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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성분명처방 강행 시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

“성분명처방, 제약회사 ‘제네릭 하청공장’으로 전락시켜”
“현재도 대체조제 중”…’오리지날’ 처방 운동 추진 제안도


의료계가 정부의 성분명처방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약품 수급 불안의 원인은 유통구조와 약가정책에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성분명처방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면 국내 의료 질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강행 시 오리지날 의약품 처방 운동을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이 날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약물선택은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고려해 이뤄지는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행위”라며 동일 성분이어도 임상반응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아와 고령자, 중증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에는 작은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또 김 회장은 “약국재고를 우선해 환자에게 약을 주는 비상식적인 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단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예산 절감을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예산도 국민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성분명처방이 강행될 경우, 의약정 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간주하고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겠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2025년 11월 약사법 개정에 따라 시행 예정인 필수의약품 수급대책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 점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의약분업의 근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악법 개정 이유가 무엇이냐며 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성분명처방이 환자편의와 수급불안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처방권을 흔들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부정하고 치료의 연속성을 끊을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하며, 임상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약효 차이와 부작용 위험을 환자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논리가 의학적 원칙을 압도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성분명처방을 강행한다면, 전문성을 사수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고도 거대한 투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병 범대위 성분명처방 저지위원회 위원장은 성분명처방이 의무화될 경우 ‘오리지날 의약품 처방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정으로 환자를 생각했다면 오리지날 처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장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 제도였다는 분석에서다.

이어 이주병 위원장은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하면 없던 약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도 대놓고 대체조제를 하면서 굳이 성분명으로 처방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아울러 제네릭이 오리지날보다 저렴하지도 않다는 점을 짚으며 “복제약이 오리지날보다 더 비싼 약들이 판매되는 희안한 나라”라고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위해 상품명으로 처방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리베이트를 위해 성분명처방을 주장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환의사(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 김형중 대표는 제네릭 판단 기준이 오리지날약 약효의 80%~125% 수준인 점을 언급하면서 “처방이 바뀌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처방이 바뀐 약이 포털을 통한 사후통보를 통해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제네릭 의약품에 따른 약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장, 내분비내과 등 만성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결국엔 진료를 하려는 의사가 사라지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모든 환자는 처방받는대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을 조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도 동일 성분이라면 같은 약이라는 주장에는 의학적 현실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고심끝에 신중하게 선택한 약물을 단순히 성분이 같다는 이유로 임의변경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것.

박 회장은 “약효의 동일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약’일 뿐”이라며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약가정책,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 생산기반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성분명처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근본 원인을 외면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저가 제네릭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면 결국 우리나라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 역시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진 원인은 생산과 공급 구조의 문제, 왜곡된 약가 정책,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럼에도 정부는 그 책임을 의료현장의 의사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의료를 행정으로 통제하고 처벌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결코 환자중심의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의장은 “동일한 성분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복용하는 약이 계속 바뀌게 된다면 고령환자와 만성질환환자에게는 복약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국회를 향해 “환자의 안전과 의료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특별시 25개구 의사회장단 박종환 회장은 “선택은 약사가 하고 책임은 의사가 지게 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고 한다”며 이러한 정책이 정말로 국민과 환자들을 위한 제도인지 물었다.

또 성분명처방을 발의한 장종태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약국 개설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자기모순의 극치’라고 했다. 해당 법안에는 대형약국 개설 시 지역사회 기여 계획 등을 포함한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박 회장은 “국민 편의를 위해 성분명처방을 해야 한다더니,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이 밤늦게도 이용할 수 있고 약 선택 폭이 넓은 대형 약국을 강제로 문 닫게 한다”고 꼬집었다. 두 법안에 국민과 환자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정작 국민과 환자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질타했다.

끝으로 박 회장은 “이런 정책은 제약회사를 신약개발은 엄두도 못 내는 ‘복제약 하청공장’으로 전락시키고, 국민의 건강권을 정치적 거래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궐기대회 현장을 찾고 의료계의 뜻에 공감했다. 장동혁 대표는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안전과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최우선을 두고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충분히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정책들을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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