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정상태가 나쁜 병원이 많다.
정기선 지도교수(아주대 경영대학원 병원경영MBA)는 7월 발간된 ‘병원경영·정책연구’에 ‘병원은 정말로 위기상태에 있는 가’를 주제로 기고한 시론에서 적자상태에 있거나, 거의 적자에 직면하여 도산에 임박한 중소병원들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0년 병원경영분석’의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이야기다. 진흥원 자료에서는 100병상당 당기손익이 △300병상 이상 1억원 △160~299병상 3억원 △160병상 미만 -2억원(적자) △병원급 6억원으로 통계분석된 것이다.
정교수는 병원급이 6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난 통계와 거의 적자에 직면하여 도산에 임박한 현실의 괴리에 대해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서 제도적으로나 통계분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중소병원들
첫째, 국세청 조사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적자가 나는 경우도 이익이 조금이나마 나는 것처럼 보고하는 경우다. 매년 2%라도 의료수가가 인상되고 있는데 적자로 신고하면 조사 나올 확률이 높다. 조사에 응할 경리전담직원이 없고, 실사 후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의 추징 사례도 부담이다.
둘째, 거래은행이 재정이 불량한 것을 알면 원금을 회수하려 들거나, 이자요율을 인상하려 하기 때문이다.
셋째, 대부분 개인병원인 중소병원은 소유주인 원장의 급여는 인건비(비용)으로 계상할 수 없어서 이익이 많은 것처럼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채소가계가 됐건, 약국이 됐건 회계상 개인 회사는 소유주의 인건비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달마다 월급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했지만 손익계산서에는 이익으로 처리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이야기다.
정교수는 “기이하게도 매년 8~10%나 도산하는 병원급은 6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난 20여년 간 공동개원이 많이 늘어 원장수가 5~10명을 넘는 곳도 많아 이익이 상당히 많은 것처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익이 난 것으로 착각한 병원사례
정교수는 몇년전 150병상 규모의인 개인 병원을 자문한 적이 있다. 8명의 의사가 공동개원했는 데 예상과 달리 2년후 손익계산서는 6천만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들은 3년 정도 적자를 각오했는데 2년만에 이익이 났다고 좋아하고, 직원들도 이익이 났으므로 급여를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교수가 보기엔 17억원 이상의 적자가 난 병원이었다.
공동원장 8명의 급여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원초부터 공중보건의 3명이 조를 짜서 응급실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급여는 장부에 나타낼 수 없어서 비용처리가 안됐다. 그 외에도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한 비용이 몇천만원 있었다.
정교수가 8명의 공동원장들을 모아놓고 위 사실을 이야기하자 분위기는 아주 심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병원의 실태는 매우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중소병원이 예상 외로 많다는 것.
정교수는 “아직 대학병원이나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의 대부분은 공인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은 거의 100% 안 받으므로 중소병원 중 적자라고 신고한 경우 아주 심한 일부병원뿐이다. 흑자상태로 보고된 중소병원 대부분은 왜곡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거중심 수가 현실화 위해 중소병원들 협조 필요
정교수는 “병원들은 언제까지 늑대소년처럼 위기가 닥쳤다고 외치기만 할 것인가? 그 동안 병원계에서 대처해 온 것을 보면 답답한 면도 많다. 근거중심의 주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수십개 중소병원을 포함한 여러 병원을 표본병원으로 선정하여 손익, 원가 등을 치밀하게 연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중소병원의 경우 행정직원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병협 등 단체에서 근거중심의 연구를 하고자 조사 할 때 협조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역량을 강화하여 수가 인상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