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이 정부·국회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실·국장 협의부터 의원 개별 면담 등 깊은 소통을 이어가며 해결책 찾기에 나서고 있다. 내부의 강경 여론과 의사직역 간 온도차, 시민사회 비판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에서 명쾌한 해법을 모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감정이 아닌 데이터기반 대응하겠다”며 범대위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정책 논의의 틀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정부 및 국회와는 어떤 채널과 방식으로 소통하고 계십니까? 공식적인 브리핑 외에 물밑 접촉이나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의정갈등을 겪으며 정부와 국회 역시 의료정책은 정치적 계산이나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접근돼서는 안 되며, 과학적 근거와 환자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브리핑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인 국회의원들과의 개별 면담, 보건복지부 실·국장 및 실무진과의 실질적 협의 및 간담회, 교육부, 총리실, 대통령실 등 전방위에서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다양한 여야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현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요 쟁점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상시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위원회·자문단을
통해 정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의협의 주장이 일방적인 요구로 비치지 않도록,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 제시, 환자 안전 영향 분석, 비용·효과 검토자료 등을 전달하며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경색된 정국 속에서도 합리적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 회원들의 강경한 기류와 달리 집행부의 대응이 너무 온건하거나 신중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부의 비판적 여론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며, 어떻게 해소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집행부의 대응 기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장의
절박한 심정과 분노가 크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만큼 의료계가 처한 현실이 무겁고 긴박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행부는 어느 한쪽의 감정이나 요구만을 반영해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고, 의료계 전체의 이익과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때로는 단호함이 필요하고, 또 어떤 때는 협상과 절제가 더 큰 결과를
만드는 순간도 있습니다. 강경한 방법을 쓰는 게 문제해결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이라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효과도 미리 예측해야 합니다.
범대위 출범 이후 현재 3개의 아젠다별 분과위원회에서 활발히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국회와의 논의를 통해 의료계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지속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총궐기 행사를 계획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사회와의 소통을 꾀하는 다양한 방법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의협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회원분들께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계십니까?
개원의, 교수, 봉직의, 전공의 그리고 임상과목 등 각 직역이 처한 환경과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현안에
따라 각각의 입장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이를 조정하고 가능하면 단일한 목소리가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해보면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협회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한쪽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나 법안을 강행하는 상황에서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했고, 더욱 체계적인 의견 수렴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범대위를 중심으로 한 투쟁 구심점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고 다양한 직역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해관계가
그만큼 다른 부분이 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범대위, 의협 집행부가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어주시는 많은 회원들이 계시기에 이를 믿고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계를 둘러싸고 정부뿐만 아니라 환자 단체,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나 상충하는 요구에 대해
의협은 어떤 논리로 대응하며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습니까?
대한의사협회는 무엇보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의료정책이 수립돼야 함을 일관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환자단체, 시민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객관적인 사실
기반 논리, 절차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사원이 발표한 작년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결과는 이러한 저희의 원칙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우리 협회가 제기했던 절차적 위법성과 전문가 의견 왜곡, 정책 추진의
비합리성 등이 감사원의 독립적 조사 절차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은, 정책 논의는 반드시 객관적
근거와 정당한 절차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료계의 일관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입니다.
지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은 국가가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 정당한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당시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문제 제기를 ‘직역 이기주의’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행동이 의료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국민께서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의협은 감정에 호소하거나 주먹구구식의 논리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단체답게 입장을 표명할
것이며,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대화와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책이
마련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 곁에 있을 때와 의협 대변인으로 정책 논의의 한복판에 있을 때, 체감하는 문제의 결이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무엇입니까? 임상 의사의
시각과 정책가의 시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상의사로서 진료현장에서는 보이는 문제들은 주로 의료보험에 대한 문제, 의료분쟁에
대한 문제, 환자안전사고 등이 주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정책수립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대학교수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연구보고서 작성이나 여러 회의체에서의 의견 개진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눈앞에서 겪은 개별환자, 특정 사건 등에 기반하는 발언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현장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문적으로 본다면 증례보고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협의 상임이사, 대변인으로서는 개별 환자나 특정 상황을 넘어
국민보건, 그리고 10년 또는 20년 뒤의 의료체계, 연관된 법령 제도 등 국가시스템까지 고려하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논의가 복잡하고 속도도 늦죠.
하지만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이 잘못되지 않도록 힘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도 수술하는 외과의사로 살고 있는 경험, 응급의료센터장으로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알고 있는 입장에서, 현 정부의 지역의료∙필수의료∙공공의료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그 현실감을 잃지 않고 충분히 대응하면서 제대로 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임상의사든 의협 대변인이든 결국 목표는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국민 보건향상을 위해 그리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의사와 사회가 함께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료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받는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가지고 계신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대한의사협회 현 집행부는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현장에 달려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산불, 수해, 지진 등 국내외 재난 발생 시 긴급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대회원 성금 모금을 실시해 이재민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유관 보건의료단체 및 사회 각계와 협업해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단체로서
발 빠르게 대국민 지침과 권고를 발표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 또한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노력과 함께 자체징계권 확보를 통한 자율정화 과정이 또한 핵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소수의 잘못된 행동을 하는 회원들이 대다수의 회원들의 선의를 왜곡하게 만들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의학적, 윤리적 기준으로 이러한 회원들을 관리하는
대한의사협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더 빠르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징계권 확보가 되기 이전이지만 현재도 문제가 심각한 회원의 경우 중앙윤리위원회 회부, 공개적 비난 성명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부단히 이어져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와 신뢰를 심어드리고, 이를
통해 의사들의 옳은 목소리가 여론으로 확산되고 힘을 얻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의료계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회원 여러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정확히 반영되도록 근거와 데이터로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협상력도 생기며,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회원 한 분 한 분의 의견과 참여가 쌓여야 비로소 제도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의사사회 내부가 단단하게 화합해야, 그리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셔야 협회가 일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일부 흡족하지 않은 점이 있으시더라도, 인내와 지지, 그리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 어떤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닌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임을 꼭 명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께는 저희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돌이켜보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전면에서 싸워 온, 그래서
국민을 지켜 온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의료정책이 잘못 흘러가면 그 피해는 의사들에게 오기 보다는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그리고 국민들께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책임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더 훌륭하게 만들고 모든 국민들에게 차별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든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협회입니다.
정부, 국회와의 갈등을 단순한 직역주의 차원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기
바라고, 대한의사협회가 경청과 소통에 더욱 힘써서 국민과 사회 속에서 신뢰받고 존중받는 전문가단체로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