하는 공보의들도 많은 만큼, 이번 사건이 남일 같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응급의료상황 뿐 아니라, 외래 등 진료의 어떤 과정에서도 말씀주신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발생해 왔다. 행하는 입장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피습당할 걱정을 하면서 진심을 다해 진료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물론, 안전 인력 배치 등 물리적인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진료 현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의학적 결과도 마치 의사가 신인 것처럼 책임을 지우는 작금의 상황에서 국민과 의사 사이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 정서가 극단적인 사건들로 표면화되고 특히 공보의의 경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부당행위 및 위협을 당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위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의회 및 법조계가 합심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히 세워주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램이다.

-공중보건의사 입장에서 현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정책 개선, 시행, 지원 등으로 어떠한 것이 있나?

3년 간의 코로나 19 상황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음에도 다시 각기 지역으로 돌아간 공중보건의사들은 3년 전과 매한가지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경험한 만큼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충분한 의료인력을 미리 확충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공중보건의사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공중보건의사 배치를 통해 도서지역의 일차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현행 제도를 검토하고 운영지침을 세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현역병들의 복무기간은 감소했으며, 월급은 상향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들 또한 복무기간 축소, 적절한 보상 등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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