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최근 서울동대문경찰서가 한의사의 국소마취제 사용 및 레이저·초음파·고주파 의료기기 시술에 대해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충격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번 결정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한 판단 오류이며, 면허제도·사법질서·의료안전 체계 전체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법적 결함을 안고 있다.
담당 수사관은 결정문에서 피의자들의 행위가 의사의 본질적 의료행위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사용한 크림이 일반의약품이며 레이저·초음파 기기가 한의학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점 등을 근거로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한특위는 수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여부와 판단 근거의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한의사가 미용 시술을 명목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대가를 수수한 사실관계가 무면허 의료행위 및 한의사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결정문에서 경찰은 엠마오 플러스 크림이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고, 오퍼스듀얼·스펙트라 의료기기 사용이 일부 한의사 영역에서 허용된다는 유권해석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한 한의사의 레이저 교육과정 개설 사례, 한의학 연구회 활동 등을 언급하며 사회적 통념과 학문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의계 측의 일방적 주장에 가까운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 판단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으며 이는 대한민국 의료체계 근간을 흔들고, 국민 건강 수호에 반대되는 심각한 오류투성 결정이다.
1. 면허 외 행위에 대한 잘못된 판단 기준
경찰은 본 건 시술이 의사의 본질적 의료행위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므로 무혐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은 면허 외 의료행위를 했는지 여부이다. 의료법은 면허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한의학적 고유 영역과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의사(Physician)만의 고유 영역이 분명히 있다.
2. 일반의약품 사용이 의료행위를 배제한다는 오해
결정문은 엠마오 플러스 크림이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료행위 판단은 약품의 구매 가능 여부가 아니라 시술의 침습성과 위험성, 전문성 여부로 결정된다. 주사기나 마취제 등도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지만, 비의료인이나 한의사가 이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성립한다. 피부에 크림을 도포한 후 레이저·초음파 기기로 열과 고주파를 전달하는 행위는 의료지식과 임상경험이 필요한 치료적 행위로써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3. 한의사에 대한 허용 여부를 오인한 논리
경찰은 일부 한의사에게 레이저·고주파 기기 사용이 허용된다는 동대문구 보건소 회신과 한의학 교육과정을 근거로 피의자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는 한의사의 금지된 의료행위의 구분을 혼동한 판단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법령과 행정해석은 한의사가 미용 목적 레이저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사용된 오퍼스듀얼·스펙트라 같은 의료기기는 단순 진단기기가 아니라 전문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따라서 한의사에 대한 제한적 허용 논거는 피의자들의 무면허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또한 더 심각한 것은 경찰이 “레이저수술기가 이미 한방행위 관련 장비로 분류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불송치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점이다. 분류표에는 ‘레이저수술기’가 아닌 ‘레이저침시술기’로 명확히 나와있는 사항을 수사관은 자의적으로 확대·왜곡했다. 이는 허위에 가까운 주장이며, 불송치 결정의 신뢰성이 없음을 나타낸다.
4. 사회적 풍조에 근거한 비법리적 판단
결정문은 과거에는 병원을 방문해야 했던 피부미용 시술이 현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기를 이용해 일반인이 자가 시술을 하는 추세라며 ‘사회적 풍조’를 언급했다. 그러나 법적 판단은 사회적 풍조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무면허 의료행위의 성립 여부는 법률과 판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중적인 행위라고 해서 위법성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5. 한의사도 침습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위험한 판단
IPL 사건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법은 한의사의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침습적이거나 기구를 사용한 인체 자극 행위가 한의사들에게 금지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판단한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수사관은 여러 법문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왜곡 해석하고 의료법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판단해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
한의학과 무관한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했다면 의료법 위반 여부가 더욱 명백해진다. 한의학적 원리와의 관련성은 면허 범위 해석에 관한 문제일 뿐,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에게 침습적 시술을 한 사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
특히 의료법상 한의사도 수술·수혈·전신마취 등 침습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전제했는데, 이 또한 기본적인 법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이러한 해석이 결정문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이번 동대문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은 법적 판단 기준을 잘못 적용하고 법리를 오해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의자들은 한의사의 업무범위가 아닌 의료기기를 사용해 침습적 시술을 행하고 금전을 수수해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위반했다.
따라서 한특위는 본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사안이 아니므로 신속히 이의신청 및 수사심의 신청을 통해 재수사를 요청할 것이며, 추가 증거를 확보해 피의자들의 책임을 강력하게 입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앞으로도 한특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법 해석, 왜곡된 결정, 무면허 의료행위의 합리화 시도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강력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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