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진(주저자: 임선미, 공동저자: 김계현, 임지연, 교신저자: 문석균)의 논문 ‘Physicians’perspectives on the government-led first action plan for healthcare reform: the medical payment system in South Korea’가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2025년 12월호에 게재됐다. BMC Health Services Research는 Health Care Sciences & Services 분야에서 최상위 Q1 등급에 해당하는 학술지이다.
이번 논문은 정부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의원과 병원 근무 의사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정책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연구 결과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둘러싼 의료현장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관련 논의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높이고, 한국의 미래 진료비 지불제도 설계 및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에 대해 의원 의사(94.8%)와 병원 의사(87.5%) 모두에서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이 의료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P<0.001). 묶음지불제, 성과기반지불제, 인구기반지불제의 세 가지 대안적 지불제도 전반에 걸쳐 병원 의사가 의원 의사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경향이 관찰됐으나, 두 집단 모두에서 부정적 영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의사들은 대안적 지불제도가 의료의 질과 환자 경험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반면, 의료비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으나,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한편, 미국의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 모델을 준용한 지불제도의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결과, 의원 및 병원 의사 모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이러한 인식은 제도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환자 참여 부족,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의 어려움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사들은 새롭게 도입될 수 있는 진료비 지불제도가 의료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 절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기존 의료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지불제도를 개편하기에 앞서 의사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 중심 진료가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과 실행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의료현장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문석균 부원장은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사, 환자, 보험자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의료체계의 핵심적인 제도이며, 의료서비스의 질과 의료비 지출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지불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에 치중하기보다, 진료의 질과 형평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제시한 지불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의 행정적·업무적 부담이 증가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결정하는 전문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료제공자의 진료 행동뿐 아니라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의료접근성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