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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저가구매제, 시행령만으로 시행에 ‘異見’

국회 저가구매인센티브제 공청회, 전문가 문제 지적 많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도입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병원·약국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 혜택을 병원·약국과 환자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저가구매제인센티브제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고 오는 4월30일까지 의견을 수렴,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공청회는 국회 입법절차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특히 저가구매제에 대한 실효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날 진술인으로 참여한 각 전문가들은 저가구매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주요발언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위임입법원칙 위반-국회의 입법적 판단 무시(정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정부 설명에 의하면 약가의 실제 거래가격을 파악하려면 저가구매 인센티브라는 유인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이 제도는 의약분업 도입 당시 기본취지인 약가 마진의 불인정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특히 시행령과 같은 행정입법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만 규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임입법의 원칙이다.
이 제도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위임입법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위임법률도 없이 시행령이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한 본건 시행령 개정안은 위헌무효가 될 것이다.
한편, 현실적으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의 문제점은 제약회사와 요양기관이 담합을 하면 실제 거래가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
마찬가지로 이 제도 또한 제약회사가 인센티브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요양기관에게 그러한 조건을 수락할 만한 경제적·실리적 유인이 충분히 있다면, 실제 거래가격이 제대로 파악될지 의문이다.

저가구매제-리베이트 쌍벌제 실효성 없다(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조남현)
=이 제도는 시장기능을 작동케 함으로써 현행 실거래가상환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주장하듯 이 제도는 리베이트를 더 음성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저가로 판매할 경우 이듬해에 기준약가가 떨어질 것이므로 이중계약을 통해 현재의 약가를 유지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리베이트를 주고 약가를 유지하려 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해가 갈수록 마진이 줄어들고 결국은 마진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리베이트의 유혹에 빠질 소지가 있다.

쌍벌제를 도입할 경우 처벌의 위험부담으로 인해 리베이트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이 제도가 전반적으로 약제비의 절감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가 동일 품목을 낮은 가격에 구입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일 뿐 품목 간 가격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지금 쌍벌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과거 직접 투약까지 하던 것을 강제로 조제를 위임케 함(의약분업)으로써 약가마진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이제 처방의 대가를 받으면 형사처벌까지 하겠다고 하니 의사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저가구매유인제로 리베이트 근절할 수 없다(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가구매제를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R&D자금으로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병원과 제약사간 ‘이면계약’을 부추겨 병원의 음성소득만 키울 수 있다.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세계에서의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 필요하다.
리베이트 근절의 요체는 리베이트 수수의 ‘쌍벌제’ 적용이다.
제약업계가 대안으로 내놓은 ‘처방총액절감제’를 경청해야 한다.
이 제안은 의사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종류의 약을 적정량만큼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잉처방 논란하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처방이 줄어들면 제약업계의 매출도 감소하는 만큼 제약업계 입장에서도 ‘고육지책’ 약제비 절감을 위한 ‘고통분담’에 ‘진정성’을 더하는 것이다.
한편,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의 입법형식은 ‘행정편의주의’다.
정부는 ‘저가구매제’는 현행 ‘실거래가제도’를 보완하는 것이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시행에는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행 실거래가제도 보완 과정에서 ‘장려금 지급’이라는 새로운 쟁점이 부각, 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금 또는 재정은 정해진 사용 목적에 부합되도록 사용돼야 한다.
보험재정이 보험급여가 아닌 장려금(incentive)에 사용되는 것은 보험재정운영 형식논리와 충돌하며 보다 좁게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리베이트 합법화 시켜주는 방안(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저가구매제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현행 법체계에서 약가에 이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의약품 리베이트를 합법화시켜 주는 방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가구매 신고하더라도 ‘품목별 가중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다음 연도에 약가를 인하한다면 저가 신고된 제품의 가중평균가만 인하되므로 실제 가격인하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약가는 인하되지 않고 요양기관이 리베이트를 더 많이 요구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리베이트 근절이 정책 목표라면 다른 정책수단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원가에 비해 높은 가격이 위험한 R&D보다는 리베이트라는 확실한 수단을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리베이트의 원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 즉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의 가격을 동일하게 50%이하로 적용하는 방안(오스트리아 약가제도 참조) △2007년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방식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처벌수준 강화와 쌍벌제 △공익신고포상금제도 등이 합리적인 대안일 것으로 판단된다.

저가구매제 과잉규제 아니다(남기정 법무법인 우면 대표변호사)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대통령령에서 계약이 아닌 획일적 기준으로 정하더라도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개정 시행령에 의하면 요양기관이 수령하는 요양급여비용은 구입금액에 일부를 덧붙인 금액이고, 본인읿부담금의 기준은 구입금액이 돼 그 기준이 다르고 결과적으로 요양기관에게 특혜를 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일부부담금 역시 국가가 제공하는 요양급여의 내용에 포섭되는 것이므로 본인일부부담금의 산정기준이 요양급여비용의 산정기준과 다르더라도 가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다.
아울러 개정 전 제도에 의하더라도 실거래가 조사에 의해 약제 상한금액이 조정되므로 개정 전 제도와 개정 후 제도는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냐는 제도 효율성 문제이지 과잉규제로 보기는 어렵다.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행정적 노력 중요(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처방권자의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약가거품을 상당부분 제거해 리베이트 여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약가인하가 제도 시행에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그간의 과정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약가인하 부분은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복지부가 가격인하기전을 내장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제약업계와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약가 인하부분이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리베이트를 통해 확보되는 수익을 온전시키기 때문에 제도 성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의료기관이 실거래가를 정직하게 보고할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증가했으나 제도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거래가를 조사하는 행정적 노력이 중요하다.
복지부의 최종안에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의 도입여부에 집중한 나머지, 실제로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실거래가 조사 방식에 대한 계획이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관해서 상당한 노력을 투입해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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